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세월호 사고 생존 여고생..장르물에 그려진 아픔과 위로

영화 '악질경찰'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31 [17:20]

쫓기는 세월호 사고 생존 여고생..장르물에 그려진 아픔과 위로

영화 '악질경찰'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김준모 | 입력 : 2019/10/31 [17:20]

 '아이 캔 스피크', '생일', '택시 운전사', '변호인'.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우리 역사에서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담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런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은 실화가 지닌 힘과 해당 사건이 지닌 아픔과 위로로 큰 감동을 전한다. 드라마 장르에 비할 때 멜로나 액션, 스릴러 같은 장르물에서는 각색을 통한 표현이 쉽지 않다. 사건이 지닌 무거움을 장르적인 매력에 맞게 담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악질경찰>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올해 극장가에는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하였다. <아저씨>, <우는 남자> 두 편을 통해 한국 액션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는 드물게 범죄 액션 장르에 기반을 둔 전개를 선보였다. <럭키>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올라선 이계벽 감독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통해 코미디 장르 안에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아픔을 담아냈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택한다. 기존 작품들이 세월호 사건을 중점에 두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나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전개를 택한 반면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사건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조명한다.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는 제목 그대로 '악질'인 경찰이다. 경찰이 무서워 경찰이 되었다는 그는 경찰 신분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사내 감사팀의 출동에 눈길을 돌릴 급전이 필요해지자 경찰 압수 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 그는 자신의 사주를 받은 한기철(정가람 분)이 창고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로 죽자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던 필호는 기철이 죽기 전 창고의 모습을 찍은 증거영상이 여고생 미나(전소니 분)에게 전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나를 쫓던 필호는 태성그룹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오른팔인 권태주(박해준 분) 역시 미나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 <악질경찰>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악질인 형사가 한 여고생을 만나 선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 거대 악인 태성그룹에 맞서 싸운다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세월호 사건과 연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미나가 세월호 사건의 생존자라는 설정이 있지만 이 설정이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 작품은 필호가 쫓는 사건과 세월호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설정하기 보다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그 당시의 분위기를 인물들에 투영시킨다.

 

세월호 사건 당시 생존자들과 유가족은 죽음을 애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정치적인 목적과 보상금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한다고 매도하기도 했다. 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애도조차 쉽지 않았던 그 당시의 분위기를 이 작품은 담아낸다.

 

미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상처를 안고 방황하고 있고 태주를 비롯한 어른들은 폭력과 강압으로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약자들을 희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필호는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처럼 평생을 부끄럽게 살아온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그 피해를 떠안는 건 미나와 같은 보호받아야 될 약자들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필호의 변화는 급진적이지만 그런 급진적인 변화를 원했던 게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라는 걸 작품은 보여준다.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 (주)NEW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2003년 2월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은 눈치 채기 힘들다.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 작품의 중반부를 넘어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전반부는 철수(차승원 분)와 샛별(엄채영 분)의 만남과 이들의 여행이 중심을 이룬다. 얼굴도 몸매도 완벽하지만 낮은 정신연령으로 동생 영수(박해준 분)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철수는 어느 날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백혈병 환자인 샛별은 골수이식을 기다리고 있고 할머니 희자(김혜옥 분)는 딸의 정체를 잊어버린 채 오랜 세월 따로 살아온 철수에게 그 희망을 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존재에 샛별은 혼란을 느끼고 낮은 정신연령을 지닌 철수를 답답해한다. 딸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아온 철수는 탈출을 감행하는 샛별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샛별을 쫓아 버스터미널까지 오게 된다. 샛별은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를 위해 이승엽 싸인볼을 받고자 대구로 가고자 한다.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 (주)NEW



이 여행에 철수가 동참하며 두 사람은 대구를 향한다. 이 대구라는 공간과 철수의 전 직업이 소방관이었다는 점, 그가 지하도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한다는 점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자연스러운 연결을 이룬다. 그 당시의 사건을 재현하면서 한 사람이 벌인 사건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은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는지와 그런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을 향한 애정과 희망이 얼마나 큰 행복과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악질경찰>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재난 사건을 장르물을 통해 담아내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재난 사건이 지닌 슬픔과 고통을 장르물과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장르적인 매력에 사건이 지닌 무게감이 퇴색된다는 점과 재난 사건과 이야기의 연결점이 모호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아픔과 위로를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한 이 두 영화의 시도는 의미 있다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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