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상> 흐릿한 그림을 통해 사랑과 진실의 가치를 말하다

[프리뷰] '작가 미상' / 2월 2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07 [09:45]

<작가 미상> 흐릿한 그림을 통해 사랑과 진실의 가치를 말하다

[프리뷰] '작가 미상' / 2월 2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07 [09:45]

▲ '작가 미상'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작가 미상><타인의 삶>을 통해 분단 당시의 독일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독일 복귀작으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2차 대전부터 분단 독일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실존하는 최고의 현대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삶과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쿠르트 바르트너의 어린 시절과 2차 대전이다. 어린 시절 쿠르트는 이모 엘리자베스를 따라 미술관을 향하곤 했다. 그에게 꿈을 심어준 이모는 교사인 쿠르트의 아버지가 혜택을 포기하고 나치 당원에 가입하지 않은 게 자랑스럽다 말한다.

 

하지만 그런 엘리자베스는 히틀러에게 꽃을 주는 당원으로 뽑힌 뒤 그에게 빠져버리고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 나체로 옷을 벗고 피아노를 연주하다 머리에서도 소리가 난다며 재떨이로 머리를 치는 모습은 어린 쿠르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 '작가 미상'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당시 나치는 우성학에 따라 육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열성분자로 분류,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이에 엘리자베스 역시 강제로 입원을 당한다. 쿠르트는 손바닥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는데 손바닥을 펼쳤다 접으면 선명한 이미지가 흐릿하게 바뀐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보고 싶지 않은 순간을 지워낸다.

 

두 번째는 대학에 간 쿠르트와 엘리와의 만남이다. 종전 후 독일은 반으로 나뉘고 쿠르트는 소련 치하의 동독에 머무른다. 미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배우게 된다. 전쟁 이전 유행했던 표현주의에 반대되는 학파로 사회주의 사상과 관련된 그림만을 그리며 이와 관련된 교육만이 대학에서 이뤄진다. 이에 쿠르트는 그가 그리고 싶어 하는 회화를 마음껏 그리지 못한다.

 

뛰어난 재능은 인정받지만 예술의 혼을 불태우지 못하는 그는 어느 날 이모와 이름이 똑같은 엘리자베스(별칭 엘리)라는 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쿠르트는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엘리의 작전에 의해 집에 낸 하숙방에 하숙생으로 들어온 쿠르트는 그녀의 아버지와 운명적인 만남을 나눈다.

 

▲ '작가 미상'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독일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인 엘리의 아버지 칼은 나치에 가담한 의사로 그녀의 이모를 열성으로 분류하고 끔찍한 고통을 겪게 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쿠르트는 이모가 열성 판정을 받은 병원 안에서 칼의 그림을 그려준다.

 

세 번째는 서독을 향한 쿠르트와 새로운 예술세계의 경험이다. 동독에서 성공적인 길을 달렸지만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던 쿠르트는 서독을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의 현대미술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쿠르트는 갈등을 겪는다. 그가 가장 잘 할 줄 아는 회화는 죽은 미술취급을 받으며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쿠르트는 동료들을 따라 캔버스를 찢어보기도 하고 물감을 흘리고 튀겨 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예술을 찾지 못한다. 서독에만 도착하면 잠재되어 있던 예술에 대한 갈망을 풀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자신만의 미술을 찾지 못한다. 여기에 칼은 가난하고 이룬 거 없는 예술가인 쿠르트를 챙겨주는 척 힐난하며 힘겹게 만든다.

 

▲ '작가 미상'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작품은 2차 대전과 쿠르트의 예술 사이의 관계를 절묘하게 조합시키며 왜 전쟁과 예술이어야 했나는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이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추구한 포토 페인팅 기법과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나치가 가져온 전체주의 사이의 연관성에서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사진을 바탕으로 한 그림은 잘못 인화된 사진처럼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그는 정확하게 초점이 맞은 이미지보다 흐릿한 캔버스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 그림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흐렸다.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흐릿한 잔상을 통해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 여겼다. 그래서 나치가 말하는 선전과 선동에 휘둘렸다. 1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가난에 시달렸고 강한 독일, 부유한 독일을 약속한 히틀러의 말은 달콤한 속삭임처럼 다가왔다.

 

우성학과 관련된 선동은 이모 엘리자베스가 꿈꿨던 예술에 관한 꿈과 미래를 앗아갔다. 실질적으로 그녀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국가 예산을 낭비한다는 말은 흐릿한 진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흐릿한 선동은 진실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진실은 실체가 없기에 흐릿하다 여겨지고 선동은 실체가 있는 실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 '작가 미상'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오직 선전과 선동이라는 흐릿한 사상을 그리지만 작가 내면의 세계를 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체로 여겨진다. 이에 쿠르트는 두 가지 가치를 통해 이런 흐릿한 세상 속에서 실체를 찾고자 한다. 그 가치는 사랑과 진실에 있다. 과거 엘리자베스가 그를 사랑해주었고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거처럼 그는 엘리에게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엘리와 나체로 몸을 맞대고 있는 순간 쿠르트는 따뜻한 실체를 느낀다.

 

이런 사랑의 가치를 지치기 위해 찾고자 하는 건 진실이다. 과거 쿠르트의 아버지는 나치에 의해 교직에 서지 못하자 결국 당원에 가입한다. 나치가 패망한 뒤 그는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교권을 잡지 못한다. 교사의 4분의 3이 나치 당원이었다는 말에 교장 선생은 나머지 4분의 1인 선생을 교단에 세우겠다 말한다. 그들만이 변하지 않는 가치인 진실을 보았고 추구했으며 이를 미래세대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르트는 그림의 원본이 된 사진에 대해 작가 미상이라 말한다. 명확한 진실을 담고 있다 여기는 사진은 흐릿하다. 나치 당원인 칼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만 보면 자상한 아버지로 착각할 만큼 말이다. 그래서 사진을 흐릿하게 그리고 원본의 작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 흐릿한 세상 속에서 진실을 찾길 바라며.

 

<작가 미상>은 한 개인의 일대기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담아낸 대작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할리우드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대부> 등 긴 런닝타임에 시대정신을 담아낸 대작들이 즐비했으나 최근 2시간이 넘어가는 대작이 코믹스에 기반을 둔 히어로 물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아쉬움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은 그런 갈증을 해소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사랑과 정치, 예술에 대한 가치를 모두 담아낸 이 거대한 드라마는 가슴 뛰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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