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인간존재에 대한 고찰, 영화 '남한산성'

유지민 | 기사입력 2019/04/09 [16:45]

나약한 인간존재에 대한 고찰, 영화 '남한산성'

유지민 | 입력 : 2019/04/09 [16:45]

 

▲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 네이버영화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하여 병자호란을 그려낸 2017년 사극영화의 대표작이다. 사실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과 같은 조선의 유명한 사건들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해서 대중입장에선 지루할 수도 있는 주제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는 어떠한 점에 주목해볼만 한가?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병자호란을 다룬 여러 영화들처럼 ‘전쟁과 그에 따른 승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장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남한산성』은 결과론적으로만 역사를 바라보는 형태에서 벗어나, 당대 사람들의 내면에 대해 지독하게 고찰함으로써 거역할 수 없던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 받던 인간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남한산성』의 영화구성이 다른 사극영화들과는 확연히 구별 될 만큼 특별하다고 느꼈고, ‘병자호란’이라는 사건에 대해 인물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조 : 나약한 우리들의 대표>
영화는 인조를 책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인품, 위엄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였다. 전형적인 암군으로 묘사되어 온 여타 매체에서의 인조 모습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워 하거나 패닉에 빠지기도 하는 등 긍정적으로만 그려지지는 않는다. 전쟁의 암울한 상황에서 왕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중립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왕도 그저 인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원작자인 김훈 작가와 황동혁 감독 모두 시사회 기자 회견에서 인조를 "위대한 임금은 아니지만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 받은 한 명의 나약한 개인"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두 사람 다 역사적 평가보다는 맥락적 상황을 토대로 인조에 대해 ‘온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점을 영화에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한산성』은 인조라는 인물에 대해 남들과는 달리 인물 중심의 차원에서 접근을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인조를 다르게 소개하고 있다.

 

<병자년의 백성이었던 우리>
책과 달리 영화에서는 조정에서 말(言)의 전쟁이 한참 일어날 때, 밖에서는 말(馬)먹이가 떨어져 추위에 떠는 병사들의 거적을 빼앗고 초가집의 지붕을 걷어가는 픽션 장면이 나온다. 거적을 빼앗긴 병사들은 동상의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지붕을 빼앗긴 백성들은 추운 겨울에 잠 잘 곳을 잃은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병자호란을 둘러싼 정치전쟁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픽션을 가미함으로써 그 시대 백성의 고통을 함께 다루고 있다. 원작은 명분론의 말로 성을 쌓는 김상헌과 현실론의 말로 길을 내는 최명길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영화는 이야기의 주제를 보다 현실문제로 좁혀 민초들의 모습을 더욱 담아내려 한 것이다.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 네이버영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권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고통 받았던 많은 사람들. 보통 병자호란을 다뤘던 다른 영화들을 살펴보면 이들은 장대한 전쟁장면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희생자로 배경을 꾸미거나,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장치로서만 기능해왔다. 그러나 『남한산성』은 몇백년 전 백성들이 전쟁을 겪으며 느꼈을 여러 시련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성해내어 우리에게 또다른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실적 해결책을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몸소 겪어야만 했던 사람들에 대한 포착. 남한산성은 우리에게 사극영화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해주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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