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의 차이? AI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의 마더(아이 엠 마더)' / 인간은 불완전함에서 완성된다

한재훈 | 기사승인 2020/01/03 [10:15]

'인간'과 AI의 차이? AI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의 마더(아이 엠 마더)' / 인간은 불완전함에서 완성된다

한재훈 | 입력 : 2020/01/03 [10:15]

* 주의!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나의 마더(I am Mother)'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씨네리와인드|한재훈 에디터] 최근 SF 장르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이라는 이야기를 갖고 풀어나가는 추세다. 그리고 SF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넷플릭스도 이러한 내용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 엠 마더(I AM MOTHER)'(한국제목 '나의 마더')는 웰메이드 넷플릭스 콘텐츠로 꼽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이 엠 마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마더', '소녀', '침입자' 이렇게 단 세 명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 '등장하는 캐릭터'라고 말하는 쓰는 이유는 '마더'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인간들은 항상 전쟁을 해 왔다. 얼마나 큰 무력 충돌이 있었느냐와는 상관 없이 인간은 항상 만족하거나 평화롭게 살지 못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한다. '아이 엠 마더'의 스토리도 이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쟁이 일어나고 인류가 멸종한다. 인간이 만들어 둔 인류 재건(재생산)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여기에 배치된 높은 기술의 로봇 하나, 즉 '소녀'에게 엄마 같은 존재인 일명 '마더'라고 불리는 로봇이 '소녀'를 키워낸다. 그리고 이 소녀는 도덕적으로 흠집 없는 완벽한 소녀로 성장한다. 

 

▲ '나의 마더'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엄마'라는 존재는 모성애가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니,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우리는 인간만이 모성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아이 엠 마더'의 마더는 인간이 아닌 로봇인데 모성애가 있을 수 있을까? 항상 바깥 세계를 궁금해하는 소녀에게 마더는 실내가 외부에 조금만 노출되거나 소녀가 바깥에 관심을 가져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이를 막는다. 표면적으로는 바깥이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마더'가 계획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마더'는 극 중에서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는 로봇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미 '트로이', '스파이', '인시디어스' 등으로 익숙한 배우 '로즈 번(Rose Byrne)'이 마더의 목소리를 맡았다.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로봇과는 달리 '마더'라는 로봇은 인간을 닮은 목소리를 구사하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적인 목소리이지만 간혹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말투나 어조는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로봇이 한 생명을 혼자 키워내는 모습을 보며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의 여지를 준다.   

 

▲ '나의 마더'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소녀'는 로봇과 침입자 사이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등한다. 지금껏 벙커 안에서만 살았던 소녀에게 로봇과 침입자는 서로 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기에 둘 중 하나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금껏 '소녀'를 올바르게 키워내려 했던 '마더'에 대한 신뢰는 이 때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더'는 '소녀'에게 철저하게 '모든 것'을 가르치려 한다. 인류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르치고,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막고자 옳고 그른 것을 확실하게 나눈다. 기초 지식, 종이접기, 수학, 언어부터 시작해 발레, 의학 등 인류가 축적해 놓은 다양한 지식을 소녀에게 가르친다. 교육자로서, 때로는 보호자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한다. AI는 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나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나 해결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AI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영화 내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마더'를 통해 '아이 엠 마더'는 작품 내내 '모성'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말한다.         

 


 

* 주의! 여기에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더'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기에 과연 실패 없이 '소녀'를 완벽하게 키워냈을까? 인류 재건 프로젝트는 미리 저장해둔 태아 씨앗를 생명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이다. 영화 중반부를 조금 넘을 때 살짝 지나가는 장면에서 '소녀'가 첫 번째 아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저장된 배아 세포 2개가 비어 있었다. 즉, '소녀' 이전에도 2명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두 개의 배아 세포 (APX 01, APX 02)가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저장된 유골은 하나 뿐이라는 것이 '소녀'에 의해 발견된다. 즉, 인류가 멸종한 후 첫 번째 아이는 외부로 도망쳤고 두 번째 아이는 죽었다는 말이 된다.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시기와 그 아이가 현재 몇 살일지를 추측해보면 도망친 첫 번째 아이가 추후 '소녀'를 찾아온 '침입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침입자가 소녀를 찾아와 말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소녀'는 '침입자'(APX 01)에게 다른 가족이 있다는 말과 밖에 생존자들이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마더'에게 문을 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더가 위험하다고 했던 밖으로 소녀가 나갈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이성적이기만 하던 마더라는 존재가 '침입자'가 '소녀'를 인질로 잡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물러나는 듯한 태도는 관객들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항상 소녀의 우위에 있는 듯한 로봇과 항상 그에 순응하며 살았던 소녀의 태도가 그 동안의 세상을 지탱하던 버팀목이었는데, 이에 반항하는 소녀와 이러한 태도에 달리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듯한 마더의 태도가 보여진다. 이러한 마더의 태도까지 마더가 계획한 것의 일부였다.  

