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마음 따로 사랑 따로, 돌아온 정가영 감독의 발칙한 질문

[프리뷰] '하트'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13 [11:30]

<하트> 마음 따로 사랑 따로, 돌아온 정가영 감독의 발칙한 질문

[프리뷰] '하트'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13 [11:30]

▲ '하트' 포스터  © 필름다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2016년 작 <비치온더비치>는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정가영 감독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남녀 사이의 관계에 있어 여성의 솔직한 내면을 어필하며 여자 홍상수로 떠오른 그녀는 두 번째 장편 <밤치기>를 통해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냈다. 세 번째 장편 <하트>는 이런 담론에 대한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며 남성들이 유독 공감을 느끼는 이유는 영화 속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이 자신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이다. <생활의 발견>의 김상경에서 <강변호텔>의 기주봉으로 변하는 주인공의 얼굴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본인을 상징한다. 그리고 나이에 따라 보이는 사랑에 대한 담론도 달라진다. 목적은 같다. 여성과 관계를 맺고 싶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가 <! 수정>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재훈의 목적은 단 하나다. 수정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다. 영화에 담아내기에는 다소 저급해 보일 수 있는 이런 모습이 홍상수가 담아내는 인간이자 남자다. 그리고 스크린 속 다소 찌질하고 질척이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관객들은 불편한 공감을 보낸다.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에서 혜원을 붙잡고 싶어 울음을 터뜨리는, <옥희의 영화>에서 옥희에게 너무 예쁘다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이선균의 모습이 그러하다.

 

▲ '하트' 스틸컷  © 필름다빈



홍상수의 페르소나가 본인의 세월에 따라 다양한 배우로 변해 왔다면 정가영의 페르소나는 정가영 본인이다. 그녀의 영화가 발칙한 이유는 자신이 자신을 찍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과연 화면 속 저 감독의 모습이 영화를 위한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 본인이 지닌 욕망의 표출인지 의문을 지닌다. 확실한 건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화면 속 정가영의 모습은 앙큼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밤치기>가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남자들에게 접근하는 이야기하면 <하트>는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고민을 말한다. 가영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 고민을 성범에게 털어놓는다. 이유는 하나다. 애도 있는 유부남인 성범이 가영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영의 고민 상담에 성범은 어처구니없어 한다. 그는 자신과 가영이 사랑하는 유부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유부남은 자기가 매력을 흘려서 가영과 같은 사람들을 꼬드길 생각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은 진심으로 가영만을 사랑했다는 것. 이 기막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들으며 가영은 또 다시 성범과 몸을 섞는다. 이런 가영의 모습은 성적인 욕망에 충실했던 <밤치기>에서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밤치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이유는 성범과의 만남 이후 펼쳐지는 2부에 있다.

 

▲ '하트' 스틸컷  © 필름다빈

 

1부에서의 경험을 가영은 영화로 만들고자 한다. 그녀는 배우 제섭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헌데 제섭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내뱉는다. “이런 걸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이 이야기에 얼굴이 붉어지는 가영의 모습은 정가영 감독이 찾아낸 본인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2부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감독의 고민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감독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과연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검증된 유행어나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아니면 그 사람이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하물며 여성의 솔직한 성적 욕구에 대한 담론을 과연 많은 이들이 원하는 이야기일까 하는 고민은 앞으로 정가영 감독이 나아가야 될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과 같다 할 수 있다. 제섭은 그녀의 영화세계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인물이며 이 질문을 통해 관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제 이야기 재밌어요?’

 

두 번째는 최근 다양성영화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포스트 홍상수를 노린 연출에 대한 의문이다. 홍상수 감독과 비슷한 촬영기법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런 작품들은 과연 이것을 만든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누군가를 따라 만든 스타일과 내용은 그저 아류이며 이런 아류들이 다양성영화계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하트' 스틸컷  © 필름다빈

 

이런 질문은 정가영 감독이 포스트 홍상수에서 빠져나와 정가영 로맨스의 성숙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볼 수 있다. 2부에서 보여주는 색다름과 발칙함, 무엇보다 배우 정가영에게 질문을 던지고 곤란하게 만드는 감독 정가영의 모습은 센스가 있다. <하트>는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확장시키며 앞으로 펼쳐질 정가영 월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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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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