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 가지 색 : 힐링 미니 무비

한국영화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유수미 | 기사승인 2019/12/27 [10:41]

기획|세 가지 색 : 힐링 미니 무비

한국영화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유수미 | 입력 : 2019/12/27 [10:41]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우울해’, ‘외롭다라고 줄곧 생각하며 고교시절을 보냈다. '3년간의 입시는 과연 끝이 날까'라는 마음으로 계속 공부를 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의 폭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같은 존재로 홀로 조용히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들은 어느새 내 단짝 친구가 되어있었다. 학교에 갔다가 곧장 집으로 돌아와 tv를 켰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들을 보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작품들은 내 쓸쓸한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안아주는 존재가 되었다. 100번 넘게 돌려보며 나도 꼭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거야라고 다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래 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묵정원> / 황현주 감독

 

▲ <수묵정원> 스틸컷  © 유수미

 

파랑’, ‘초록’, ‘빨강’. 두 명의 친구는 서로에게 다가가 서로의 몸을 터치하는데, 이때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동그라미 모양으로 번져나간다. , 다리, 머리 등을 서로 어루만져주며 우정을 다져나가는 둘. 그러나 이와 같은 기쁨도 잠시, 비가 잔뜩 내려 둘의 몸은 까맣게 변하고 만다. 멍하니 서 있다가 둘은 서로를 바라보는데, 이내 상대방의 몸을 다시 터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색찬란한 색깔들이 퍼져나가고 이제는 둘만이 아닌, 온 세상에 아름다운 색깔들이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수묵정원>은 커뮤니케이션의 기쁨과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와도 두 친구는 협업을 통해 다시금 일어선다. 한지 질감의 종이 위에 파스텔 톤의 색깔들이 퍼져나가는 퍼포먼스는 무척이나 귀엽고 예쁘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번짐이라는 현상은 각박해져가고 1인화되어가는 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써 작용하는 게 아닐 듯싶다. 1분 남짓 되는 초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1분은 몇 년을 지탱해줄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작품이다.

 

<이아으송> / 박혜미 감독

 

▲ <이아으송> 스틸컷  © 유수미

 

말이 없던 내 동생도 노랠 들으면, 방긋 미소 지어요. 노랜 웃음과 같죠.” 청각장애를 가진 한 소년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한다. 노래는 마치 약과 같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모두 다 치료해주고 싶다고 얘기하는 소년. 소년의 두 눈은 반짝 빛나고 있고 입 꼬리는 씰룩 올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잠시, 현실 속의 소년은 기타를 치며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고 있을 뿐이다.

 

상상 속 장면은 컬러로, 현실 속 장면은 흑백으로 전개되는데 이러한 대조는 괴리감을 불러일으키고 어쩐지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계속해서 스피커에 손을 대며 쿵쿵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느낀다.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의 마음과 그 음악을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슴 속 깊이 전해진다.

 

영화 속에는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라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동심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만든 영화로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라고 꿈꿔왔던 것처럼 소년의 꿈도 언젠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현실이 녹록지 못할지라도 현실을 딛고 꿈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정현아~> / 강준원 감독

 

▲ <정현아~> 스틸컷  © 유수미

 

어질러진 옷,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 그릇들로 수북이 쌓여있는 설거지통. 주인공은 옅은 한숨을 쉬고 컴퓨터 앞에 앉아 딴청을 피우다가 얼마 안 있어 설거지에 박차를 가한다. 그릇을 박박 닦고, 젓가락을 가지런히 수저통에 꼽고, 물에 젖은 싱크대를 물걸레로 쓱쓱 닦는 주인공. 설거지를 할 때, 흥이 넘치는 음악이 들리는 동시에 리듬에 맞춰 전개되는 편집은 박자감과 운율을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는 상쾌함과 청량함을 전해줄뿐더러 빅 클로즈업 샷은 화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우울할 때면 작은 성공을 이뤄봐. 기분이 편안해질 거야.”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방청소와 컴퓨터 바탕화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질러진 무언가를 한 번에 정리하고 난 후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드는 것처럼, <정현아~> 또한 그러한 만족감을 전달해준다. 이처럼 사소하고 작은 변화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큰 기쁨과 성취감을 안겨준다. 그 점에서 <정현아~>는 우울감을 덜어주고 힘을 실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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