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조진웅의 특별한 만남에서 '톰 크루즈'가 떠오른 이유

특별한 만남과 여정을 다룬 <퍼펙트맨> <제8요일> <레인 맨>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31 [17:45]

설경구-조진웅의 특별한 만남에서 '톰 크루즈'가 떠오른 이유

특별한 만남과 여정을 다룬 <퍼펙트맨> <제8요일> <레인 맨>

김준모 | 입력 : 2019/10/31 [17:45]

어린 시절의 만남은 다양하다. 같은 동네에서, 또 학교에서 쉽게 친해지고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면 더 다양한 친구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주로 자신과 비슷하거나 성격이 맞는 사람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특별한 만남은 점점 멀어진다. 

 

▲ <퍼펙트맨> 스틸컷.     © (주)쇼박스



여기, 원하지 않는 특별한 만남을 선택한 세 쌍의 남자가 있다. 그들은 이 만남 초기엔 당황스러워 하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통해 전혀 다른 인생의 '맛'을 느끼게 된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퍼펙트맨>은 '퍼펙트'한 인생을 살기 원하는 한탕주의 건달 영기(조진웅)와 할 일 빨리 마치고 죽기를 바라는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영기는 술에 취해 상대 조직원들을 폭행하고 가석방 조건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봉사시설에서 그는 장수를 만나게 된다. 

 

영기는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몸뚱이가 전부다. 홀로 동생을 돌보기 위해 건달이 된 그는 한탕을 위해 보스의 돈 7억을 몰래 주식에 투자해 다 날리고, 어떻게든 돈을 구해야 될 처지에 있다.

 

반면 장수는 엄청난 부자다. 하지만 전신마비 환자가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치료를 위해선 시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장수는 거침없는 영기에게 매력을 느끼고 죽기 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게 도와 달라 말한다.  

 

그 조건은 자신이 죽을 시 나오는 사망보험금. 이를 위해 영기는 장수를 돕는다. 추억이 쌓일수록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된다. 영기는 돈을 위해 살아왔다. 기업으로 위장한 조폭 일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서도 지독한 가난을 이기지 못해 주먹을 쓰고 남을 괴롭히는 일을 해왔다.

 

이는 장수 역시 마찬가지다. 장수는 오직 돈을 위해 나쁜 놈들을 변호했고 피해자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서로에게서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본 두 사람은 동정과 애정을 느낀다.

 

장수는 영기가 올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고 영기는 장수가 남은 시간 동안 행복을 찾길 원한다. 겉으로 보기에 영기의 지나온 삶은 쓴맛이었고 장수의 지나온 삶은 단맛이다. 하지만 장수는 덜어내지 못하고 떠날 것이라 여겼던 마음의 짐들을 영기의 도움으로 덜어내면서 삶의 쓴맛을 느끼고, 영기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주는 장수를 통해 자신도 단맛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제8요일> 스틸컷.     © Canal+



이런 특별한 만남을 통한 변화는 <제8요일>의 아리(다니엘 오떼유 분)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세일즈 기법 강사인 그는 차갑고 계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런 성격으로 인해 손해 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런 아리의 모습에 질린 아내는 딸들과 함께 별거를 선언한다.

 

아리는 다시 원래의 삶을 찾길 꿈꾸지만 쉽지 않다. 뒤숭숭한 마음에 운전을 하던 그는 개 한 마리를 치게 된다. 그 개의 주인은 막 요양원을 탈출한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파스칼 뒤켄 분)다. 몇 년 전 세상을 뜬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머니를 찾아나선 조지는 자신의 개가 차에 치여 죽자 슬퍼한다. 이에 책임감을 느낀 아리는 조지와 함께 선물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아내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런 아리를 조지가 위로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아리는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조지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연다. 항상 타인을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배신하는 게 관계의 형태라 여겨왔던 아리에게 순수한 우정을 보여주는 조지는 따뜻한 천사처럼 느껴진다.

 

아리는 조지를 통해 진정한 우정과 남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몇 가지 선물과 책임감을 빙자한 물질적 보상보다 진심을 다한 사랑의 표현과 헌신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조지는 아리를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요양원에서 조지를 비롯한 동료들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아닌 고장 난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위험하기에 격리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적응이 불가능한 존재로 말이다. 조지의 순수한 마음을 아리가 알아주고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는 순간, 조지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오롯이 서게 된다.   

 

▲ <레인 맨> 스틸컷.     ©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자신과 다른 존재, 다른 삶을 살아온 이와 친구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는 형제간에도 마찬가지다. <레인 맨>의 동생 찰리(톰 크루즈 분)는 아버지가 죽은 뒤 유산 문제를 통해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가출했던 그는 아버지가 엄청난 양의 유산을 형에게 물려줬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형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 분)를 수소문한다.

 

자폐증 환자로 오랜 시간 정신병원에 수감된 레이몬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간호사의 말처럼 레이몬드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형을 데려가려는 찰리는 비행기도, 차도 싫다는 레이몬드 때문에 함께 발로 걸어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찰리는 레이몬드가 숫자 암기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카지노에서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 하지만 돈은 얻어도 형의 마음은 얻지 못하면서 거리감을 느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지점은 찰리가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친구라 여겼던 '레인 맨'이 레이몬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이다.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건 자폐증 환자인 레이몬드 뿐만이 아니다. 이기적으로 살아왔고 형을 이용해 재산을 얻으려는 찰리도, 자신의 기준을 정해 찰리를 괴롭게 만들었던 아버지도 모두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작품에서 레이몬드는 숫자를 외우는 능력만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자폐증을 지니고 있음에도 자신의 동생을 알아보고 사랑하며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관계를 맺기 어려운 건 자신의 관점으로 남을 이해하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진정한 관계는 자신이 아닌 남을 먼저 바라보고 이해하는 순간 이뤄진다. 찰리가 레이몬드를 환자가 아닌 형으로 받아들인 순간은 기억 속 '레인 맨'이 자신이 만든 존재가 아닌 지켜주고 함께 해 준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이다.

 

우리는 누구나 특별한 만남을 꿈꾼다. 그 만남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상대의 존재가 아닌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그 사람의 현재가 불행할지라도, 그 사람이 다른 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는 편견 없는 마음은 내 인생의 맛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이 영화들은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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