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감독-배우 부부는 왜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나

[프리뷰] '결혼 이야기'/ 11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1/22 [16:12]

잘 나가는 감독-배우 부부는 왜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나

[프리뷰] '결혼 이야기'/ 11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1/22 [16:12]

▲ '결혼 이야기' 포스터.     © 판씨네마(주)



제52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부부 간의 이혼 재판을 통해 가족 사이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자면 테드가 정글짐에서 떨어져 다친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장면이다. 이혼 재판에서 상대편 변호사는 이 문제로 직장에 제대로 가지 못한 테드를 직장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없는 무능한 아버지로 몰아간다.

 

테드는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을 열변하고 이런 테드의 모습에 아내 조안나는 눈물을 보인다. 그녀는 테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아이로 인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이 진행될수록 더 진해지는 건 가족 사이의 끈끈한 사랑과 서로를 향한 이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고 이 명작이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을 평단에게 인식시킨 그의 초기작 <오징어와 고래>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양쪽을 오가며 생활하는 아이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부부의 싸움을 오징어와 고래에 비유하며 그 사이에서 방치된 형제의 모습을 그려냈다. 창작에 있어 감독의 자유를 폭 넓게 인정해 주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노아 바움백은 초기작의 주제를 가져왔다. 대신 그 시점은 아이들이 아닌 부부를 향한다.

 

▲ <결혼 이야기> 스틸컷.     © 판씨네마(주)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 부부는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를 위해 친구 같은 부부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합의 이혼을 하고자 한다. 찰리는 니콜이 LA로 헨리와 함께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고, 니콜은 날을 정해 찰리가 헨리와 만나는 걸 허락한다. 부부 간의 합의로 끝날 것만 같았던 이혼은 니콜이 변호사 노라 팬쇼(로라 던)를 찾아가면서 복잡해진다. 조언이나 받아볼 겸 찾아갔던 노라 팬쇼는 니콜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니콜은 이혼 합의서를 찰리에게 준다.

 

노라 팬쇼의 개입이 큰 문제가 아니라 여겼던 찰리는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양육권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노라의 전화에 기겁한다. 그는 변호사 제이(레이 리오타)에게 헨리가 뉴욕을 떠나 LA로 간 것부터가 재판이 불리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찰리는 점점 니콜에게 저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작품은 세 개의 관계를 통해 이혼을 앞둔 부부 그리고 가정의 문제를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첫 번째는 찰리와 헨리의 관계이다. 연극 감독 찰리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바빠진다. 자연스레 헨리에게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든 그는 이혼소송까지 겹치면서 헨리와의 시간을 헨리를 위한 시간이 아닌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바꾸어 버린다. 변호사들을 만나는 데 헨리를 동행시키는가 하면 할로윈 때 쉬고 싶어 하는 헨리를 늦은 시간에 데리고 나간다.

 

▲ <결혼 이야기> 스틸컷.     © 판씨네마(주)



헨리는 자연스럽게 찰리와의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찰리의 말에 곧장 반응하려 들지 않는다. 이혼소송으로 마음이 급해진 찰리는 점점 헨리를 이해하기 보다는 헨리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게 된다. 아버지가 읽어주는 동화를 좋아했던 헨리는 찰리의 말 하나하나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점점 거리감을 느낀다.

 

두 번째는 니콜과 노라, 찰리와 제이의 관계다. 변호사인 노라와 제이는 니콜과 찰리는 두 사람의 앞날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부부의 이혼이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이 되길 바라며, 오직 고객의 승리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부부의 문제는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두 사람이 살아온 세월 동안 다양한 감정과 사고가 얽매이는 순간들이 존재하며 모든 선택은 이성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오직 사실만을 바탕으로 문제를 판단한다. 그래서 양측의 변호사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깎아내릴 수 있는지, 자신의 의뢰인은 문제가 없게 만들 수 있는지를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 문제는 이런 노라와 제이의 존재가 니콜과 찰리의 분신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부부는 서로의 변호사를 바라보며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떠올린다. 그 순간 사랑이라 여겼던 순간은 참고 살아온 지옥의 나날로 변모한다.

 

▲ <결혼 이야기> 스틸컷.     © 판씨네마(주)



세 번째는 니콜과 찰리의 관계이다. 첫 만남 때 니콜은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였고 찰리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연극 감독이었다. 니콜은 찰리에게 반했고 그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겼다. 세월이 지나면서 찰리는 명성을 얻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감독이 된 반면 니콜은 극단의 여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이에 니콜은 LA를 향하고 다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이런 결혼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품었던 불만을 부부는 밑도 끝도 없이 서로에게 폭언으로 내뱉는다. 이 순간이 가슴 아픈 이유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설정한 영리한 도입부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찰리와 니콜은 상담에 앞서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적어온다. 이 내용은 서로가 함께해서 좋았던 추억들을 장면과 내레이션으로 보여주며 행복했던 나날들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나열한다. 그래서 부부는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는지 괴로워한다.

 

결혼생활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애정, 즐거움이 있지만 희생과 인내, 고통의 순간도 존재한다. <결혼 이야기>는 한 부부의 파경을 통한 붕괴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완전한 행복도, 불행도 없다는 다소 냉소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려낸다. 드라마적인 격렬함이나 감정의 과잉보다는 부부가 함께 즐거워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오징어와 고래>가 아이의 '성장'을 통해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암시를 주었다면 <결혼 이야기>는 확실한 마침표 대신 쉼표를 통해 고통과 상흔을 이겨내는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니콜과 찰리 부부에게 이혼의 순간은 두 사람의 삶에 쉼표이며 그들 사이의 관계가 끝이 났다는 마침표가 아님을 암시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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