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 캠코더로 이야기하는 소녀

김소연 감독 - <문영> 리뷰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2/13 [10:00]

'문영' : 캠코더로 이야기하는 소녀

김소연 감독 - <문영> 리뷰

유수미 | 입력 : 2020/02/13 [10:00]

 

▲ <문영> 스틸컷  © 네이버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문영의 캠코더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담겨져 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사람들, 체육시간을 즐기는 아이들. 늘 혼자 있던 문영은 캠코더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집에서는 아빠의 폭력에, 밖에서는 사람들의 무시에 마음의 문이 닫혀있던 문영. 그런 소녀에게 캠코더는 유일한 소통장치였고, 그녀의 버팀목이었다. 집나간 엄마를 찾기 위해 캠코더를 들기 시작한 문영은 그렇게 캠코더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문영의 표정을 보면 내 고교 시절이 떠오른다. 힘이 없고 우울해 보이는 이미지에 대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렇게 귀와 입을 막고 세상을 살아갔던 나에게 유일한 낙은 노래였다. 나에게 조곤조곤 말을 거는 듯한 그 목소리와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노래를 들으면서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었다.  

 

▲ 문영 <스틸컷>  © 네이버

 

아빠가 성질을 낼 때 매번 숨어버렸던 문영. 그러던 어느 날, 문영은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며 다짜고짜 소리 치는 희수를 보게 된다.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치지 못하는 마음을 희수를 통해 풀었던 것일까. 문영은 희수를 조용히 캠코더 안에 담는다. 찍고 있는 것을 희수에게 들키게 된 후, 둘은 예기치 않게 친구가 되어간다. 어쩐지 닮은 듯 다른 둘은 서로를 보듬으며 캠코더에 서로의 얼굴을 담는다.

 

아무리 사람이 싫어도, 사람을 다 떼고 살아도 사람은 사람에게 치유를 받게 된다고 느꼈다.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이해해주는 그 마음들.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상대방의 감정에 녹아들게 된다고 생각했다. 고교 시절, 홀로 책상에 앉아 외로이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아주 가끔씩이라도 나에게 다가와 준 한 친구가 큰 위로가 된 적이 있다. 공부를 하는 나를 보며 뒷담화를 하는 친구들이 싫어서 혼자 지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 <문영> 스틸컷  © 네이버

  

<문영>은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삶속에 문영과 같은 시절이 있었다고 느껴졌다. <문영>을 보며 내가 과거를 떠올린 것처럼 말이다. 그 점에서 영화 속 이야기가 꾸며진 것일지라도 거짓말하지 않는 영화라고 여겨졌다. 문영의 표정과 감정 하나하나에 큰 공감이 갔고, 희수의 등장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 속 장치들은 굉장히 많겠지만, 이번 영화는 캐릭터의 존재가 진정으로 돋보인 영화라고 생각된다.

 

<문영>은 마치 현실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어 일상적인 느낌을 더해줄 뿐더러 캠코더로 찍힌 거친 느낌의 화면은 각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영이 찍은 아웃포커싱 된 신호등 빛은 작지만 위로를 전해 주는데, ‘힘들지만 이러한 소소함이 있어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느끼게 만든다. 더불어 툭 건드리면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문영의 눈빛이 너무나도 생생해 사실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영화에서 한 번도 웃은 적 없던 문영은 마지막 장면에서 미소를 짓는다. 캠코더를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희수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문영.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문영의 미소를 떠올리며 관객들도 각자의 아픔을 딛고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과정이 버겁다 하더라도 그 끝은 희망으로 물들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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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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