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빈털터리가 된 그 남자의 사연은

이만희 감독 - ‘휴일’ 리뷰

유수미 | 기사승인 2019/12/16 [16:00]

마음까지 빈털터리가 된 그 남자의 사연은

이만희 감독 - ‘휴일’ 리뷰

유수미 | 입력 : 2019/12/16 [16:00]

 

<휴일>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결혼식은 교회당에서 올릴까요? 드레스는 뭐로 할까요? 아이는 둘만 낳기로 할까요?” 추운 모래바람이 성하게 부는 텅 빈 공원에서 허욱에게 건네는 지연의 대사다. 황량한 공간과 희망에 부푼 대사가 대비되어 그들의 현실은 더욱 비극적으로 보여 진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사랑하나만 보고 만남을 이어나가는 두 남녀.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한편으론 위안이 되기도 하는 등 그들에게서 양가감정이 느껴졌다.

 

영화 <휴일>은 허욱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비극적인 상황에 갇힌 비극적인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한 그의 우울하고 비참한 모습을 <휴일>은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허욱의 단독 샷은 대게 로우앵글로 찍히는데, “밑바닥 위치의 시선으로 촬영하여 밑바닥 인생을 사는 그의 삶을 표현해주는 듯 하다. 위엄을 부각시킨다는 특징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앵글은 허욱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뿐이다.

 

임신수술비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모두 거절당하자 급기야 친구의 돈을 훔치기에 이르는 허욱. 이때 돈의 장면은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모두 날라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허욱의 심정을 잘 대변해준다.

 

<휴일> 스틸 이미지  © 네이버

 

현재로써는 임신기간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현재로써도 지극히 악화 되어 있으니까요.” 아이를 낳으러 온 두 남녀는 뜻하지 않게 낙태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그 뒤, 슬픔에 빠진 허욱은 살롱에서 만난 여자와 함께 이집 저집 술집에 들락거린다. ‘이 빌어먹을 세상.’ ‘한번 뿐인 인생 될 대로 되라지.’ 라는 마음으로 허욱은 술, 여자, 담배에 의지하며 차가운 현실을 견뎌낸다. 술집을 들락거리는 몽타주는 허욱의 마음속 일탈을 잠시나마 보여주고 짧게 짧게 배치된 이러한 리듬은 허욱의 유흥을 잘 드러내준다. 그러나 몽타주 장면 후 크게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종소리. 이러한 종소리는 얼음장을 깨듯 허욱의 유흥을 확 깨트려버린다.

 

취기를 확 깨워주는 종소리는 뒤통수를 때려 치는 듯 한 간호사의 말로 이어진다.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결혼식은 교회당에서 올릴까요? 드레스는 뭐로 할까요? 아이는 둘만 낳기로 할까요?” 부푼 기대를 꿈꿀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지연의 말만이 머릿속에 맴돌며 허욱은 그렇게 홀로 남겨진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였지만 이제는 마음까지 빈털터리가 된 허욱. 남들에게 휴일이란 쉴 수 있고 편안함을 줄지 몰라도 허욱에게 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비참함을 안겨다 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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