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었을 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보이스 (The Voice)

김수민 | 기사입력 2019/11/01 [18:10]

'보이스',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었을 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보이스 (The Voice)

김수민 | 입력 : 2019/11/01 [18:10]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었을 때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신실한 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미션스쿨에서 홀로 식사 기도를 올리지 않는 고란은 괴짜였고, 이방인이었고, 부적응자였다. 고란의 삼촌은 고란에게 그냥 마음에 없는 말 한 번 해주는 게 뭐가 어떠냐고 되묻지만, 고란은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당신들한테 잘못한 게 있나요?’

 

처녀인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그에게, 그의 친구들은 말한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마치 그가 일종의 저의를 품고 미션스쿨에 들어온 것처럼, 고란은 금세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애로 낙인찍혀버린다. 그러나 그는 신부님 앞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스스로 괴짜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다. 그리고 그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한 번 더 되묻는다. ‘내가 너희한테 잘못한 게 있어?’

 

감독은 한 개인이 나머지 세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주류의 삶을 사는 것처럼 비춰지고 싶어한다. 때로 나의 의견이 다수와 다를지라도, 우리는 침묵한다. 어쩌면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아서, 그로 인해 남들이 나를 다르게 보는 것을 원치 않아서,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 고란의 삼촌과 미션스쿨의 그들처럼. 그렇지만 고란은 마지막까지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는다. 아니,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것이 자신을 더욱 외롭고, 고통스럽게 만들 것을 알면서도, 그는 끝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다. 왜 기도를 하지 않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그는 잘 모르겠어라고 대답한다. 아마 고란은 그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식사 기도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의 신념이 그 사회에 속한 다수의 의견과 다른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숨기고 살아간다. 때로는 다수의 의견이 마치 나의 생각인 것처럼 합리화하고, 다수에 의해 행해지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침묵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온전히 지키기도 힘든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고란에게, 사람들은 빨리 답을 가져오라 재촉한다. 고란이 식사 기도를 할 때까지 아무도 밥을 먹지 못할 것이라는 교장 선생님의 선언에도, 그는 끝끝내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아직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미션스쿨에서는 상식처럼 여겨지던 당연한 것들이, 새로 전학 온 고란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고란은 기존의 규칙을 거부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로 전락한다. 그러나 이는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년의 반항이 아니다. 종교라는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한 개인의 치열한 전투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수의 광기에 짓눌리지 않은 그를 존경한다.

 

고란은 집단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소수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는 그저 한 평범한 개인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다고 말하는 이 사회에서, 그는 끊임없이 되뇌인다. 나는 당신들에게 잘못한 게 없으니, 제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나는 고란에게서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씨네리와인드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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