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가 현대사회에 부여하는 깊이 있는 울림

오승재 | 기사입력 2019/04/07 [10:30]

‘스포트라이트’가 현대사회에 부여하는 깊이 있는 울림

오승재 | 입력 : 2019/04/07 [10:30]

▲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 (주) 오픈 로드 필름스



 

모더니티(Modernity)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포스트 모더니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과학 및 산업의 진보와 발달을 이뤄낸 경이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한편, 사회의 중심축이 자본이 되면서 인간소외가 구조화된 비극의 시대이기도 하다. 자연정복 결과로 얻어낸 인간발달 진보 뒷면의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의 주체성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인간은 특정 계급이 특정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였다. 이때 지배층이 여론을 선동하기 위해 선택한 주요 수단은 미디어 콘텐츠와 언론보도이다. 종교, 믿음의 축소와 전문가가 부여한 정보에 대한 맹신은 곧 대중들의 지배적-헤게모니적 해독(Dominant-Hegemonic reading)으로 이어져 부분적 맥락과 사실이 부각, 배제된 편향적 정보가 대중의 이데올로기 및 주류담론이 되었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구조화된 인간소외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술의 발전을 통한 수많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우후죽순처럼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정보유입,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 산업 환경, 수많은 경쟁사들의 등장은 자극적인 콘텐츠와 옐로우 저널리즘을 양산했다. 한 사회 내에서 비판적 관점과 주체적 정체성을 지니지 못할 시 낙오와 여론조작에 휩쓸릴 확률이 농후하다. 모더니티에서 초래된 인간소외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디어 콘텐츠의재현, 담론에 숨겨진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한 후 미디어 메시지를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 및 재생산해낼 수 있는 비판적 리터러시 능력이 필수적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기존 상업영화 제작관행에 탈피한 냉철한 메시지 전달과 정론직필한 언론의 필요성을 효과적인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해당영화는 외연 상으로 단순한 가톨릭교회에서 벌어진 만행을 다룬 사회고발영화이지만 감독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사간 지나친 속보 경쟁으로 인한 객관보도 및 균형보도의 결여의 산물인 옐로우 저널리즘과 상업영화의 잘못된 방향성 비판이다. 더 나아가 관객들에 보편화된 자극적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의 질을 등한시하는 언론보도를 접할 때 교섭적 해독(Negotiated reading), 대항적 해독(Oppositional reading)과 같은 비판적 리터러시 능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영화 산업, 언론사, 관객 모두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로 존 매카시 감독은 영화의 성공을 위해 기존 흥행방식을 차용하지 않았다. 현재 영화산업은 배급사와 투자자의 영향력 증가로 영화 소유권은 본인들에 있음을 강조하며, 수익창출을 위해 더욱이 자극적이고 상업영화의 흥행방식을 따르기를 제작자에 강요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관객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주제, 좋은 스토리텔링, 알권리 보장 등 관객을 위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해도 눈을 사로잡을만한 요소가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 도태된다.

 

 

메인스트림의 성공요소를 따르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특별한 자극과 과장 없이 관객들에게 극도의 몰입감과 묵직한 메시지를 부여함과 동시에 상업적 성공까지 쟁취했다. 만약 스포트라이트도 보편적 상업영화처럼 제작되었다면 신부의 성폭력 씬을 반복 및 지속적으로 배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관객의 분노를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관행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일시적 분노와 감정적 반응에 의거한 해독만 이루어질 뿐 문제의 개선과 향후 유사한 문제의 재발방지와 같은 심층적 미디어 리터러시가 상당부분 제한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른 취재과정이 시간 순으로 배열된 선형적 내러티브로 진행되며 직접적인 피해 장면을 배제한 채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취재를 지시한 편집국장, 거대조직의 부정적 보도를 억제 및 은폐하는 언론사의 구조, 성폭력 가해자 및 피해자, 변호사들에 특정 모습을 부각, 배제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다루었다. 그 결과 보스턴 가톨릭 교구의 성폭력 사실과 감독이 부여한 메시지가 특정 장면, 캐릭터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스포트라이트 팀이 기자의 본질에 입각한 태도와 보도방식은 전문성이 결여된 불공정성, 선정성으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키는 언론사들에 반성과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때 나는 수습기자로서 언론사와 기자들이 가지는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 저널리즘의 사회적 기능인 권력과 비리 감시, 사회적 규범 강화, 사회개혁,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언론사의 상업적 성공에 기여해야할 의무를 동시에 지닌다.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주저 없이 국민의 알권리를 선택했다. 편집국장은 지난 30년간 행해진 보스턴 가톨릭 교구의 신부들의 성추행의 정황을 포착하고 스포트라이트 팀에 탐사보도를 지시한다. 그러자 로빈슨 팀장의 지휘 하에 팀원들은 모든 정보를 공유 및 교감하며 팀 내부의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그들은 자극적이고 신속한 보도를 위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서슴없이 들추지 않았다.피해자들이 마음을 열수 있도록 교감, 설득했다. 상호 간 신뢰형성 후에 행해진 증언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다. 증언과 더불어 확실한 증거확보를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한 자료들을 모두 확인하고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변호사, 많은 취재원, 신부들의 정신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까지 만나며 증거를 수집했다. 그 결과 가해자는 1명이 아닌 무려 87명이었다. 가톨릭과 언론, 법조계의 구조적 은폐가 초래한 산물이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서서히 구조개선을 도모한 이들

 

스포트라이트 팀은 목사 개개인의 악행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단편적 보도와 이슈에 그친다는 판단 하에 조직적으로 은폐할 수 있었던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서두르지 않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Slow, Methodical) 저널리즘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 스포트라이트는 관객들에 내제되어있던 무의식을 일깨웠다 스포트라이트의 외연 상 의미는 자극적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는 보편적 사회고발영화이다. 표면적 의미와는 다르게 <스포트라이트>는 사회문제와 부조리를 은폐했던 구조를 깊이 있게 다루어 관객들이 높은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사회문제에 관해 감정적 반응이 아닌 비판적 사고로 접근하자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이를 통해 영화로써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휩쓴 성공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으며, 실존하는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 또한 언론의 억압적 구조 속에서 거대권력의 비리를 파헤치고 구조적 개선을 이뤄낸 탐사보도의 신화(Myth)가 되었다. 위의 해독과정을 통해 사회문제 개선에 대한 의무감이 생성된다. 또한 현 언론의 실태와 더불어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옐로우 저널리즘에 저항할 비판적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한 시점

 

<스포트라이트>는 언론보도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자극적 요소에 길들여지기보다 비판적 리터러시를 통한 사회적 경험과 지식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의 생성으로 수용자들은 보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받지만 쏟아지는 정보를 분별함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 없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태도는 모더니티에서 초래된 인간소외가 반복될 확률이 농후하다. 해당 영화의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는 주체성을 가지고 비판적 리터러시와 더불어 각자의 영역에서 모두가 스포트라이트 팀이 되어 사회발전을 도모해야한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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