총에 맞아 죽은 제비, 카불에 봄은 올 수 있을까 [BIA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카불의 제비'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28 [13:50]

총에 맞아 죽은 제비, 카불에 봄은 올 수 있을까 [BIA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카불의 제비'

김준모 | 입력 : 2019/10/28 [13:50]

▲ <카불의 제비> 포스터.     © Les Armateurs



1994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kabul)을 점령하고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 통치를 강행하고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권 침해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2001년 탈레반이 비호하던 빈 라덴이 미국을 상대로 9.11테러를 일으킨 뒤 이들 정권은 붕괴하였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들에 의한 학살과 억압은 현재진행형이다. <카불의 제비>는 탈레반 치하의 카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1998년 카불을 배경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도입부에서 총에 맞아 땅으로 떨어지는 제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비는 날이 따뜻해지면 나타나는 새다. 이런 제비를 쏴 죽이는 탈레반의 행동은 아프가니스탄에 봄이 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비가 탈레반에 의해 오지 않는 봄을 보여준다면 이후 등장하는 간음을 한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장면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진 이들 역시 자유와 평화라는 봄을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르카를 쓴 여인을 향해 돌을 집어던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아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잔혹한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소심하게 돌을 집어 던진 남자가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모이센은 탈레반의 집권 후 이슬람 율법을 제외한 다른 교육이 무너지자 절망에 빠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운 대학시절부터 연인 관계인 주나이라이다.

 

▲ <카불의 제비> 스틸컷.     © Les Armateurs



미술을 전공한 주나이라는 자유분방하다. 율법이 금지한 음악을 집에서 몰래 듣고 벽에다 자신과 모이센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그리는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한때 극장도, 서점도, 대학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던 여성들은 부르카를 뒤집어 쓴 채 마치 죄인처럼 거리를 걸어 다닌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주나이라는 집에서만 생활한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아티크이다.

 

왕가를 몰아내는 전쟁에 참전했던 아티크는 한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 신세가 되어 여자수용소를 지킨다. 그는 아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자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그는 아내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지만 전쟁 후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줄 알았던 현실이 오히려 더 가혹해지자 패배감에 젖어든다. 참전용사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이슬람 율법주의자들은 지배자의 위치에 서서 여자와 아이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다.

 

아티크는 자신의 기대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자 실망한다. 죽음을 앞둔 아내의 모습은 혁명을 통한 평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대가처럼 다가와 그를 더 슬프게 한다. 데이트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모이센과 주나이라는 길거리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이에 대한 벌로 모이센은 사당에서 예배를 보고, 주나이라는 그때까지 부르카를 쓴 채 밖에 서 있는다. 끔찍한 더위와 폭력에 질린 주나이라는 모이센과 다툼을 벌이고 실수로 그를 죽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여성수용소에 오게 된 주나이라는 모이센을 잃었다는 슬픔에 절망한다. 주나이라를 보게 된 아티크는 부르카를 벗은 그녀의 모습에 새로운 바람을 느낀다. 주나이라는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그녀가 처형을 면하기를 원한다. 아티크는 다시 수사를 하고 모이센의 죽음이 사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원리주의자들에게 그 말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들린다.

 

▲ <카불의 제비> 스틸컷.     © Les Armateurs



작품은 두 가지 소재를 통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간된 권리를 잃어버린 아프가니스탄을 그려낸다. 첫째는 참전용사들이다. 팔과 눈을 잃은 참전용사들은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오히려 탈레반에 무기를 판 이들이 모든 부와 권리를 누린다. 다리를 절며 아내의 죽음을 기다리는 아티크와 달리 어린 여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함을 누리는 군부의 모습은 위선과 추악함을 보여준다.

 

둘째는 부르카이다.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 중 하나인 부르카는 눈 부위의 망사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의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의상을 입으면 몸은 더위와 땀으로 숨을 헐떡이고 탈진 상태까지 올 수 있다. 그럼에도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밖에서 이 의상을 입기를 강요한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암울한 현실에 동조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이다. 아티크와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참전용사 노인은 이슬람 원리주의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존재가 여성들임에도 불구 이에 찬성하고 동조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처럼 부르카는 탈레반 치하에서 인간된 권리도, 자신을 표현할 자유도 잃어버린 답답한 어둠과도 같은 미래를 상징한다.

 

<카불의 제비>는 봄이 오는 걸 막는 탈레반과 카불에 봄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이야기한다. 아티크를 비롯한 인물들은 카불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 보다는 이 땅에 태어나고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다시 봄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 이 애니메이션은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중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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