    

'마더'는 '소녀'에게 항상 밖에 인간을 죽이는 드로이드가 돌아다닌다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벙커에만 갇혀 살던 소녀는 밖의 모습을 보고자 침입자를 따라 나가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본성으로 지니고 있다. 문과, 이과 상관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러한 본성 탓에 밖으로 나간 소녀는 침입자 APX 01의 거주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갇혀 있지 않고 밖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바깥 세상이지만 소녀가 상상한 바깥 세상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가 내린 결정은 다시 '마더'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단, '마더' 또한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나서 '마더'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인류와 자신의 숙명을 위해 꼭 해야 할 임무를 다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 인류를 키워내야 한다는 소녀의 깨달음이자 다짐이었다. 

 

▲ '나의 마더'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소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또 다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장면은 수 많은 드로이드가 집을 에워싸고 있던 장면이었다. '마더'가 '소녀'에게 평생을 위험하다고 가르쳤던 그 드로이드들이 소녀가 마더를 만나러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별다른 제재 없이 들여보내준다. '마더'는 밖에 있는 드로이드와 다른 점이 없는 로봇이었던 것이다. 마더는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 존재였다. 영화를 통해 마지막 부분을 보면 '마더'는 드로이드들을 관리하던 상위 시스템이었을 수도 있다. 드로이드 그 자체였던 '마더'가 '소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나는 사라지지만, 항상 나는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면서 "나를 다시 만나고 싶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드로이드를 찾아라"고 말했던 이유일 것이다. 

 

로봇은 '소녀'보다 앞섰던 인간 두 명을 기르는 시도에 실패했다. 4번째 인류 생산인 '소녀'의 동생인 APX 04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마더와 소녀는 차이를 보인다. 소녀는 침입자를 따라 밖으로 나갈 때도 자신의 동생인 APX 04를 데리고 가고자 한다. 안에서 자신보다 이전 시도였던 APX 02의 유골을 확인한 '소녀'는 '마더'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고 APX 04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실패한 이전 인간들에 대해 '마더'는 실패, 중단이라는 결론을 내린 반면, '소녀'는 인간이라면 완벽할 수 없기에 가르치고 올바르게 인도해야 한다며 개별적인 한 명의 인간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가 APX 04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직접 키우기 위해서 '마더'는 없어져야 했고, 마더는 그런 소녀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더'는 여전히 뛰어나고 대단한 존재였지만, 3번째 인간인 '소녀'가 성장해 어머니가 될 자격이 충분해지자 이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첫 인간 어머니를 키워내려는 '마더'의 목표는 달성되었기에 더 이상의 존재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APX 04를 키우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소녀의 말에 마더는 이를 허락한다. 그리고 총을 자신의 CPU에 갖다대고 발사해 사라짐으로써 '마더'는 '안녕, 내 딸(Goodbye, daughter)'이라는 말과 함께 '소녀'에게 엄마라는 역할을 남긴 채 떠난다.    

 

▲ '나의 마더'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마더'는 인류가 멸종할 경우를 대비하여 인류를 재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인류를 없앤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더'였다. 마더는 인류의 잔혹한 모습과 비윤리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멸종시켰다. 그리고 완벽한 인간, 세상을 만들겠다고 인류 재생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얼핏 보면 어이 없는 상황이지만, 어쩌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AI이기에 이러한 판단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중반부 정도부터 '아이 엠 마더'의 결말을 예상했지만, 이 영화의 반전은 꽤나 세고 충격적임에 틀림없다.  

 

'마더'는 본래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APX 03인 '소녀'를 대할 때도 이런 태도를 볼 수 있다.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아이가 울면 분유를 타서 먹이기도 하며, 숨박꼭질을 같이 하기도 한다. 비록 첫 번째 아이는 탈출하고 두 번째 아이는 테스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소각장에서 살해당했지만, 세 번째 아이에게는 엄마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과연 모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AI는 과연 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과연 완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나의 마더'다. 

 

 

한재훈 에디터 jiibangforev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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