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김준모 작가, "내 글에 만족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스타일 되는 것"

[신년특집 인터뷰] '미나의 언덕' 작가 겸 영화 기자, 김준모

한재훈 | 기사승인 2020/01/06 [15:00]

2020 신년특집|김준모 작가, "내 글에 만족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스타일 되는 것"

[신년특집 인터뷰] '미나의 언덕' 작가 겸 영화 기자, 김준모

한재훈 | 입력 : 2020/01/06 [15:00]

▲ 김준모 작가 / 사진=한재훈 에디터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한재훈 에디터] 씨네리와인드에서는 새해를 기념해 특집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 두번째 주인공은 2019년 단편소설집 '미나의 언덕'을 출간한 김준모 작가다. 영화 기자 겸 작가로 활동 중인 김준모 작가는 2017년 <영화, 그리고 세상>이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작년 말에는 '미나의 언덕'이라는 단편 소설집 출간을 통해 첫 소설집을 공개했다. 시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글을 쓰는 그의 이야기를 씨네리와인드가 들어봤다. 

 

 

반갑다. 씨네리와인드 독자들에게 인사를 해 달라.

 

전에는 루나글로벌스타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라고 한다. 책을 3권 낸 작가이기도 하다. 씨네 독자님들이 새해에 좋은 일 많이 있으시고 추운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미나의 언덕>은 공포/미스터리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평소에 이 분위기의 소설을 많이 쓰는지 궁금하다. 아니라면 다른 소설들은 얼마나 자주 쓰고, 다른 장르의 단편 소설을 묶어서 낼 생각도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요즘은 장르 소설이 유행한다. 저의 경우에도 학부 시절에 주로 썼던 게 장르소설인데, 그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더라. 미나의 언덕 같은 경우에는 학부에 썼던 작품 중에서 하나의 주제로만 묶었는데, 드라마 장르, 인간에 대한 작품, 코미디, 시를 주로 쓰고 있다. 

 

최근에 새로 단편 소설집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간이 겪는 고독과 우울을 주제로 해 묶어서 쓸 예정이다. 장르에 있어서는 공포 스릴러 장르도 있겠지만, 코미디나 로맨스도 준비 중이다. 공포 스릴러 도 좋아하지만 코미디도 되게 좋아해서 많이 쓴다. 원래 신춘문예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러한 스타일의 인간의 내면에 대한 작품이나 드라마 장르를 많이 썼다. 

 

김준모 작가는 '미나의 언덕'이라는 책에 대해 <풍선 피의 광대>, <설녀> 등은 꿈에서 기본이 되는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준모 작가는 평소에 꿈을 기록하거나 기억해 두는 습관이 있는지 물어봤다.  

 

▲ 김준모 작가가 31일, 씨네리와인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아무래도 꿈이라는 것은 깨어나는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데, 꿈을 기록해두는게 쉬운 건 아니다. 근데 어떤 꿈들은 잔상이 남는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갖춰져 있는 꿈들이 남는 것 같다. <피의 광대>는 후반부 장면을 꿈에서 봤는데, 여자가 자기의 정체성을 깨닫고 학교에 들어가서 살인을 저지르는게 그 안에서 기승전결이 되더라. 설녀도 비슷한 경우였다. 학교에서 설녀가 마을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죽이는 장면을 꿈에서 봤는데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느껴지더라. 그런 경우에는 기억이 조금 나지 않아도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미나의 언덕>에는 설녀, 유골, 풍선-피의 광대, 미나의 언덕, 명지, 세상 끝의 세상 등 총 6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단편을 하나 꼽아달라.

 

아무래도 '미나의 언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제목으로 썼다. (웃음) 그 작품의 경우에는 3번을 다시 쓴 작품이다. 아이디어를 맨 처음에 구상할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믿을 수 없는 배신을 당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얼마나 충격일지 생각해봤다.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면서 주인공이 느꼈을 배신감과 상실감, 그 사람에게 품었던 사랑이나 지워지지 않는 아픈 순간들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 '미나의 언덕' 책표지.  © 부크크



다른 작품도 간단히 소개해달라.

