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넷플릭스로 디즈니 영화, 어떻게 즐겨야 할까

한 가지 테마를 기준으로 하는 세 가지의 컬렉션

강정화 | 기사승인 2020/02/12 [11:55]

기획|넷플릭스로 디즈니 영화, 어떻게 즐겨야 할까

한 가지 테마를 기준으로 하는 세 가지의 컬렉션

강정화 | 입력 : 2020/02/12 [11:55]

[씨네리와인드|강정화 리뷰어]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1, 2위를 경쟁하는 디즈니와 넷플릭스.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라는 새로운 OTT 서비스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넷플릭스에 있는 디즈니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모두 삭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최근에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었다. 넷플릭스로 디즈니 콘텐츠들을 반드시 빠르게 봐 두어야 할 필요성은 사라졌지만,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여전히 세계 콘텐츠 시장의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기에,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만한 리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디즈니 스튜디오뿐 아니라, 픽사, 20세기 폭스, 루카스필름, 마블 등 수많은 매력적인 영화사의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도 너무 많은 작품의 수에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을 위해, 한 가지 테마를 기준으로 정렬한, 세 가지의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해보았다. 리스트의 모든 작품은 철저히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작품들로만 엄선하였다. 여기서 제시한 새로운 관람 포인트를 기준으로, 영화들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1. 픽사식 무성영화 (토이스토리2, E, )

 

▲ 영화'월E'스틸컷.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은, 극영화보다 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픽사는 가끔, 대사라는 최소한의 도구조차 배제한 채, 이미지로만 표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극한으로 활용하여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이러한 픽사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첫째로, <토이스토리2>의 우디를 고치는 장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다. 할아버지의 섬세한 손길을 따라 우디가 깔끔히 고쳐지는 모습을 차분히 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아직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시기의 픽사 영화의 약간의 투박함조차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E>는 영화 전체가 무성영화의 스타일을 따른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스스로 부여한 한계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창의력"이라고 평했듯이, 이 영화는 대사 없이 이미지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낸다. 이미지들의 흐름을 따라 우주를 유랑하다 보면, 참신하고 귀여우면서 동시에 제법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한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소화기를 타고 우주를 유영하는 월E의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 다양한 고전들, 미술들에 대한 오마주 역시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대사 없이 5분 만에 한 사람의 인생을 일축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시퀀스는 정말 애니메이션만이 활용할 수 있는 카메라 워크를 활용한다. 부부가 아기의 방을 꾸미는 장면과 유산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장면을, 이 영화는 하나의 컷 안에, 컷 분할 없이 담아낸다. 대신에 활용하는 것은 오른쪽으로의 카메라 패닝, 이 카메라 패닝은 감히 영화 역사상 최고의 패닝 중 하나로 불릴 만하다. 이 영화를 전부 보지 않더라도 반드시 이 오프닝 시퀀스를 감상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2. 디즈니 스튜디오식 페미니즘 (미녀와 야수(1991) - 라푼젤 - 겨울왕국 - 주토피아 - 미녀와 야수(2017))

 

▲ 영화'주토피아'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두 번째 컬렉션은 반드시 이 순서대로 영화를 관람할 것을 권장한다. 이 컬렉션은 디즈니 스튜디오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가는가에 대한 컬렉션이다.

 

먼저, 91년 작 미녀와 야수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세대라는 관람 포인트,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프레임으로 그려진 무도회장 씬을 탑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벨은 수동적인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고전적인 디즈니의 여성상들을 타파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녀는 이전의 공주들과는 다르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성에 갇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왕자가 자신을 구하러 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개스톤의 청혼을 거절하고, 아버지의 구원자이며 동시에 야수의 정신적 구원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90년대 디즈니사의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 그 한계가 뚜렷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후 작품들이 얼마나 더 세련되게 평등을 이야기하게 되는지와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즐거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2D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디즈니 스튜디오식 3D 애니메이션의 첫 작품이기도 한 라푼젤은,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와 함께, 최고의 3D 영화 중 한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3D 효과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라푼젤이라는 캐릭터가 벨과 비교하면 얼마나 진보했는지 집중해가며 본다면, 새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푼젤은 벨보다 한층 더 진취적이다. 그녀의 여정에서 개구리와 남성 캐릭터는 하나의 조력자일 뿐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가고 이끌어가는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겨울 왕국>은 흥행이나 뮤지컬 넘버로써도 역대 가장 성공한 디즈니 스튜디오 영화이지만, 동시에 엘사와 안나는 디즈니식 여성 캐릭터의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이들은 디즈니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해왔던 공식들을 붕괴시킨다. 뛰어오는 크리스토프와 죽어가는 엘사 사이에서, 안나가 방황하는 장면을 보자. 이 장면은 상징적인 의도가 다분하다. 크리스토프를 향해 달려가는 선택지는, 그 동안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종점에서 맞이하는 보상과 성취로서의 남성과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안나는 과감하게 엘사를 스스로 지키는 것을 택한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해왔던 디즈니 공주들의 선택을 과감히 부정한, 디즈니의 하나의 '선언'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작품 이후 디즈니가 얼마나 그 선언을 이행하고 있는가를 드러낸 작품이, 바로 다음 작품인 <주토피아>. 주토피아는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사이의 모든 차별과 평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없었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역사상 그 누가 했던 말보다 세련되고 즐거운 표현법으로 이야기한다.

 

<미녀와 야수>의 벨이 17년 작에서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통해 우리는 디즈니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녀가 왕자와의 결혼을 택한다는 결말까지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자 캐릭터의 등장, 그리고 러닝타임을 늘려 벨이 야수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모습 등은, 디즈니가 얼마나 사려 깊게 평등에 대해 고민하고 반영하는지를 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3. 공부 하지마! 디즈니 스페이스 오페라 (한 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 2)

 

▲ 영화'가디언즈오브갤럭시'스틸컷.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마지막 컬렉션은 디즈니식 스페이스 오페라 세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스타워즈나 마블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더라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40년의 역사와 11편의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이야기의 스타워즈와, 수많은 영웅 사이의 이어지는 스토리들로 채워진 마블 영화들, 이제는 단 한 편이라도 놓치고 있다면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워진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 소개되어있는 세 편의 영화들은 그 어떤 공부 없이도,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고 동시에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 작품들로 가볍게 입문해보는 동시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한번 모든 작품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솔로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따르지만, 독립된 영화 한 편으로써도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스타워즈 속 주요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한 솔로와 츄바카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스타워즈 세계관 전체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스타워즈의 첫 영화가 70년대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 많은 작품이 나와버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머리 아프게 첫 작품부터 공부해가기보다는 이 작품을 통해 재미를 들이고, 천천히 과거부터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아마, 마블 영화들 중 거의 유일하게 다른 작품에 관한 공부 없이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 영화는 독립된 한 편의 영화로써 우수하다고 칭할만한 지점들이 너무도 많다.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B급 정서는 이 영화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페이스 프랜차이즈임을 드러낸다. , 음악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80년대와 우주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80년대 음악의 활용은, 이 영화가 현재 크게 유행으로 자리 잡은 '뉴트로' 정서의 시작과 정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로 세계 콘텐츠 시장은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선도하게 될 것이다. 디즈니 영화들에 관한 빠르고 가벼운 벼락치기로, 그들이 선도할 유행의 흐름에 합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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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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