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을 고발했는데, 국민들은 그를 배신자 취급했다

'배신자' / 11월 21일 개봉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1/28 [14:55]

조폭을 고발했는데, 국민들은 그를 배신자 취급했다

'배신자' / 11월 21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19/11/28 [14:55]

▲ <배신자> 포스터.     © (주)피터팬픽쳐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유럽 감독들의 경우 신작이 공개되어도 할리우드나 아시아권 영화처럼 국내에서 바로바로 소식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몇몇 감독들은 이미 은퇴를 했다고 생각하다, 여전히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소식에 놀라기도 한다. 국내에는 1986년작 <육체의 악마>로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치오 역시 그렇다. 그의 신작 <배신자>는 1939년생의 감독이 꾸준히 영화판에서 자신의 영역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시칠리아 마피아의 일원으로 1984년 이들을 고발한 조직원 토마스 부세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내부고발자의 숙명과 암울한 이탈리아의 현실을 잔혹하게 풀어낸다. 마약 공급 문제로 다툼을 겪던 기존 세력과 신진 세력이 화합하는 자리에서 토마스 부세타는 조직을 떠날 뜻을 밝힌다. 그는 계속되는 갈등에 지쳤고 더 문제에 깊게 파고들다가는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배신자> 스틸컷.     © (주)피터팬픽쳐스



돈보다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두 아들을 조직의 보스 리나에게 맡긴 채 아내와 딸들과 함께 브라질로 떠난다. 하지만 조직은 내부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조용히 떠나는 자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화면 우측 하단에 초시계를 두고 펼쳐지는 부세타의 동료와 친구들의 숙청 작업은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된다. 그렇게 조직의 중추들은 내부 개혁을 이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부세타 역시나 다르지 않다. 그는 생명을 위협받고 도망을 준비하던 중 브라질 경찰에 마약 혐의로 붙잡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세타가 받게 되는 모진 고문은 그의 마음을 돌려놓게 된다. 바다 위를 헬기로 건너면서 한쪽에는 그를 태우고 반대편에는 그의 딸을 떨어뜨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협박하는 장면은 부세타가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로 송환된 그는 검찰에 협력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부세타를 괴롭히는 건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협조적이지 않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반응이다. 마피아들은 정부의 작전에 의해 대거로 감옥에 갇히지만 그들을 돕는 세력은 여전히 외부에 존재한다. 영화에서 증인들은 수많은 경찰의 호위를 받고 방탄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진술한다. 그만큼 마피아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 <배신자> 스틸컷.     © (주)피터팬픽쳐스



부세타는 그가 참여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장례식 때처럼 자신이 죽는 환영에 시달린다. 이탈리아 정부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에도 그는 편하게 두 발을 뻗을 수 없다. 가족모임으로 들린 음식점에서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의 등장에 자리를 뜨고 만다. 그는 한때 이탈리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마피아의 일원이었지만 그 위력은 거꾸로 그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진술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부세타가 행진하는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왜 마피아의 공포가 그의 목을 옥죄는지 알 수 있다. 마피아가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니 당장 풀어주라는 시민들의 시위는 평범한 국민들마저 그를 배신자로 생각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공포는 부세타로 하여금 이탈리아에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게 만든다. 동시에 고발자가 아닌 '배신자'가 되어버린 현실을 씁쓸하게 만든다.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은 이탈리아의 사회적인 문제인 마피아를 결코 낭만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의리도, 로망도 없다. 재판에서 리나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부세타를 배신자로 몰아세운다. 그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판사에게 저 녀석은 배신자라며 징징거린다. 또 이들이 외부세력을 이용해 재판관을 죽이고 이 뉴스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시트콤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두 손을 들고 환호를 지르며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오히려 순수해 보이기에 더욱 아이러니 하다. 

 

▲ <배신자> 스틸컷.     © (주)피터팬픽쳐스



부세타가 젊은 시절 반대편 조직원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수행할 수 없었던 점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부세타의 타겟이었던 남자는 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외출할 때마다 아들과 함께 다닌다. 아들을 뒤에서 안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남자의 모습은 생존을 위해서는 가족마저도 수단으로 삼는 낭만 따위는 1도 없는 이기적이고 악독한 군상들을 담아낸다.

 

<배신자>는 '마피아'를 소재로 삼지만 그 안에 소위 마피아 영화가 보여주는 미화나 로망을 담지 않는다. 생존과 돈을 우선시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의 밑바닥과 그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보여준다.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가 아닌 마치 아이들 싸움 같은 방정맞고 치졸한 모습은 이탈리아의 지난 역사와 현재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노감독이 내린 일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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