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이 영화는 셜록홈즈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였다

[프리뷰]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 12월 04일 개봉 예정

김수민 | 기사입력 2019/12/02 [09:47]

줄곧 이 영화는 셜록홈즈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였다

[프리뷰]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 12월 04일 개봉 예정

김수민 | 입력 : 2019/12/02 [09:47]

[씨네리와인드|김수민 리뷰어] <엔드 게임>을 무려 세 번이나 보았던 마블의 충실한 팬인 필자로서는, 필자의 최애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차기작을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다는 점은 솔직히 말하자면 내겐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화려한 캐스팅과 그 스타워즈를 연출했다는 감독의 명성이 적어도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나마 그곳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는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정직의 아이콘처럼 소비되던 캡틴 스티브 로저스의 이단아, 랜섬을 보는 게 좋았다.

 

 

▲ '나이브스 아웃' 스틸컷.     



줄곧 영화 '나이브스 아웃'는 셜록홈즈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였다. 우리에겐 제임스 본드로 더 익숙할 탐정 브누아 블랑은, 줄곧 자신의 수사를 도와줄 마르타를 왓슨이라고 부른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저택은 마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의 블랙우드 자매가 사는 고풍스러운 저택을 연상시키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배경에서나 등장할 법한 유서 깊은 가문이 주요 인물들로 등장한다. 감독은 집안 곳곳의 기괴한 동상과, 살해당한 작가의 초상화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더욱더 바깥 세계와의 단절을 유도한다.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 같았다.

 

베스트셀러 작가 할란85세 생일에 숨진 채로 발견되고, 익명의 누군가에 의해 탐정 브누아 블랑이 파견된다. 자살로 종결 내리려는 수사관들과 달리, 블랑은 할란의 추도식 날 가족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심문을 진행한다.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의 답변을 교차시킴으로써 할란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님을 쉽게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숨겨진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블랑은 실력 좋은 사립탐정답게 가족 간의 불화를 단 한 번의 심문으로 간파해내고, 숨겨진 진실은 영화의 중반도 채 되지 않아 드러난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아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남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줄곧 엄청난 인물처럼 묘사되던 랜섬은 영화 초반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 '나이브스 아웃' 스틸컷.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사건의 전말을 일찍 드러낸 탓에 다소 지루한 구간이 존재하긴 하나, 미국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랜섬과 부모님 사이의 주고받는 대화가 볼만하다. 거대한 재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설정답게, 유산을 둘러싸고 남은 자식들의 탐욕적인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마르타를 향한 가족들의 위선은 매우 강렬하다. 마르타는 할란의 간병인이자,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 있는 이민자이다. 마르타를 가족처럼 대하는 그들의 이면에는, 감히 그녀를 약자로 취급하는 우월의식과 이민자들을 향한 경멸이 내재해있다. 감독은 이를 그들의 대사를 통해서 재치 있게, 그렇지만 가감 없이 풀어낸다.

 

그들처럼 살면 실제 칼과 연극 소품용 칼을 구분할 수 없을 거라던 할란의 경고답게, 영화의 제목에 칼(knives)을 전면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이민자들로 미국 사회에서 특정 백인들이 보이는 인종주의적 모순과 어쩌면 우리의 본질일지도 모를,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본질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은, 유한하고, 비합리적이고, 오만하고, 후회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