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고흐의 고통, 그의 마지막 날들을 담은 영화

[프리뷰] '고흐, 영원의 문에서' / 12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19/12/23 [14:30]

예술가 고흐의 고통, 그의 마지막 날들을 담은 영화

[프리뷰] '고흐, 영원의 문에서' / 12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2/23 [14:30]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17년 개봉한 영화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미스터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여기에 고흐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107명의 아티스트가 10년 동안 6만2450점의 유화 프레임으로 영화를 구성하며 세계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이 경이로운 작품은 고흐의 삶과 그 예술에 대한 찬사를 담아냈다.

 

그리고 2019년 또 한 편의 고흐 영화가 '고흐 신드롬'을 이어가고자 한다. 미국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영화 감독인 줄리안 슈나벨이 프랑스 오르셰 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 전시전에서 영감을 받은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프랑스 남부의 아를에서부터 죽음을 맞이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의 기록을 담아낸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담긴 스토리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시적인 은유가 담긴 화면으로 고흐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기'는 고흐가 고갱을 만나고 그의 권유에 따라 아를을 향하는 지점에 해당한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고흐는 자신들끼리 뭉쳐 관료사회를 형성하는 예술가 집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작은 시골마을 향한다.

 

▲ <고흐, 영원의 문에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승'은 고흐가 겪는 고난이다. 아를 지역의 사람들은 이 이름 없는 화가에게 친절하지 않다. 천박하고 이기적인 그들 사이에서 고흐는 내적인 고통을 겪는다. 특히 유치원생들이 고흐의 그림을 비웃고 인솔교사가 그를 비난하는 모습은 가혹하게 다가온다. '전'은 형을 향한 믿음과 우애로 유명한 동생 테오의 부탁으로 고흐를 찾아온 고갱과의 관계다. 고흐는 고갱으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얻지만 고갱은 자신과 맞지 않는 고흐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결'은 정신병원 입원부터 죽음까지 고흐의 마지막을 담아낸다. 고갱이 떠난 후 고흐는 귀를 자르며 광기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품은 그런 광기를 노골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카메라의 시선이다. 이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전작 <잠수종과 나비>를 예로 들 필요가 있다. 잡지 <엘르>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감금 증후군'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를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전체적인 화면으로 보비의 모습을 담아내는 화면과 한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보비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인물이 지닌 내적인 고통을 갈등상황의 묘사 없이 오직 카메라의 시점만으로 담아낸다. 고흐를 다룬 이 영화는 고흐의 시점을 세 가지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표현하며 마술과도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 <고흐, 영원의 문에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첫 번째는 자연을 바라볼 때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이다. 고흐는 자연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시선이 자연을 향할 때 카메라는 그 웅장함을 마치 회화의 한 폭처럼 담아낸다. 영화의 제목인 '영원의 문'은 이런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에 해당된다. 고흐의 눈에 비친 자연은 마치 천국의 문에 도달한 순간처럼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인 영원을 느끼게 만든다. 그는 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화폭에 담는다.

 

두 번째는 고흐의 시선이 담긴 흔들리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카메라를 손으로 드는 핸드헬드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선은 영원한 아름다움인 자연을 바라보는 정적인 순간과는 달리 바람에 흔들리는 잎처럼 불안한 그의 삶을 표현한다. 뚜렷한 소신을 지녔던 작품세계와 달리 안식처를 얻지 못해 술로 마음을 달랬던 고흐의 외로움을 핸드헬드의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아낸다.

 

세 번째는 절반이 흐릿하게 담긴 카메라의 시선이다. 이 시선은 두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없는 모습이 전자다. 고흐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명확하게 바라보지만 사람은 그러지 못하다. 이는 세상의 멸시와 조롱, 가난에 시달렸던 삶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의도를 지닌 듯하다. 이런 회피는 슬픔으로 연결된다. 테오를 제외하고는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받아본 적 없는 고흐의 마음이 마치 눈물처럼 맺혀 흐릿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우울한 정서를 보여준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영화가 선보일 수 있는 종합적인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회화와 같은 화면과 시적인 함축성을 지닌 대사, 고흐의 행동을 통해 표현된 내면의 심리와 촬영기법을 통한 삶의 표현, 여기에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은 고흐의 예술과 인생을 오감을 통해 느끼게 만든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