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하고 진보적인 새 교황, 종교와 삶을 이야기하다

'두 교황' / 넷플릭스 작품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1/03 [17:40]

소탈하고 진보적인 새 교황, 종교와 삶을 이야기하다

'두 교황' / 넷플릭스 작품

김준모 | 입력 : 2020/01/03 [17:40]

▲ '두 교황' 포스터.  © 넷플릭스(Netflix)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종교의 교리는 절대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 믿음에 밑바탕이 되지만 사회적인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 교리에 기반을 둔 폐쇄적 종교 정책은 내부의 비리와 부패라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었고 바티칸 내부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사제들의 성추문과 비리로 교단의 이미지가 추락한 때에 한 추기경이 은퇴를 고민하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자신의 편지에 대한 베네딕토의 답변에 따라 바티칸을 향한다. 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는 베르골리오와 베네딕토 16세의 만남은 이런 배경에서 성사된다.

 

두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혼자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 베네딕토와 달리 베르골리오는 여럿이 식사하는 걸 좋아하고 베네딕토가 스메타나의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반면 베르골리오는 아바의 노래를 좋아한다. 두 사람의 취향 차는 명확하다. 내향적인 베네딕토와 외향적인 베르골리오. 이 성향은 개인이 믿는 교리의 방향 역시 다름을 보인다.

 

▲ '두 교황'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베네딕토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며 강경파 교리에 정통하다. 해방신학이나 종교 다원주의, 개신교와 합동 미사에 반대한다. 반면 베르골리오는 청빈하고 소탈하며 진보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 대주교가 된 후에도 주교관 대신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을 타고 직접 음식을 해먹으며 빈민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베네딕토는 베르골리오가 새 교황의 적임자라 생각한다. 세상은 더 낮은 곳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며 베네딕토는 자신은 그 임무를 행하기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다 여긴다. '주님께서는 새 교황을 통해 이전 교황을 바로 잡으신다고 하더군요'라는 베네딕토의 말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마태복음의 말씀처럼 새 시대에 어울리는 교황은 자신이 아닌 베르골리오라 생각한다.

 

하지만 베르골리오는 교황의 위치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1970~198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 당시 베르골리오는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 타도를 외쳤던 다른 이들처럼 나서지 못했다. 그에게는 지켜야 될 신도들이 있었고 종교의 영역이 침범 받지 않도록 버텨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지켜봐야만 했던 죄책감이 남았다.

 

▲ '두 교황' 스틸컷.  © 넷플릭스(Netflix)



<두 교황>은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오해를 할 만큼 실존 인물인 두 교황과 닮은 조나단 프라이스, 안소니 홉킨스의 열연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명예를 위한 고집이 아닌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는 베네딕토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대해 고민하고 과거를 잊지 않는 베르골리오의 모습은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에게 교황의 위치란 정점이 아닌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취향 차로 인한 웃음과 갈등이 주는 재미와 함께 서로의 과거를 되짚어 가며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를 펼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종교 영화가 지닌 품격과 삶의 유연함과 신념을 함께 조명한다. 특히 독일과 브라질 출신의 두 교황이 함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관람하는 장면은 진지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가치와 신념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때 진정한 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상류 사회를 살아온 베네딕토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했던 베르골리오가 각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는 지점은 묘한 울림을 준다. 두 현자가 보여주는 '대화의 품격'은 따뜻한 감동과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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