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리고 UN마저도..이들은 전쟁 중 성범죄에 왜 침묵하나 [BIA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제로 임퓨니티'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28 [14:00]

미국, 그리고 UN마저도..이들은 전쟁 중 성범죄에 왜 침묵하나 [BIA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제로 임퓨니티'

김준모 | 입력 : 2019/10/28 [14:00]

▲ <제로 임퓨니티> 포스터.     © WebSpider Productions



시리아를 떠나는 버스에서 한 소녀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고향을 떠난다는 생각에 슬픔의 눈물이 터진 줄만 알았던 소녀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시리아를 떠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다. 이 소녀는 시리아 내전 중 인질로 잡혔고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자수하기 전까지 성폭력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성장 호르몬 등의 약물을 주입받았다. <제로 임퓨니티>는 전쟁 중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내전에서 성폭행을 당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려 전개한다. 여기에 전쟁기자, 인권 운동가 등이 발언을 하는 영상을 빔 프로젝터로 건물에 비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연출은 성폭력이 지닌 무게감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덜어내면서 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통해 무게를 더하는 균형 잡힌 연출을 선보인다.

 

이 애니메이션은 전쟁 중 성폭행을 통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왜 전쟁 중 성폭행이 처벌을 받지 않는지(impunity : 처벌을 받지 않음)이다. 시리아 내전에 참전했던 군인은 상부에 의해 성폭행이 암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이 오랜 시간 집과 떨어져 강압적인 생활을 하는 만큼 그들에게도 욕구를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는 걸 말이다. 당시 시리아 정부는 성범죄를 지시했다는 의혹은 부인했으나 성범죄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침묵의 대가

 

▲ <제로 임퓨니티> 스틸컷.     © WebSpider Productions



전쟁 중 성범죄는 직접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 묵인되고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와 생사가 걸린 긴장감 속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군인들에게 일종의 포상처럼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넘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성범죄를 당하면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 있다는 합리화가 이유로 작용한다. 한 군인은 그래도 성을 팔아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인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누구나 목숨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평생을 공포와 고통 속에 살아간다. 2019년 6월 중앙일보는 성폭행을 당한 네덜란드 소녀가 안락사를 택했다는 기사를 낸 적 있다. 외신을 인용한 기사라 그 죽음의 원인이 안락사인지 아닌지가 불명확해 이후 정정기사가 나왔지만 확실한 건 성폭행은 평생을 죽음이 더 나은 삶의 답안지라 생각할 만큼 고통을 준다는 점이다.

 

여기서 작품은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왜 이런 전쟁 중 성범죄를 국제사회가 묵인하는지에 대해서이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과 UN을 통해 찾을 수 있다. 911테러 이후 모든 미국인들의 관심은 부시 행정부에 쏠리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 국민들에게 미국은 안전하고 테러를 범한 이들에게 응징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했다. 이에 딕 체니 부통령의 주도 하에 6주 만에 미국의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는 애국법이 제정된다.

 

▲ <제로 임퓨니티> 스틸컷.     © WebSpider Productions



이 법은 당시에도 국민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타나모 수용소로 상징되는 중동 지역 사람들을 향한 강력한 폭력이었다. 성범죄의 대상은 여성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 대상은 남성이 될 수도 있다. 테러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잡혀 온 이들은 여군에 의해 나체로 성적 학대를 받았다. 발가벗겨진 채 물고문을 당하고 개목걸이를 한 채 끌려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성적인 학대이다.

 

이들의 고문방법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되어 성적 수치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 접어 들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사과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UN 역시 마찬가지다. UN은 콩고 지역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이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침묵한다.

 

전직 UN 직원은 UN 내부의 강압적인 조직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UN은 평화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게 아닌 평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세계의 분쟁과 범죄에 대해 침묵하고 조직 내의 안정만을 추구하는 그들의 분위기는 UN 직원이 이런 성매매 문제에 연관되었음에도 눈을 감아줬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한국인 최초 UN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 <제로 임퓨니티> 스틸컷.     © WebSpider Productions



그는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평화유지군의 미성년자 성매매를 눈감아준 인물로 지목된다.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될 UN이 이 문제에 침묵하고 묵인한다는 점에서 '제로 임퓨니티(Zero Impunity)'는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 그들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더 이상 전쟁 중 성범죄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이 성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강대국들과 국제기구의 침묵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 함께할 이들을 찾겠다는 것이다.

 

<제로 임퓨니티>는 여성의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반전을 말하는 휴머니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전쟁의 상황을 이유로 침묵할 게 아닌 전쟁이란 상황이 오지 않게 노력해야 하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나의 생명이 지닌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번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와 인간을 향한 애정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