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매큐언 원작, 다시 한 번 아동 문제를 조명하다

[프리뷰] '차일드 인 타임' / 1월 0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19/12/31 [13:40]

이언 매큐언 원작, 다시 한 번 아동 문제를 조명하다

[프리뷰] '차일드 인 타임' / 1월 0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2/31 [13:40]

▲ '차일드 인 타임'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참 묘한 일이다.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 원작의 영화 <칠드런 액트>가 지난 7월 개봉했다. 그리고 새해 1월 9일,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차일드 인 타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아동 문제를 그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바라본다는 점이다.

 

<칠드런 액트>에서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잭(스탠리 투치)의 운명을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가 결정했듯 <차일드 인 타임> 역시 아동 문제를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차일드 인 타임>은 깊은 울림을 지닌 작품이다. 다만 이 울림이 단편적인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곱씹을 필요가 있다. 1시간 반의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세 가지 시점을 밀도 높게 담아냈고 설명보다는 은유를 통한 이해를 유도하는 장면이 많다. 영화가 담고 있는 건 아이를 잃은 가족의 슬픔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한 세상을 만들지 못하는 모두의 슬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동화 작가 스티븐(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딸 케이트(베아트리체 화이트)를 잃어버린다. "분명 저기에 있었는데 사라져버렸어"라는 스티븐의 말은 아버지의 깊은 슬픔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한 분노를 담아낸다. 이 문제로 아내 줄리(켈리 맥도날드)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다. 딸을 잊지 못하는 스티븐은 여전히 케이트를 찾아다니고 아이의 방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놔둔다.

 

▲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작품의 첫 번째 시점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절실함이다. 케이트를 잊지 못하는 스티븐과 슬픔에서 멀어지기 위해 시골 마을에서 홀로 생활 중인 줄리의 모습은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부모를 조명한다. 이들이 지닌 공통된 감정은 죄책감이다. 줄리는 세상과 떨어진 고독을 택하며 세상 어딘가 홀로 남겨져 있을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스티븐은 물고기가 되는 소년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숨을 참는다. 욕조에 얼굴을 넣고 숨을 참는데 이는 케이트를 잊기 위한 스티븐의 노력에 해당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물고기가 되어 넓은 바다로 가고 싶은 소년의 마음처럼 스티븐은 마음의 죄책감을 내보내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수조 안의 물고기들처럼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두 번째 시점은 아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라는 점이다. 줄리의 집으로 향한 스티븐이 그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환영을 보며 예전에 온 듯한 경험을 하는 장면은 생뚱맞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이 환영이 어머니가 스티븐을 임신했을 때 그곳으로 여행을 갔던 경험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야기 사이의 연결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이와 연관된 장면이 필요했던 이유는 아이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존재임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칠드런 액트>에서 보여줬던 문제의식과 연관성을 지닌다. 아이는 그 자체만으로 합당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여기기에 어른에 의해 모든 선택을 강요받는다. 특히 태아의 경우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선과 낙태의 문제가 공존한다. 태아는 그저 세포덩어리고 어떠한 의식과 생명의 가치도 지니지 않는다 보는 거다.

 

하지만 스티븐이 뱃속에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장면은 어린 생명도 기억과 감정을 지니며 인간된 권리를 지닌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아동교육 회의에 스티븐이 회원으로 참석한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이 장면에서 강사는 아동에게 글을 가르치는 연령을 제한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한다. 이에 스티븐은 글을 읽고 배우는 순간이 부모에게도 그리고 아이에게도 얼마나 뜻 깊은 순간인지를 강조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도, 어른들의 정책에 따라 권리를 제한받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주체성을 지닌 인격체다. 이 두 번째 시점이 중요한 건 세 번째 시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티븐의 동화를 내주는 출판사의 편집장이자 정부에서 일을 하는 찰스가 숲에서 생활하는 장면은 세 번째 시점인 아이들을 향해 어른들이 지녀야 될 죄책감에 대해 언급한다.

 

▲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정부의 새 아동정책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고지식하고 낡은 것이다. 이를 바꾸고자 아동교육 회의가 소집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내지만 쉽지 않다.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고 관리가 편한 현재의 교육방침을 유지하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찰스가 숲을 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찰스는 숲에서 너무나 자유분방한 삶을 누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숲속을 뛰어다니고 나뭇가지로 아지트를 만든다. 언뜻 봐서는 소년 같은 앳된 마음을 지닌 것만 같지만 뛰어난 브레인인 그에게 이 행동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수행이다. 찰스는 어른의 입장에 서서 아이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부정책을 수행하는데 반감을 느꼈고 직접 숲속에서 아이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자 한다.

 

이런 찰스의 모습은 스티븐의 슬픔과 연결된다. 아이를 잃는 슬픔은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만큼 아이는 소중하고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그 뜻을 존중해주고 싶다. 하지만 세상의 어른들은 고지식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그들의 주체적인 의사나 마음 속 바람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차일드 인 타임>은 <칠드런 액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아동 문제를 진중하게 조명한다. 어른이 지닌 가장 큰 사명감은 미래세대를 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과연 진정으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 선택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신념과 편의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는지 하는 질문을 다시 한 번 제시하며 극장 문을 나서는 모두에게 중요한 숙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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