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현장] 영화 '파수꾼' 윤성현 감독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2/02 [15:15]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현장] 영화 '파수꾼' 윤성현 감독

유수미 | 입력 : 2019/12/02 [15:15]

 

▲ <파수꾼> GV 현장  © 유수미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1127()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파수꾼> GV가 열렸다. 이날 GV에서 모더레이터 이은선 기자와 윤성현 감독이 참석하였다. 이은선 기자의 깊이 있는 질문과 윤성현 감독의 진지한 대담은 관객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이 관객들과 오갔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인물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추억을 되새기는 빛바랜 색감과 핸드헬드 기법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학교, 기찻길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청춘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외로움, 죄책감, 고통 등 인물들의 어두운 내면을 묘사해 우울한 정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육안으로 보듯 인물들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 <파수꾼> GV 현장  © 유수미

 

이은선_ 예술은 본인의 상황과 결부시켰을 때 의미가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그 점에서 감독도 영화를 만들 때 동기가 있고 묻어나 있을 수밖에 없다. 파수꾼에는 결핍, 어긋난 소통 ,외로움, 죄책감의 감정들이 내제되어 있다. 당시 그런 감정을 떠올리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윤성현_ 계기가 명확하지는 않. 이것 때문에 만들었다고 설명되기 어렵다. 감정은 수많은 파편적인 기억으로부터 나온 것이지 않나. 그리고 이 영화가 자전적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나랑 관계된 사람들 중 자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외로움, 죄의식 같은 파편적인 감정들을 모아 모아 만든 영화이다. 구체적인 사건, 계기 없이 내가 보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영화는 어떤 영화인?’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영화이다.

 

이은선_ 이 영화를 성장영화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데, 개인적으로 성장영화 범주에 넣기가 망설여진다. 성장의 과정이라기 보단 고통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성장영화로 분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윤성현_ 성장이라는 건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성장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어른이라는 개념도 쉽게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고 만들었다.

긍정의 성장이 아닐뿐더러 고통과 죄의식을 짊어진 모습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성장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인물이 어른이 되어가는 기존의 성장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 영화로 보기에는 살짝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은선_ 본인이 성장시킨 부분이 있나.

 

윤성현_ 영화를 만들 때 엄청난 야심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다. 내 속에 잠재되어있는 트라우마와 상처들을 모아 만들었고 그거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누군가에게 위로의 한마디가 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첫 번째 관객으로서 나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기도 하다. 만들고 난 후 내가 떠안고 있는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파수꾼>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이은선_ 시간이 교차하는 구조가 돋보인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순서가 섞여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랬다는 건 시나리오 쓸 때 구조에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는 거다. 구조가 돋보이는 영화를 좋아하거나 자기가 봤던 영화 중에 구조가 아쉬워서 그것에 대한 열망이 때문인 듯싶은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맞나. 구조를 시나리오 때부터 고민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윤성현_ 시네마틱한 야심을 가지고 구조를 짠 것은 아니고 자연 파생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구조를 짤 때는 본질에서 먼 사람부터 본질에 가까운 사람 순으로 다가가면서 짰다. 가장 먼 사람이 아버지, 그다음이 희준, 마지막이 동윤이다. 관객분들이 각 인물들의 시점들을 거치면서 진실에 접근했으면 했고 추리소설같이 느꼈으면 싶었다. 감정적으로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은선_ 영화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를 섞어놓고 있다. 동윤과 기태가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 역시 과거와 현재를 묘하게 섞어놓았다. 표현방식이 가지는 정서적인 파급이 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서 만들었나.

 

윤성현_ 감정적, 정서적으로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라는 고민 끝에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게 되었다. 영화라는 게 시간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지 않나. <파수꾼> 또한 시간적 배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예전에 봤던 작품에서 너의 시간하고 나의 시간은 다르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굉장히 공감이 갔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 같이 보이면서도 개개인에게 상대적이다. 그렇기에 그런 방식을 택했다.

