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웨스 앤더슨이 떠올랐다

[프리뷰] '나이브스 아웃' / 12월 0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1/29 [23:55]

이 영화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웨스 앤더슨이 떠올랐다

[프리뷰] '나이브스 아웃' / 12월 0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1/29 [23:55]

 

▲ 영화 <나이브스 아웃> 포스터.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추리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소위 '떡밥'이라고 말하는 작품 속 미스터리가 마지막 결말에서 모두 해소되는 순간 발생하는 쾌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추리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범인을 잡은 후 사건의 모든 진상이 풀리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경우 범죄 미스터리 추리극은 많은 반면 작품이 던진 떡밥을 온전히 회수하고 개연성에 맞춰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작품이 주는 재미 때문에 이런 떡밥 회수와 개연성의 문제가 종종 넘어가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문제에 있어 세심함을 보이는 작품이다. <브릭>, <블룸 형제 사기단>, <루퍼> 등을 통해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이 고딕풍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는 장르적인 매력과 함께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가 지향하는 가치를 완성도 있게 담아낸다.

 

이 영화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뽑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생각나게 만드는 줄거리와 분위기이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작가 할란의 대저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가족 사이의 갈등과 음모를 담고 있다. 할란의 85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은 다음 날 그가 방에서 자살한 걸 보게 된다. 하지만 할란에게 자살의 이유가 딱히 없었다는 점과 누군가 명탐정 브누아 블랑에게 사건을 의뢰했다는 점에서 자살은 살인의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스마트폰과 CCTV가 등장하고 과학수사가 주를 이루는 시대에 대저택에서 용의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품의 진행은 추리소설의 매력을 준다. 그 용의자가 가족을 향하고 제한된 공간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고전 추리소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할란의 두 자식과 며느리가 모두 할란의 돈을 노리고 그를 속이고 있었다는 점과 그 자식들마저 이에 동참하는 모습은 모든 인물들에게 범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며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더해진 특별한 캐릭터가 할란의 간병인 역인 마르타이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내뱉는 특이한 성향을 지닌 마르타는 인물들의 진술과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추리를 진행하는 구성상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의 범죄추리소설의 무거운 구조에 독특한 성향을 지닌 인물을 한 명 투입시키는 것만으로 새로운 색을 보여주며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가져온다.

 

두 번째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미장센과 통통 튀는 유머감각이다. 할란의 저택에 있는 독특한 장식품들은 고딕적인 느낌과 함께 괴상하지만 어딘가 우스운 느낌을 준다. 고딕풍의 느낌을 보여주지만 낡지 않은 세련된 감각을 지닌 미장센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는 듯하다. 이는 유머감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마다 독특한 설정을 부여하며 웃음을 주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처럼 이 작품 속 캐릭터들도 각자가 독특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 영화 <나이브스 아웃>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거짓말을 못하는 마르타는 물론 지나치게 자유로운 영혼인 랜섬, 치졸한 월트, 극단적인 성향을 지닌 제이콥, 뛰어난 추리실력 만큼 유머감각을 지닌 블랑은 진중한 추리와 심리대결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웃음을 주며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특히 블랑이 이 사건을 가운데가 뚫린 도넛에 비유하는 장면과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구토를 내뱉는 장면은 진중한 분위기에서 예상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세 번째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다양성의 가치이다. 트럼프 정권 이후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들은 다양성의 가치를 보다 폭 넓게 영화에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미스터리 추리극이라는 장르적인 문법 안에서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표현한다. 주인공 마르타는 남미에서 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녀와 대비되는 모두 백인으로 이루어진 할란의 자손들은 그의 돈에 의존하며 기생한다.

 

자수성가 했다는 첫째 린다는 할란의 돈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고 며느리 조니 역시 할란의 도움으로 사업을 하고 딸의 비싼 학비를 대고 있다. 월트는 가장 좋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할란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조니의 아들 랜섬은 마땅히 일하지 않아도 할아버지와 부모에게 돈을 타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백수다. 이들은 할란의 도움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긴다.

 

문제는 이런 가족들이 사랑과 존중이 아닌 돈으로 묶여 있으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마르타와 대립하는 지점은 미국 내의 이민자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거대한 장벽을 세워야 된다 말하며 혐오를 부추기는 거처럼 이들 가족은 마르타의 노력과 고생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녀를 몰아세우고 심지어 적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 <나이브스 아웃>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할란의 자손들이 전원 백인이라는 점, 이들이 할란의 유산에 기대어 살고 있고 이를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는 점, 그 유산을 당연히 자신들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은 이민자를 배척하고 백인으로 이루어진 위대한 미국을 칭송하는 극단적인 인종혐오주의를 드러낸다. 이와는 다르게 거짓말을 못하는 선한 마음을 지닌 마르타는 미국 내의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따뜻한 마음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의 제목 '나이브스 아웃'은 혐오와 차별의 추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나이브스(knives, knife(칼)의 복수형)는 영화에서 여러 개의 칼이 원형을 그린 모형을 통해 형상화된다. 칼은 남을 해칠 수 있는 무기임과 동시에 어떤 형태를 조각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 칼은 인종과 계층을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절단을 강요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칼을 향해 '아웃'을 외치며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를 말하는 이 영화는 추리극의 매력 속에 색다른 주제의식을 투여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과 웨스 앤더슨의 미장센과 유머감각을 연상시키는 분위기, 현재 할리우드 영화가 줄기차게 담아내는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낸 이 영화는 탄탄한 완성도와 함께 그 내실을 견고하게 조립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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