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 선 두 사람의 불타오르는 사랑, 이들의 특별했던 순간

[프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1월 1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1/08 [14:30]

세상 끝에 선 두 사람의 불타오르는 사랑, 이들의 특별했던 순간

[프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1월 1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1/08 [14:30]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마치 불꽃처럼 타올랐던 두 여인의 사랑을 다룬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는 엘로이즈(아델 하에넬)라는 귀족 아가씨의 초상화 작업을 의뢰받는다.

 

그녀의 어머니는 엘로이즈가 작업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산책 친구인 척 접근해 몰래 얼굴을 관찰하고 초상화를 그려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를 꿈꾸는 마리안느는 그 까다로운 부탁을 수락한다. 화가란 정체를 숨기고 엘로이즈에게 접근한 마리안느는 그녀가 왜 초상화 작업을 거부하는지 궁금증을 지니게 된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씨나몬(주)홈초이스

 

마리안느는 하녀 소피(루아나 바야미)를 통해 엘로이즈의 언니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녀의 약혼자에게 보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오늘날 소개팅에 사진이 사용되는 것처럼 초상화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것. 엘로이즈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초상화를 보고 혼인을 승낙한 남자와 결혼해야 할 운명에 놓였다. 마리안느는 초상화를 완성시키지만 엘로이즈는 이 그림은 자신도 마리안느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마리안느는 초상화를 지운다.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그녀를 내쫓으려 하지만 엘로이즈는 갑자기 초상화 작업에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초상화를 그릴 시간을 주고 여행을 떠나는 이 5일 간을 통해 작품은 당시 사회의 억압과 여성 사이의 연대, 두 여성의 가슴 아픈 사랑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첫 번째로 억압은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통해 형상화된다. 초상화를 그리는 동안 대상은 자세도 바꾸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고정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신체는 물론 표정조차 뜻대로 할 수 없는 억압을 의미한다. 엘로이즈가 초상화를 그리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치 않는 결혼이기 때문이다. 억압을 받아들이지 않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다. 이 감정이 바뀌게 되는 건 엘로이즈가 마리안느에게 마음을 품으면서다.

 

엘로이즈는 마리안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초상화 작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리안느는 교감을 통해 엘로이즈에게 웃음을 가져다 준다. 억압을 이겨내기 위해 엘로이즈는 항상 화가 나 있었다. 분노가 행복을 누르고 있다는 엘로이즈의 말처럼 운명 앞에 행복하지 않았던 그녀는 마리안느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사랑으로 교감한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씨나몬(주)홈초이스

 

두 번째는 엘로이즈-마리안느-소피 사이의 계급을 초월한 연대다. 영화 속 저택에는 남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엘로이즈를 억압하는 존재는 그녀의 어머니인 백작 부인이다. 신분과 계층을 중시하는 그녀는 계급에 맞는 상대와의 혼인을 원한다. 그런 백작 부인이 사라진 순간, 저택에 남은 세 여인은 연대를 이룬다. 귀족인 엘로이즈와 평민인 마리안느, 하녀 소피는 같이 카드 게임을 하고 한 침대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식탁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장면이다. 소피는 바느질을 하고 있고 마리안느는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른다. 그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이는 엘로이즈다. 이들의 연대는 소피가 낙태를 준비하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적극적으로 소피가 낙태를 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세 사람은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를 위하는 연대를 보여준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씨나몬(주)홈초이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사랑은 당시 보수적이었던 18세기 프랑스에서 절대 허락될 수 없는 관계였다. 저택 밖은 절벽과 바다로 이어져 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엘로이즈에게 탈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옥에 갇힌 그녀에게 마리안느의 붓과 물감은 오르페우스의 리라 소리와 같았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사랑이란 감정을 자연스럽게 피어나게 만든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제목 그대로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그 열기만큼 빠르게 식어버리지만 따스하게 몸을 녹였던 그 순간의 감정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금기'와 '차별'이 가득했던 시대 서로를 향한 사랑과 연대로 이를 이겨내고자 했던 두 사람의 특별했던 순간은 아름다운 선율로 남아 마음을 요동치게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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