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확신은 거짓을 참으로 착각하게끔 한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걸어보는 것

김수민 | 기사입력 2019/11/20 [14:23]

근거 없는 확신은 거짓을 참으로 착각하게끔 한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걸어보는 것

김수민 | 입력 : 2019/11/20 [14:23]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선 한 소년이 있다. 혐의를 가진 자는 법정에서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때의 법이었다. 오직 변호사와 검사의 입을 통해서만 그의 죄가 성립된다. 소년이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둘이나 있고, 소년에게서 범죄에 활용된 흉기로 보이는 잭나이프가 발견된다. 모든 증거는 소년이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의 변호사조차 자신의 의뢰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재판이 끝난 다음, 열두 명의 배심원들은 소년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결한다.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 경우에만 그들의 의견은 효력을 발생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를 외칠 경우, 그가 생각을 바꿀 때까지, 또는 다른 열한 명이 생각을 바꿀 때까지, 토론은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배심원 7번만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약 여기서 유죄라고 한다면, 소년은 사형을 받게 되니까요.’ 그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합리적인 의심을 던진다.

 

배심원 7번을 제외한 열한 명의 배심원들에게는 이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증거가 소년이 범인임을 확증하고 있으므로 소년은 유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재판에는 한 가지 결함이 존재한다. 바로, 모든 것이 정황증거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확신은 실로 한 결백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을 만큼 확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어쩌면 이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는 편견. 배심원 7번은 논리적으로 주어진 증거들을 하나씩 뒤집어 나간다. 그리고 그의 의견에 다른 배심원들은 점차 동조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11:1로 시작했던 논쟁이 1:11로 뒤바뀐다. 배심원 3번은 마지막까지 소년이 유죄임을 주장하는 인물이었지만 그의 논리에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논리에 자신이 말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조차도 자신이 이 논쟁에서 질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 없다. 근거 없는 확신이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분노와 억지였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논쟁으로만 구성되며, 배심원 7번은 오직 말로써 그들의 확신을 깨뜨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다수의 것에 반하는 의견을 제기하는 것. 상식에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는 것. 말로는 쉬워 보여도 실로 매우 어려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왜 소년이 무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배심원 7번은 이렇게 대답한다. ‘It’s just possible.’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다는 것. 빨리 판결을 끝내고 야구 경기를 보러 가야 한다는 이에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 신중한 것이 잘못된 거냐며 일침을 건넨다. 배심원 7번이 아니었으면 다수의 광기에 전도된 사회는 결백한 소년을 죽였을 것이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게서, 마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보는 듯했다. 과연 나는 열두 명 중 누구일까.

 

[씨네리와인드 김수민]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