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배우에게서 걸려온 전화..인생의 전환점이 되다

[프리뷰] 영화 '시빌' / 11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1/18 [10:00]

유명 여배우에게서 걸려온 전화..인생의 전환점이 되다

[프리뷰] 영화 '시빌' / 11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1/18 [10:00]

 



 

한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 그는 새로 시작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울분을 토한다. 그의 앞에 앉은 시빌(버지니아 에피라)은 차분한 눈으로 남자를 응시한다. 그녀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 대신 직업인 심리치료사를 포기하기로 한다. 고객인 남자는 새로운 선생을 만나 다시 처음부터 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하나둘 고객을 정리해가던 그녀에게 한 통의 급박한 전화가 온다. 유명한 여배우 마고(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이 전화는 시빌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한다.

 

<시빌>은 두 명의 여성을 통해 감정의 이입과 집착, 이 과정에서 발현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아찾기를 보여준다. 시빌은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심리 상담을 받는 환자임과 동시에 심리치료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 가정에서 살아왔고 그녀도 중독자였다.

 

하지만 남자친구 가브리엘(니엘스 슈나이더)을 만난 후 시빌의 인생은 변한다. 시빌은 가브리엘의 믿음을 통해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시빌의 인생을 행복으로 올려준 가브리엘은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는 명목으로 시빌을 떠난다.

 

▲ <시빌>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가브리엘이 떠나간 과거와 알코올 중독으로 상담 치료를 받는 심리치료사 시빌은 상실을 경험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마고를 만나게 된다. 마고는 인기 배우 이고르(가스파르 울리엘)와 관계를 맺던 중 임신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고르에게는 연인인 영화감독 미카엘라가 있다는 점이고 지금 마고가 이고르와 함께 출연하는 영화의 감독이 그녀라는 점이다. 이에 마고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에 대해 시빌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시빌은 마고와 이고르의 관계에서 과거 자신과 가브리엘을 보게 된다. 시빌은 사랑을 갈구했고 가브리엘은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지만 결국 그는 떠났고 상처를 남겼다. 그녀는 마고 역시 이고르 때문에 상처를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묘한 관계는 시빌이 쓰는 소설과도 연관된다. 작품은 소설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8시간 가까이를 독자를 붙잡아 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이라는 점은 시빌의 직업인 심리치료사와 정 반대에 있는 직업이라 볼 수 있다. 심리치료사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소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빌이 소설과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빌이 마고의 심리 상담을 하게 되면서 소설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 <시빌>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작품이 말하는 두 번째 측면은 독자들이 이런 소설의 묘미에 큰 흥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와 비교할 때 이야기의 전달 방식에서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인내를 요구하는 수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이다. 심리치료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면서 그 삶에는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긴 인내를 요구하는 환자와 의사 둘 모두에게 힘겨운 과정이다. 시빌은 이 원칙을 어기고 마고의 삶에 개입한다.

 

시빌의 동료는 의사가 환자의 삶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마고가 시빌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시빌은 인내를 통해 마고의 삶을 관조하고 그녀의 상처만을 치료해 줘야 되지만 마고가 걱정되어 촬영이 진행 중인 섬으로 향하면서 그 삶에 직접 개입하고 만다. 이 선택이 인상적인 건 마고의 소설 때문이다. 마고는 소설에 두 명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한 명은 환자인 마고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 시빌이다.

 

시빌은 마고의 삶에서 자신을 발견했고 이고르의 존재에서 가브리엘을 발견한다. 그녀의 소설은 마고에 대한 집착으로 그 모습을 재현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시빌이 상담자임과 동시에 환자인 거처럼 소설은 그녀의 자아의 발현이자 소멸이라 볼 수 있다. 마고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이를 옮기는 과정은 소멸이지만 마고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건 발현이다.

 

▲ <시빌>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하지만 자아의 소멸과 발현이 직접적인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작품은 영화라는 소재를 통해 설명한다. 마고와 이고르, 미카엘라의 불편한 관계는 스크린 뒤편의 이야기이다. 관객들은 스크린이 비추는 마고와 이고르의 격렬한 사랑과 미카엘라의 감각적인 연출만을 보게 된다. 마고와 이고르의 사이가 얼마나 나빴는지, 미카엘라가 얼마나 괴팍한지를 알지 못한다. 시사회에서 마고와 미카엘라가 서로 이고르를 자신이 더 싫어한다고 하는 말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지만 시빌은 편하게 웃음을 보낼 수 없다.

 

마고가 시빌에게 말하는 감정표현과 고민의 상담이 진실인지, 아니면 시빌에게 관심을 보이기 위해 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지닌 이들의 흔한 증상인지 스크린을 통해 오직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는 영화처럼 시빌은 물론 관객들도 알 수 없다. 동시에 시빌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영화 속 감정이 온전한 시빌의 감정인지, 아니면 마고에게 이입된 왜곡된 감정인지에 대해 관객들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시빌>은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묘미를 선사한다. 개인의 내면을 표현한 예술이 지닌 격조 높은 공감과 감정적인 동화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강렬한 진동을 내면에 선사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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