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다, 전쟁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이 영화 <1917>

[프리뷰] '1917' / 2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06 [09:15]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다, 전쟁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이 영화 <1917>

[프리뷰] '1917' / 2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06 [09:15]

▲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문제를 다룬 <아메리칸 뷰티>였다. 이 영화의 감독 샘 멘데스는 데뷔작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오슨 웰즈 이후 두 번째로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감독이 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오던 그는 올해 두 번째로 아카데미 작품-감독상을 손에 넣을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해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손꼽히는 <1917>은 <자헤드> 이후 샘 멘데스 감독의 두 번째 전쟁영화다.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는 이 영화는 기존 영화제들을 석권하던 웰메이드 영화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보통의 웰메이드 영화가 각본상과 배우상에 후보를 노미네이트 시키는 반면 <1917>은 연출과 기술적인 측면만 후보에 올라왔다. 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를 연기와 각본이 아닌 체험감에 둔 이 영화만의 특징에서 비롯되었다 볼 수 있다.

 

▲ '1917'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이 영화의 각본에는 특별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전쟁영화들이 보여줬던 모든 클리셰를 반복하고 있다. 가족의 사진을 꺼내보는 장면이나 소수의 인원에게 위험한 임무를 전달하는 장면, 위기 상황에서 여성 또는 아이 민간인을 만나는 장면 등은 기존 전쟁영화들이 보여줬던 익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클리셰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비결은 전쟁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 평할 수 있는 전개에 있다.

 

1차 대전이 한창인 1917,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영국군은 갑작스러운 독일군의 퇴각이 습격을 위한 함정임을 알게 된다. 문제는 매켄지 중령이 이끄는 부대가 이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에린무어 장군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 두 병사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란 임무를 맡긴다.

 

형이 매켄지 중령의 부대에 있다는 점 때문에 블레이크는 서둘러 임무를 수행하고 싶어한다. 반면 블레이크에 의해 얼떨결에 임무에 합류한 스코필드는 목숨이 걸린 무모한 임무에 합류하게 된 점에 대해 반감을 표한다. 훈장을 받을 만큼 타고난 능력을 지닌 스코필드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목숨이다.

 

▲ '1917'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이 임무를 하달 받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원 컨티뉴어스 숏으로 진행되는 방법을 택한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버드맨>이 택했던 이 촬영 방법은 장면을 한 번에 촬영하는 원 테이크와 달리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때문에 장면의 길이와 세트장의 길이가 일치해야 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했다. 리허설에만 4개월이 소요된 이유다.

 

이런 노력은 전쟁을 완벽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두 병사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한 순간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저격수를 조심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지친 표정으로 참호에 주저앉아 있는 병사들의 모습과 말과 사람의 시체가 널브러진 전장을 지나가는 두 병사의 모습은 전쟁의 피로와 긴박감을 교차로 전해주며 그 감정에 깊게 빠지게 만든다.

 

두 주인공을 카메라가 계속 따라간다는 점에서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몰입감은 총탄이 오갈 때 그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대표적으로 무너진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뽑을 수 있다. 무너진 다리를 뛰어넘어 건너던 중 시야 밖에서 총알이 날아온다. 이 순간 관객들은 주인공 못지않게 긴장감을 느끼게 되며 오직 주인공만 비추는 카메라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숨을 졸이게 된다.

 

▲ '1917'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기존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한 POV(1인칭 시점) 영화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지나치게 게임 같은 구성과 체험감에 중점을 둔 나머지 영화가 주는 감정적인 쾌감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는 리듬감과 의미부여를 통해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액션과 드라마를 적절히 섞으면서 관객들이 감정에 빠져 들 시간을 부여한다. 체험감에 집중한 나머지 끊임없는 액션으로 피로감을 누적시키지 않는다.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일깨워주는 체험을 쾌감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체험이 쾌감이 된다면 게임과 같은 1차적인 경험으로 영화의 가치는 남게 된다. 도입부 참호 속 퀭하고 지친 병사들과 신체가 절단되고 고통에 시달리는 부상병들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끊김 없이 보여주며 전쟁이 지닌 염증과 고통,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강렬한 반전의 메시지를 심어둔다.

 

<1917>은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가 지닌 한계를 기술적인 변화로 극복하고자 하는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원 컨티뉴어스 숏이 지닌 진가를 보여주며 영화적 체험이 오락적인 측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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