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1/01 [15:30]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유수미 | 입력 : 2019/11/01 [15:30]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포스터  © 네이버

 

참을 수가 없어’, ‘더러워멜빈은 강박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 오줌 싸는 개에게 벌을 주기 위해 개를 쓰레기통에 버릴 만큼 그는 인정이 없는 사내이다. 손을 한번 씻을 때마다 새 비누를 사용하고 식당에서도 매번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수저로 음식을 먹는다. 어느 날 그런 그를 바꿔줄 제안 하나가 들어온다. “개 좀 하룻밤만 입양해줘요.”

 

개를 처음 데려왔을 때 개밥은 없다라고 그는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개를 위해 피아노를 치고 베이컨을 주는 등 부드러운 성격으로 바뀌어가는 멜빈. 구타를 당해 심한 부상을 입은 사이먼을 도와주고 아픈 아들을 둔 캐롤에게 치료비를 대주는 등 멜빈은 어느샌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간다. 그를 이토록 변화시키게 만든 건 무엇일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틸컷  © 네이버

 

사람들.멜빈을 바뀌게 만든 근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부터다. 인상 팍 쓴 늙은이 같던 그의 얼굴은 뒤로 갈수록 웃음기 가득한 소년 같아 보인다. 수다를 떨고, 함께 여행을 가고, 즐겁게 외식을 하면서 그는 비로소 삶의 활기를 얻는다.

 

<수묵정원>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다. 타인의 몸에 손을 대면 다채로운 색깔이 번져나가는데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을 표현해준 작품이다.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쫄딱 맞아도 아이들은 서로의 몸을 터치하며 즐겁게 정원을 뛰어다닌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멜빈이 약을 제때 먹기 시작하고 치료를 받는 것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은 멜빈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틸컷  © 네이버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소.” 멜빈이 캐롤에게 건넨 말이다. 사람과 부딪히기만 해도 자리를 피해버리던 그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매번 문단속을 몇 번이고 확인하던 멜빈은 이제 더 이상 문을 잠그지 않는다. 보고 싶단 말조차 꺼내지 못하던 멜빈은 그녀의 집 앞으로 다가가 밤 데이트를 신청한다. 많은 것을 변화시켜주는 것.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다.

 

의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사랑은 병을 낳게 할 만큼 위대하다. 각종 소설이나 영화를 보아도 외로움을 많이 타고 줄곧 우울해하던 소년 소녀가 딴 사람처럼 환하게 웃게 되니 말이다. 사실 나도 심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무기력감으로 인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던 나에게 한 남자아이의 연락은 큰 위로가 되었다. 영화를 보거나 놀이터에서 잠시 만나면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내일도 연락이 올까?' 하며 설레임을 가진 채. 이처럼 사랑은 하나의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새로운 기대감을 주니까.

 

사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캐롤이 그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게 요리 있나요?” 라고 자꾸 반복되는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답을 해주고 멜빈이 불쾌한 말을 해도 참고 귀 기울여주는 캐롤. 그녀의 배려와 노력 덕분에 사랑은 꽃피울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 빵집에 진열된 갓 나온 뜨끈뜨끈한 빵들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를 비유하는 듯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틸컷  © 네이버

 

정신적 질환을 다룬 영화들은 대게 어둡거나 악역이 등장한다. 경계선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여자가 유부남에게 집착하며 스토커 짓을 하는 <위험한 정사>, 정신병원 원장이 몽유병 환자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등이 그 예이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게 해 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타 영화와 다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병을 극복해나가는 성장담을 담았으며 우리는 그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응원하며 보게 된다.

 

'무서워', '이상한데' 흔히들 정신질환에 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신체적 질병과 달리 정신질환은 대게 편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신체적인 질병이 잘못이 아니듯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로 잘못이 아니다. 신체가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다는 차이지 아픈 건 결국 똑같다.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어떨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강박증의 증상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더불어 점점 나아지는 멜빈의 모습으로 인해 그를 응원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점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줄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다.

 

 

[씨네리와인드 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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