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계절을 함께한 '음악', 다시 보는 명작의 조건

[프리뷰] '피아니스트의 전설' / 1월 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19/12/26 [14:55]

인생의 모든 계절을 함께한 '음악', 다시 보는 명작의 조건

[프리뷰] '피아니스트의 전설' / 1월 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2/26 [14:55]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피아니스트의 전설' 포스터.     © (주)라이크콘텐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원히 잊히지 않는 영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그 장면 하나로 그때의 감성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이 있다. 파도가 치는 밤 흔들리는 배 안의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시네마 천국>, <말레나> 등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이 영화는 슬픈 동화와 같은 이야기와 감정과 사랑을 담아낸 음악으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한다. 4K 디지털 리마스털링 버전으로 국내에 정식개봉하게 된 이 작품에 대해 극장에서 만나보고 싶은 다섯 개의 명장면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자 한다.

 

첫 번째 장면은 평생을 배에서 지내는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가 어린 시절 처음 피아노 연주를 듣고 파티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버지니아 호의 피아노 위에서 발견된 아기는 갑판 지하의 노동자에 의해 1900년, 새로운 세기를 기념하는 의미로 '나인틴 헌드레드'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지하에서 노동자들하고만 생활하던 아이는 어느 날 우연히 문을 열고 상류층 손님들의 파티를 보게 된다.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이들과 신나고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파티를 흐릿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이 장면은 처음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나인틴 헌드레드에게 문 너머의 세계는 같은 갑판 아래지만 전혀 다른 공간이었고 이곳에서 그는 운명처럼 피아노와 만나게 된다. 이후 그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연주를 하며 버지니아 호의 피아니스트가 된다.

 

▲ '피아니스트의 전설'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두 번째는 앞서 도입부에서 설명한 파도가 치는 밤 무도회장에서 피아노 연주 장면이다. 나인틴 헌드레드와 절친한 친구 맥스가 처음 만나는 이 장면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흔들리는 선상 위에서 안전장치를 뗀 피아노를 연주하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배의 흔들림에 맞춰 움직이는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모습은 그 어떤 연주보다 자유분방한 영혼의 몸짓을 보여준다.

 

나인틴 헌드레드가 연주하는 영화의 대표적인 OST 'MAGIC WALTZ'는 부드러운 선율로 마치 꿈과 같은 몽환적인 장면의 느낌을 살려낸다. 이 장면은 평생을 배 안에서 살아온 나인틴 헌드레드의 동화와 같은 이야기가 지닌 질감을 살려내며 꿈과 같은 그의 삶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는 감흥을 준다.

 

세 번째는 나인틴 헌드레드와 젤리 롤 모턴의 대결 장면이다. 배에서 내려오지 않는 '은든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버지니아 호에 올라탄 미국 재즈의 아버지라 불리는 젤리 롤 모턴은 온갖 도발을 감행하며 나인틴 헌드레드를 자극한다. 하지만 나인틴 헌드레드는 첫 대결곡으로 캐롤을 연주하는가 하면 젤리의 연주에 눈물을 흘리는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엽지만 속이 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 대결에서 혼신의 연주를 선보이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모습은 전율을 내뿜는다. 특히 기존에 감미로운 연주가 아닌 경쾌하고 빠른 템포를 보여주는 OST 'ENDURING MOVEMENT'는 배틀이 지닌 속도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건 물론 손이 네 개로 보이는 특수효과가 어울릴 만큼 신의 경지에 이른 나인틴 헌드레드의 능력을 보여준다.

 

▲ <피아니스트의 전설>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네 번째는 이 영화의 숨겨진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녹음 중 첫사랑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그 사람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하는 나인틴 헌드레드는 처음 녹음을 제안 받고 즉흥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이 연주는 창밖의 소녀를 바라보는 순간 감미로운 리듬으로 변한다. 그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연주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의 대표 OST라 할 수 있는 'PLAYING LOVE'는 영화 OST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진가를 보여준다. 첫사랑의 설렘과 이끌림, 격동하는 감정을 기승전결의 서사에 맞춰 완벽하게 담아낸 곡에 창밖의 소녀를 바라보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감정을 표현한 카메라의 시선은 잊을 수 없는 떨림의 순간을 담아낸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차마 배에서 내려가지 못하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모습이다. 소녀를 만난 나인틴 헌드레드는 그녀와의 사랑을 꿈꾸며 배에서 내리고자 한다. 버지니아호 사람들에게 인사를 마친 그는 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하지만 중간쯤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이 장면은 그저 나인틴 헌드레드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 '피아니스트의 전설'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결말부에 본인의 입을 빌러 왜 배에서 내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만 그 이유 없이도 관객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건반의 처음과 끝, 갑판의 시작과 끝, 운행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는, 끝이라는 한계가 있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지상 위에서의 자유와 선택은 볼 수 없는 두려움임을 보여준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환상적인 OST와 명장면, 동화와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는 영화에 녹아드는 매력을 주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표현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명장면들은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선사한다.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과 인생을 담아낸 이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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