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훈 편집장] 함께했던 시간, 함께할 시간

한재훈 | 기사승인 2019/12/10 [08:25]

[한재훈 편집장] 함께했던 시간, 함께할 시간

한재훈 | 입력 : 2019/12/10 [08:25]

 



 

[씨네리와인드|한재훈 편집장] 두 달 전쯤,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일어난 나는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시골에 사시는 친할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이제 충분히 많이 드셔서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신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겠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한 이의 아픔과 상실은 힘들 수밖에 없다.

 

친척들이 다 모여 있는 중환자실 앞, 우리 가족 순서가 와 안에 들어가서의 그 아픔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할머니의 고통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내 손을 붙잡고 그동안 미안하다 눈물을 흘리시면서 힘없는 손으로 가슴을 퍽퍽 내리치시는 모습에서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평소 과묵하던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우는 모습까지 보이는 그 순간, 정말로 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시구나 생각했다. 

 

부모님도 아니고 지방으로 한참 내려가야 볼 수 있는 친할머니는 명절 때나 보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유달리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라는 존재에게 많은 애정을 느꼈다.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올해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0일간 지낼 때, 전주와 가깝지도 않은,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하는 할머니 댁에서 머물렀다. 할머니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버스터미널도 작은데, 버스도 하루에 몇 번밖에 안 다녀서 할머니 집까지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할머니와 10일간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할머니의 아픔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죄책감과 아쉬움은 더했을 것이다. 지금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에서 눈물이 흐르는 듯하다. 할머니가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미안하다며 말씀하시며,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치는 그 모습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있을 거고, 그럼에도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나 살기 바쁜 이 세상이라지만, 세상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곳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한자 사람 인(人) 자가 두 명의 사람이 기댄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와의 사랑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고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과 시간이 삶을 풍요롭게 하며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누군가를 놓치며 비혼주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게 모순일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한 명이라도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그들과 행복한 기억을 하나라도 더 쌓고자 한다면 충분히 뜻깊을 것 같다. 

 

 

한재훈 편집장 jiibangforev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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