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ㅣ연대와 사랑을 조명하다, 여성서사를 담은 90년대 영화 7편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17 [14:42]

기획ㅣ연대와 사랑을 조명하다, 여성서사를 담은 90년대 영화 7편

김준모 | 입력 : 2020/02/17 [14:42]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최근 극장가에는 여성 서사를 내세운 여풍이 거세다. <작은 아씨들><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비롯해 27일 개봉예정인 <빈폴>까지 여성 사이의 연대나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늘은 90년대 여성서사를 담은 영화 7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전적인 매력을 담은 작품부터 지금 봐도 센세이션한 충격을 주는 작품까지 다양하게 뽑아봤다. 선정의 기준은 여성 사이의 연대나 섬세한 감정을 통해 공감을 주는 작품들을 위주로 했다.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컷  © Universal Pictures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우리가 만들어 낸 화양연화

 

일상에 지친 중년 여성 애블린이 양로원에서 만난 니니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외화와 내화의 완벽한 조화로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50년 전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내화는 오빠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잇지가 과거 오빠가 사랑했던 루스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모계사회를 형성하는 내용을 담아낸다. 루스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잇지는 그런 루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잇지와 루스, 루스의 아들이 이룬 가정과 이들이 차린 카페가 흑인들에게도 차별 없이 식사를 제공하는 건 물론 KKK단의 위협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한다는 점은 이들 사이의 연대와 사랑을 강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 니니의 이야기를 통해 애블린이 용기를 얻고 남편에게 자신을 향한 존중을 주장한다는 점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인 화양연화는 기다림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야 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 '안토니아스 라인' 스틸컷  © (주)영화사 백두대간

 

안토니아스 라인

 

기념비로 남을 페미니즘 영화

 

페미니즘이 진정한 가치를 이루려면 남성 권력의 이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이 주체가 된 세상이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5대에 걸친 모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페미니즘 서사 드라마인 이 작품은 2차 대전 종전 후 안토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여성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페미니즘적인 가치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시한다.

 

안토니아와 그 자손들이 결혼과 속박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나 후대로 이어질수록 농부-예술가-수학자-문학가로 직업이 변화하는 부분은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재능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권력의 행사나 유지가 아닌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아낸 이 영화는 페미니즘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의 가치를 담아낸 기념비로 남을 작품이다.

 

▲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델마와 루이스

 

완벽한 자유를 향한 일탈

 

여성 서사를 다룬 영화 중 현재까지도 회자되며 후대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준 영화다. 보수적인 남편을 둔 델마와 웨이트리스 루이스가 함께 떠난 휴가에서 델마는 강간을 당하려는 위기에 처하고 루이스는 남자를 죽이고 만다. 정당방위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두 여성은 마치 서부의 총잡이처럼 총을 무기 삼아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잠시의 휴식이 아닌 영원한 일탈을 말이다.

 

영화는 안쓰럽지만 통쾌하고 슬프지만 행복한 이중적인 감정을 준다. 경찰에게 쫓기게 된 두 여성의 모습과 초조함은 안쓰럽지만 그녀들이 진정으로 해방감을 누리고 자유롭게 도로 위를 누비는 모습은 통쾌함을 준다. 결말 역시 비극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슬프지만 어쩌면 그 선택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이란 감정을 품게 만든다. 여성 버디 무비의 선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릴러의 문법으로 풀어낸 억압과 차별

 

공포 스릴러의 문법에서도 여성 서사는 존재한다. 이 영화는 여성이 피해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기존 영화들의 모습에서 탈피한다. 어머니 돌로레스가 자신이 돌보던 여류 부호인 도노반을 살해했다는 뉴스에 저널리스트인 딸 셀리나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과거 아버지의 실종에 돌로레스가 연관되었다 여기고 어머니를 의심한다. 하지만 돌로레스는 셀레나가 잊고 있었던 끔찍한 과거와 그녀가 딸을 위해 어떤 고통을 인내했는지 알게 한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딸과 딸이 겪는 고통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했던 돌로레스의 이야기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성 사이의 연대를 통한 저항을 보여준다. 딸이 자신처럼 남편의 폭력과 억압에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랐던 돌로레스와 그런 돌로레스의 마음을 알고 용기를 줬던 도노반, 뒤늦게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 셀리나의 모습은 남성의 권위적인 폭력과 침묵 앞에 저항하는 연대의 힘을 상기시킨다.

 

▲ '셋 잇 오프' 스틸컷  © New Line Cinema

 

 

셋 잇 오프

 

먹먹한 네 여성의 범죄

 

이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녀들이 억압받고 무시당하는 흑인이라는 점이다. LA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네 명의 여성은 부당한 일을 당하고 인생은 무너진다. 은행 강도와 한 동네에서 산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는가 하면 경찰의 오발로 대학진학을 눈앞에 둔 동생의 죽음에도 강하게 항변할 수 없다.

 

꿈을 잃어버린 네 명의 친구들은 합심해 은행털이를 결심한다.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도덕적인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 한 번의 결심으로 그녀들은 삶에 용기를 얻지만 동시에 더 큰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범죄 장르가 지닌 통쾌함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여성들의 연대와 억압을 담아낸다. 오락성을 충분히 갖추면서도 먹먹함이 느껴지는 결말로 감정적인 격화를 더한다.

 

▲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틸컷  ©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어머니가 아닌 여성이기에 강한 것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남편과 아이를 떠나보낸 마뉴엘라가 임신한 수녀 로사를 돌보며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낸 이 작품은 오직 여성만이 품을 수 있는 모성의 감정과 같은 여성 사이의 연대를 보여준다. 두 번의 슬픔을 겪은 마뉴엘라에게 어쩌면 사랑은 더 이상 내뿜을 수 없는 감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픔을 견뎌내고 새로운 대상에게 사랑을 주는 그녀의 모습은 여성과 생명 사이의 관계, 여성만이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이름이 아들의 이름이 되고, 그 아들의 이름이 또 다른 아이의 이름이 되는 과정은 존재의 가치는 사랑을 통해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색체와 어머니이자 여성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깊은 몰입을 준다.

 

▲ '센스 앤 센서빌리티' 스틸컷  © 컬럼비아 픽처스

 

센스 앤 센서빌리티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가치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을 담아내는 작가들이 있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한정된 소재만으로 공감이 되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제인 오스틴은 그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당대에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낸 작품들은 현대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성과 감성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자매의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는 과정을 담아낸다.

 

아버지의 죽음 후 유산이 모두 의붓오빠에게 넘어가자 무일푼이 되어버린 대시우드 가족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만나가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두 자매 엘리노어와 마리안느의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로 재미를 준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엘리노어와 정열적이고 감성적인 마리안느의 성향은 서로 다른 사랑을 보여주고 그 사랑 속에서 자신만의 진리를 발견한다. 고전적인 매력과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연출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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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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