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시공간, 둘만의 랑데뷰, '사라진 기억'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1/29 [11:05]

둘만의 시공간, 둘만의 랑데뷰, '사라진 기억'

유수미 | 입력 : 2019/11/29 [11:05]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둘만의 꿈에서 둘만의 언어로 사랑을 나누는 루카스와 오로라. 꿈속의 장소는 매번 아름답고 광활하지만 실제로 루카스는 코마 상태에 빠진 오로라의 무의식에 접속하는 실험 참가자일 뿐이다. 여자와의 교감이 많아질수록 루카스는 오로라를 잊지 못하며 꿈에 빠져든다. “다른 여자 생겼어?” 라는 여자 친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루카스. 급기야 루카스는 오로라를 살리기 위해 다시금 그녀의 무의식에 접속한다.

 

▲ <사라진 기억> 스틸 이미지  © 유수미

 

윗 장면, 빛과 그림자의 교차는 그들을 안락하게 보호하는 창살같이 보인다. 더불어 삶(현실)과 죽음(꿈)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루카스를 비유한 듯싶다. 노란 색감의 빛은 평화롭고 황홀한 느낌을 자아내 주며 나체로 굴러다니며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의 모습은 굉장히 자유로워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사라진 기억> 속 장면들은 대게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특한 공간 연출이 입혀진 꿈속 장면으로 인해 현실은 그만큼 눅눅해 보이고 두 세계 사이의 괴리감은 크게 느껴진다. 

 

사랑의 욕정, 발가벗은 몸 등 현실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도, 보여 줄 수도 없는 것들은 이 세계에서 거리낌 없이 통용된다. 데이트 장소, 맛있는 음식, 사랑하는 여인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이곳을 나조차도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꿈속에서 나눈 사랑의 교감이 깨어나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아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갔다. 잘 알지만 친하지 않은 남자가 꿈속에 등장한 적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현실 속에서 그를 의식하게 되고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다. 사랑은 나이 없고 국경 없다는 말처럼 그게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정 같다.

 

▲ <사라진 기억> 스틸 이미지  ©유수미

 

첫 번째 사진이 오로라와 루카스를 보호하는 창살이었다면, 윗 사진은 오로라를 옥죄는 감옥의 창살이다. 루카스가 오로라의 남자를 실컷 때려죽인 후 오로라는 괴성을 내지르며 울부짖는다. 파란색의 빛은 오로라의 내면적인 두려움과 더불어 창백한 슬픔을 표현해준다. 꿈속에서 경련을 일으키던 오로라의 상태는 악화되고 루카스는 코피를 흘린 채로 꿈속에서 깨어난다. 꿈속의 상황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 탓일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라는 말과 같이 꿈과 현실은 분리된 것이 아닌, 서로 맞닿아 있는 연결고리처럼 느껴진다. 악몽을 꾸거나 가위를 눌리면 항상 그 찜찜한 기분이 오래도록 유지되는데 그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꿈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꾸는 편이다.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를 만날까?’ 라고 생각하며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은 채 잠이 들곤 한다.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시나리오 소재로 쓰곤 하는데 그럴수록 꿈에 집착하게 되고 갈망하게 된다. 그렇기에 루카스가 자꾸만 꿈에 빠져드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적은 다르지만 루카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현실이 꿈이었으면 좋겠고 꿈이 현실이었으면 좋겠는 그 심정. 공감이 가는 바다.

 

무의식 속에서 나눈 사랑은 없던 일로 치부되겠지만 ‘진짜 있었던 일.’ 이라고 믿고 싶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랑의 감정은 계속 존재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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