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만복, 그녀의 사전엔 포기도 있다

영화 '걷기왕'

강지혜 | 기사입력 2019/11/12 [23:10]

'걷기왕' 만복, 그녀의 사전엔 포기도 있다

영화 '걷기왕'

강지혜 | 입력 : 2019/11/12 [23:10]

 

영화 '걷기왕' 메인 포스터

 

계속 뛸거에요 말거에요?”, “아뇨, 나 그만 할래요.”

 

 뭐 하나 특별한 것 없고 그나마 잘하는 것이라곤 길거리 누구나 하고 있는 걷기’, 유일하게 찾은 경보라는 꿈마저 결승선 앞에서 미련 없이 포기해버리는 소녀, 만복.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만복이는 어려서부터 바퀴 달린 것만 타면 극심한 멀미를 느꼈고, 두 시간 거리의 학교를 매일 걸어서 통학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꿈도, 미래에 대한 설계도 없이 마냥 앞만 보며 걷는 만복이는 담임선생님의 추천에 떠밀려 얼떨결에 육상부 경보 선수가 된다.

 

  꿈을 향에 무언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경보 역시 만만치 않았고 육상부 선배 수지는 매사에 장난이고 진지하지 못한 만복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도 멀미에 발목이 잡혀 컨디션 난조로 실격한 만복이는 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출전하자는 일념 하나로 걸어서 서울까지 가자는 기막힌 발상을 하게 된다.

 

영화 『걷기왕』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각각 캐릭터들의 상징성이 뚜렷해, 나와 내 주변인들이 어느 캐릭터에 속하는지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타입 A : 만복이의 떡볶이 메이트 지현

영화 '걷기왕' 스틸컷

 

  영화 속에서 가장 친숙하고 공감이 갔던 캐릭터는 만복이의 떡볶이 메이트 지원이다. 공무원이 꿈인 지원이는 열정적인 꿈만이 진정한 꿈이라 여기는 담임의 모습을 보며 위화감을 느낀다. 꿈이 어쩌고, 열정이 어쩌고, 저는 그런 거 딱 질색이고요. 그냥 적당히 하고 싶다고요.”지원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이다.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은 유형이며, 현 세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타입 B : 육상부 선배 수지

영화 '걷기왕' 스틸컷

 

육상부 선배 수지는 우리가 흔히 추구하고 사회가 원하는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다. 포기를 모르는 수지는 부상이라는 시련이 와도 정신력의 문제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경보로 종목을 바꾸기까지 하며 재기를 위해 항상 노력한다.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며 우리도 모르게 학습된,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아닐까?

 

 

 -타입 C : 포기를 아는(?) 소녀 만복

영화 '걷기왕' 스틸컷

 

 

반대로 만복이 캐릭터는 우리가 내심 영화에서 보고 싶었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쉽게 포기하고, 다시 쉽게 도전한다.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후, 포기하고 싶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복이도 첫 번째 포기에서는 주변인들의 말과 시선에 의기소침 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서울까지 상경해 TV 생중계 앞에서 화끈하게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복이가 꿈을 가지게 되는 장면은, 영화적 요소를 제거하고 보면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하고 있고, 뭔가가 될 것 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만복이가 느꼈을 불안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만복이가 꿈에서 보았던 끝없는 결승선을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아마 우리가 안정된 삶을 갖기 전까지 계속되는 악몽이 아닐까 싶다.

 

 서울 체전에서 1등으로 달리고 있던 만복이가 결승선 앞에서 쓰러졌을 때, 여느 성장 영화처럼 굳세게 일어나 1등은 아니더라도, 완주는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만복이는 완주조차 포기하며 하늘의 비행기를 향해 소원을 비는 깜찍한 결말을 제시한다.

 

 

완주를 하지 않는 이 결말은 보는 이에 안도감을 준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그녀의 고생을 같이 지켜봐 왔고, 서울까지 걸어서라도 출전하겠다는 마음가짐 또한 확인했으며,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완주를 시도했던 그녀의 노력을 알기에 결승선 앞에서 멈춰버린 만복이를, 혹은 나 자신을 더 이상 채찍질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수년간의 노력이 결과물로 다가오는 11, 영화 '걷기왕'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포기해도 돼라는 마냥 낙천적인 의미가 아니라, 포기한다 해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과 다음 도전으로 향하는 법을, 만복이를 통해 배우라는 것이라 생각했다.

  

[씨네리와인드 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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