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당한 소녀에게 다가온 친구..아름답고도 아픈 영화의 여운

[프리뷰] '소녀가 소녀에게' / 1월 0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1/03 [15:24]

따돌림 당한 소녀에게 다가온 친구..아름답고도 아픈 영화의 여운

[프리뷰] '소녀가 소녀에게' / 1월 0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1/03 [15:24]

▲ '소녀가 소녀에게'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소녀가 소녀에게' 속 입시와 왕따 문제로 고통 받는 고등학생 미유리의 사진첩에는 웃는 얼굴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부부싸움 속에서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어 버린다. 숲속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그녀는 손목 위에 올라온 누에에게 위안을 받는다.

 

누에는 미유리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누에에게 츠무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집에서 키우던 미유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아이들에 의해 츠무기를 잃어버린다. 절망에 빠져 다시 자살을 시도하던 미유리 앞에 토미타라는 신비로운 소녀가 나타난다. 미유리의 자살을 막은 토미타는 도쿄에서 온 전학생. 토미타의 도움으로 미유리는 반 친구들과 가까워진다.

 

▲ '소녀가 소녀에게'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미유리는 토미타가 츠무기라고 생각한다. 토미타의 몸에서는 누에처럼 실이 나오고 자신이 츠무기에게 잘 대해줬던 것처럼 토미타 역시 과거의 자신과 닮았다며 미유리에게 애정을 보인다. 소녀들의 우정과 상처의 회복을 보여줄 줄 알았던 영화는 오히려 우울과 회복되지 않는 상흔에 주목한다.

 

이는 누에로 대표되는 '벌레'의 속성과 연관되어 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을 벌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고통을 얻고 상처를 받을지 생각하지 못하는 마음은 벌레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누에고치를 끓는 물에 넣는 실험을 하는 장면이다.

 

"벌레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교사의 말에 따라 학생들은 누에고치를 집어넣는다. 하지만 토미타는 그러질 못하고 끓는 물이 담긴 비커를 홧김에 내리치다 손을 다친다. 누에가 온몸을 실로 감싸는 건 인간에게 실을 주기 위해서가 아닌 나방이 되기 위해서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방이 되기 위해 누에는 실을 내뿜는다. 하지만 인간은 나방이 되는 그 순간을 누에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 '소녀가 소녀에게'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이 슬픔은 미유리와 토미타가 겪는 고통과 연관되어 있다. 벌레가 말을 하지 못해 자신의 꿈과 고통을 남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처럼 두 사람 또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창시절은 누구보다 밝고 빛나는 청춘의 시기지만 남을 밟고 올라서야 되며 미래를 위해 현재의 슬픔을 감내해야 되는 잔혹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영화의 감성은 초창기 이와이 슌지를 보는 듯하다. <러브레터>, < 4월 이야기 > 등 감수성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는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초기작들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화면과 대조되는 슬픔과 고통이라는 모순된 내용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푸른빛이 찬란한 풀밭에서 노래를 듣는 소년 유이치의 모습이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자책에 대한 유일한 탈출구가 노래임을 보여주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장면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코코가 석양과 바다가 어우러진 감상적인 풍경 속에 그녀를 사랑하는 츠무기 앞에서 자살하는 장면은 아름답고도 아픈 이와이 슌지의 '다크 월드'가 지닌 힘을 보여준다.

 

▲ '소녀가 소녀에게'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여긴 미유리가 토미타를 만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감상적인 화면과 함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풍경 속에 두 소녀가 서 있는 장면 그 자체만으로 회화의 감성을 풍긴다. 하지만 토미타가 겪는 삶의 염증과 공포가 이미지로 표현되고 구원을 얻었다 여긴 미유리가 그런 토미타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아름답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통해 깊은 슬픔을 조명한다.

 

<소녀가 소녀에게>는 에다 유키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스토리를 가져왔다 한다. 그런 점에서 표현에 있어 청춘이 느끼는 찬란한 아름다움과 그 시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련함이 담겨 있으면서 성장통이란 이름으로 치부되는 고통을 조명하며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이와이 ?지의 아름답고도 아픈 다크 월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영화는 짙은 감수성을 통해 잊히지 않는 긴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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