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한 편의 러브스토리, '수선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Daffodils'

김수민 | 기사입력 2019/11/15 [22:35]

싱그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한 편의 러브스토리, '수선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Daffodils'

김수민 | 입력 : 2019/11/15 [22:35]

 

▲ '수선화'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우리 모두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 비밀을 알았을 때 밀려올 슬픔과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다. 수선화 아래에서 만난 두 남녀, 에릭과 로즈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도 다른 로맨틱 코미디들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다. 그리고 감독은 여기에 뉴질랜드의 음악을 곁들여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낸다.

 

좋아함의 감정에 있어서 너무 서툴렀던 고등학생의 내게 연애는 너무나도 큰 감정적 소모였다. 하필이면 내가 만난 그 친구는 나 말고도 연락하는 다른 여자 사람 친구가 많았다. 그래도 난 그 친구가 너무 좋았다. 다른 여자인 친구와 둘이서 영화를 보고, 내겐 거짓말을 하고 노래방을 간 것쯤은 이미 진즉에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왜 안 헤어지냐며 나를 나무랐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따져 묻지 못했다. 문제를 직면하면 헤어질 것이 뻔하기에, 회피하고 싶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나서서 들쑤시고 싶지도 않았다.

 

에릭과 로즈는 여느 다른 커플들처럼, 설레는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골인하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갈등을 겪고,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각자의 인생에 스며든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게 들어온 에릭에게서 여자 향수 냄새가 풍겨오고, 이때부터 로즈의 의심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이 정말로 이해가 갔다.

 

 

▲ '수선화'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에릭에게는 아버지의 여성 편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에릭은 애초에 바람을 핀 적이 없다. 그 날의 향수는 아버지의 다른 애인이 뿌린 향수였고, 그는 그 사실을 로즈에게 숨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영화 내내 에릭은 아버지와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한다. 둘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풍성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부족한 점은 사실 아쉬웠다. 그 날의 일을 추궁하는 로즈에게 에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둘은 갈라선다. 그리고 그 날의 오해는 에릭이 죽는 날까지 풀리지 못했으며, 딸 메이지의 입을 통해서 전달될 뿐이었다.

 

영화 <수선화>가 여운이 남는 이유는, 남녀 주인공의 오해가 끝끝내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에릭은 로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로즈는 의심의 씨앗이 덩어리로 불어날 때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로즈는 이미 시아버지의 여성 편력에 대해서 오래전에 알고 있었고, 에릭은 끝까지 자신의 비밀이 새어나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씁쓸한 결말이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아이러니한 영화였다.

 

[씨네리와인드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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