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도 만족했다는 이 영화, 150분의 쫄깃한 긴장감

[프리뷰] 영화 '닥터 슬립' / 11월 0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1/04 [14:30]

스티븐 킹도 만족했다는 이 영화, 150분의 쫄깃한 긴장감

[프리뷰] 영화 '닥터 슬립' / 11월 0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1/04 [14:30]

▲ '닥터 슬립'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설적인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극찬을 들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눈이 덮인 고요한 오버룩 호텔이 폭설로 고립되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빠진 소설가 잭은 점점 미쳐가다 결국 가족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공포영화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막상 원작자 스티븐 킹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스티븐 킹은 결국 1997년 TV 미니시리즈로 리메이크된 <샤이닝>의 각본을 직접 썼다.

 

<샤이닝>의 속편 <닥터 슬립>에 대한 영화화 계획이 확정되었을 때 감독과 각본을 맡은 마이크 플래너건의 머릿속은 복잡했을 것이다. 그는 스티븐 킹의 원작 시리즈를 존중하면서 큐브릭 영화에 대한 존경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영화와 소설의 결말이 다른 만큼,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원작 팬과 영화 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원작자 스티븐 킹은 플래너건 감독의 연출에 대해 "큐브릭의 영화는 얼음으로 끝나는 반면 내 책은 불로 끝난다. 플래너건은 이야기를 포용적으로 해석하면서 두 가지를 결합했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샤이닝>이 오버룩 호텔 때문에 중독과 광기에 빠져버린 잭의 모습을 통해 어둠을 묘사했다면 <닥터 슬립>은 회복과 구원으로 나아가는 빛을 향한 발걸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품은 다시 한 번 '샤이닝'을 소재로 삼는다.

 

▲ <닥터 슬립>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샤이닝'은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초현실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영혼에 가까운 어린아이가 현실에 가까운 성인이 되면서 점점 사라지는 이 능력은 <샤이닝>에서 잭의 아들 대니가 오버룩 호텔의 유령들을 보게 된 원인이 된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영혼들을 '샤이닝'을 먹는다.

 

대니는 오버룩 호텔의 영혼들에 의해 공포에 시달렸고 이 아픈 과거는 그가 성인이 된 후에 아버지처럼 알코올에 중독되는 미래로 연결된다. 이런 대니의 미래가 바뀌게 된 건 두 사람을 만나면서이다. 첫 번째는 빌리이다. 빌리는 중독자인 대니를 중독자 모임에 데려가고 모임의 닥터 존은 빌리가 믿는 친구인 대니에게 병원 일을 맡긴다.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에게 대니는 자신의 샤이닝 능력으로 마치 깊은 잠에 빠지듯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고 환자들은 그를 '닥터 슬립'이라 부르게 된다. 망망대해 같던 대니의 삶은 빌리를 만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남을 돕는데 쓸 수 있는 따스함을 경험한다.  

 

두 번째는 아브라이다.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지닌 아브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같은 샤이닝 능력을 지닌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과거 오버룩 호텔 벽에 'REDRUM(살인을 의미하는 'MURDER'의 뒤집힌 글자로 <샤이닝>에서 잭의 변화에 대한 암시를 미스터리로 제시한 글자이다)'이 적힌 것을 본 적 있는 대니는 자신을 찾아내 벽에 글자를 새기는 아브라와 소통을 하게 된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 <닥터 슬립>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대니가 직장을 얻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따뜻한 드라마를 선사한다면 로즈 더 햇이 이끄는 조직 트루 낫은 공포와 긴장감을 보여주며 극적인 대립을 이룬다.

 

샤이닝 능력자인 이들은 영생을 얻기 위해 샤이닝을 먹어 치운다. 아이가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는 시대에 이들은 샤이닝을 얻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아브라가 이들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대니는 아브라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준비한다.  

 

<닥터 슬립>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전작에 품었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샤이닝'이다. 초자연적인 능력인 샤이닝은 영혼의 움직임이라 정의할 수 있다. 텔레파시, 빙의, 유체이탈, 최면 등이 샤이닝이 지닌 능력이다. 이 능력들을 통해 대니와 아브라가 트루 낫과 맞서 싸우는 대립의 구도는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 <닥터 슬립>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로즈 더 햇이 유체이탈로 아브라를 쫓는 장면이나 그런 로즈 더 햇을 거꾸로 자신의 기억에 가두어 공격하는 아브라의 모습은 초능력자들의 두뇌싸움을 보여주며 지적이고도 독특한 판타지의 묘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시공간의 초월은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추격전과 함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쳐나간다.  

 

둘째는 음악과 촬영기법이다. 전작 <샤이닝>이 음악을 통해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무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을 유지했던 것처럼 <닥터 슬립> 역시 음악을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 긴장감을 유지시킬 때 사용되는 심장 박동 같은 음악은 정적인 드라마 속에서도 이를 깨뜨리는 공포가 다가올 것만 같은 두려움을 유발한다.

 

이런 영리한 연출은 유체이탈이나 공간을 이동할 때 펼쳐지는 촬영기법에서도 보여 진다. 공간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180도에서 360도로 도는 카메라 워킹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영혼이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선사하는 이런 촬영기법은 신비로운 샤이닝의 세계에 대한 몰입감과 어디든 이동하고 어느 공간이든 침범할 수 있는 로즈 더 햇의 공포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 <닥터 슬립>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셋째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이다. 최근 할리우드 속편들은 전편을 능가하는 새로운 것을 선보이겠다는 욕심보다는 원작의 팬들을 위해 팬서비스를 선사하는 데 집중한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샤이닝>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원작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텔 주방장 딕 할로건, 237호실의 욕실 유령, 잭의 도끼와 타자기, 핏물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호텔 바의 바텐더, 쌍둥이 소녀와 지배인 유령 등 <샤이닝>의 요소들을 대거 작품에 등장시키며 보는 것만으로 오싹한 기분에 젖어들게 만든다.

 

이는 스티븐 킹의 원작을 존중하면서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공포 영화에 대한 존경을 동시에 선보이는 영리한 선택이다. <닥터 슬립>은 150분의 러닝타임이 한 시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구성과 쫄깃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드라마와 스릴러의 적절한 조합으로 긴장의 수축과 이완을 유려하게 이끌며 초현실 능력자들의 대결을 통해 판타지의 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샤이닝>의 속편이 아닌 <닥터 슬립> 그 자체로 존중 받을 가치를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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