 

이은선_ 관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법한 말을 안 들려주는 쪽을 택했다. 동윤이 아버지에게 , 세정이 동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관객들은 알 수 없다. 의도적으로 말을 차단해서 생긴 효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성현_ 영화는 굉장히 설명적일 수도 있고, 프로파간다가 될 수도 있고, 무슨 이야기지 싶을 정도로 모호하게 갈 수도 있다. 다양한 영화가 있겠지만 내가 원했던 건 관객 스스로가 사고를 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화양연화>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남자 주인공이 구멍에다 대고 속삭이는 장면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여백이 있다. 그런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까 나 또한 여백을 채울 수 있는 적당선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 여백을 통해 관객들 개개인이 자기 것들을 채워나가면서 풍성한 사고를 했으면 했다.

 

▲ <파수꾼> 스틸이미지  © 네이버

 

Q. 배우들 연기가 굉장히 리얼하다. 이 영화로 이제훈 배우가 스타덤에 올랐는데, 어떻게 연기 디렉팅을 했고 감독으로써 어떻게 이끌어 나갔는지 궁금하다.

 

윤성현_ 그때 당시 배우님들께 시간 순서로 된 시나리오를 줬던 기억이 있다. 미리 감정을 쌓아 올리는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끔 한 장면 한 장면 접근했다. 그때 당시에 진정성으로 만들려고 했던 영화이니까 배우들의 감정 자체도 진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리얼리즘, 사실주의의 강박보다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감정이다 보니까 감정이 진실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어떻게 이끌어 나갔냐 질문하셨는데 감독이 배우를 이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은 숲이라는 전체를 보지만 배우는 각각의 나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라는 디테일들은 배우님들 각자에게 맡기고 싶고, 그들이 인물에 대한 창의성을 가질 때 비로소 공동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해 달라.” 요구를 하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대해서 본인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배우님들이 감정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주되 제 방식대로 이끌거나 철학적 강요는 하지 않는 편이다.

 

▲ <파수꾼> 스틸 이미지  © 네이버

 

Q. 촬영장에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윤성현_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태와 동윤의 대화 장면 때. 서준영 배우님 같은 경우는 실제로 그날 밤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님이 그일 때문에 울었는데, 그때 영화 잘되려고 하나 봐요.” 라고 얘기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기태가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동윤이가 기태에게 모진 말을 할 때 찍으면서 눈물이 났다. 그런 상황들에 강하게 감정이 이입 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

 

Q. 시나리오 작업 시간과 대본 리딩 현장이 어땠는지 묻고 싶다.

 

윤성현_ 시나리오 작업 시간은 세내 달 정도 걸렸.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영화학교에서 만든 작품이다 보니까 데드라인이 있었다. 데드라인이 없었다면 1년이 걸렸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작가가 됐건, 감독이 됐건 필요한 건 데드라인인 것 같다. 그래야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잘 쓸 수 있다.

대본 리딩 현장은 배우에게 여러 가지 상황들을 줄 때도 있었고 질문을 통해서 인터뷰 형태로 이야기를 해나가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건 인터뷰인데 계속해서 말을 많이 하고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고 하다 보니 큰 도움이 됐다. 더불어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 <사냥의 시간> 현장 사진  © 네이버

 

윤성현_ <파수꾼>을 개봉한 이후 거의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영화를 긴 세월이 지나서도 찾아와서 봐주신 정도면 굉장히 애정이 크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서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의미가 있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20202월에 <사냥의 시간> 이라는 영화를 개봉한다. <파수꾼>과는 전혀 접근방식이 다른 영화다. <파수꾼>이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면, <사냥의 시간>은 장르적이고 목적성이 있는 영화이다. 이번 신작은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접근해서 만들었고 굉장히 직선적이고 오락적이다. <파수꾼>과 결이 많이 다르지만 개봉하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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