 

<설녀>의 경우에는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긴 했지만, 작품을 통해 주고 싶었던 감정은 ‘되게 강렬한 슬픔’이었다. 일본 설화 중에서 설녀 설화가 있는데, 설녀가 -남자를 사랑하고 남자가 결혼하지만 설녀가 말하지 말라고 한 비밀을 남자가 말해서 헤어지는 내용이다. 사랑의 슬픔을 현대식으로 재해석 해보고 싶었다. 학창 시절의 사랑이 오래 기억이 남지 않는가. 깊은 사랑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래서 '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골> 같은 경우에는 장편으로 기획했었는데, 캐릭터 설정이 단편으로 구상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다 싶어서 단편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작품도 작품을 꾸준하게 쓰면서 생각했던 게, 사람의 기억이라는 걸 소재로 많이 삼고 있는데 기억이라는 건 변덕이 심하다. 어떤 사람이랑 사귈 때도 행복했던 것 같은데, 헤어지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다. <유골>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모두 진짜인가, 내 안에서 기억이 바뀐 게 아닌가라는 내용을 담았다.  

 

책을 출간하고 준비하면서 글 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가장 큰 외적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나의 언덕' 같은 경우에는 자가출판인데, 오타 잡아주고 비문이 있으면 수정을 해 주는 과정이 따로 없으니 혼자서 다 해야 한다. 물론 친구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300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을 검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타 같은 경우에는 내가 봤을 때 자연스럽게 넘어가도, 다른 사람이 보면 또 보이는 게 있다. 책이 나온 후에 오타가 발견되기도 하고. 그런 아쉬움이 있다. 

 

평소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데, 책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혹시 신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달라.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니 좋아한다고 하긴 해야할 것 같은데 솔직히 영화를 더 많이 본다. (웃음) 책을 한 권 읽어도 많이 읽으려고 깊이 노력한다. 책은 에세이나 자기개발서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한다. 에세이나 개발서는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데, 소설 같은 경우 한 작품을 갖고도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나온다. 내면의 깊이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부분은 소설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온지 좀 된 작품이긴 한데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추천한다. 이 작품이 현대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경쟁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도태되는 사람이 있다. 도태된다고 하는게 자신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강하게 태어날 수는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더 인생이 힘들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달한다. 현대의 상실이나 슬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영화 기자의 좋은 점이 있나?

 

제일 좋은 점은 최신 영화를 빠르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극장 상영 시기를 놓치면 너무 늦게 만나는 영화들이 있다. VOD 발매가 늦어진다거나. 특히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점과 영화제에서 해외 유명 셀렙들과 인터뷰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점, 이런 점들이 좋다. 

 

▲ 김준모 작가가 31일, 씨네리와인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시각적 요소는 영화는 더 강하다. 그 나라에 가 보지 않아도,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아도 영화는 그걸 경험하게 해 주는 매체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점에서 책 한 권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시간적으로 더 유용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음악도 있고 소설 같은 글도 있고, 미술도 있고. 복합적인 예술을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채로운 거  좋다. 

 

김준모 작가는 본인이 만족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영화 글이라는 게 영화도 굉장히 다양한데, 글도 당연히 다양하다고. 누구는 평론가처럼, 누구는 칼럼 에세이처럼, 누구는 주관적인 감정을 많이 넣어서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준모 작가는 글을 썼을 때 평가 기준을 맞추려 하면 공감받기 힘들다고 말한다. 내가 글을 쓰고 만족했을 때 그 글은 내 스타일이 된다면서 김 작가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준모 작가는 작가와 기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작은 조언도 덧붙였다.

 

요즘에는 TV에 작가분들도 많이 나오고 강연도 많이 하는데 돈 많이 벌고 존중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어느 직업이나 다 그렇듯이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저렴한 표현을 하자면 작가는 밑천이 적게 든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뛰어들고, 다른 일을 하면서 작가를 하는 분들도 많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순수하게 '나는 글만 쓰겠다' 이게 힘들다. 작가를 하면서 중요한 건 단기간에 인정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깊이가 있고 자기 생각의 확립을 글로 나타내야 한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공감되고 해야 글의 가치가 높아진다.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나는 재주가 없구나 이럴 필요가 없고, 오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재훈 에디터 jiibangforev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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