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일진 감독의 진심,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나

[프리뷰]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4 [09:55]

故 임일진 감독의 진심,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나

[프리뷰]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24 [09:55]

▲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포스터  © (주)민치앤필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故 임일진 감독은 국내에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산악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으로 영화 <히말라야> 특수촬영(VFX) 원정대장으로 참여하기도 하며 스스로는 등산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수많은 등산가들에게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등반을 촬영하기 위해 원정대장으로 참여했다가 산사태를 만나 생을 마감하며 영화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항상 카메라 뒤에서 산악인들과 산의 모습을 담았던 그가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진정성을 높인 이 작품은 오랜 시간 감독이 고민해 온 문제에 대해 말한다. 이 문제는 최고의 알피니스트들 옆에서 그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그 모습을 찍어온 임일진 감독이기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알피니스트(Alpinist)’는 모든 계절에 걸쳐 높은 산의 바위나 얼음 같은 지형을 통해 벽을 오르거나 정상에 오르는 예술적 행위를 말하는 ‘알피니즘(Alpinism)’을 실천하기 위해 높고 험난한 산을 대상으로 모험적인 도전을 하는 등산가를 뜻하는 말로 지난 2019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알피니스트들의 도전은 가슴 뛰는 열정과 감동을 선사하며 그들이 오르는 자리를 영광의 길로 보이게 만든다.

 

▲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스틸컷  © (주)민치앤필름

 

작품은 이런 영광의 길 뒤에 위치한 죽음을 보여준다. 임일진 감독은 다큐 촬영을 위해 알피니스트들과 함께 산을 올랐고 그들의 죽음을 카메라에 담았다. 함께 산에 오르며 그 감정을 공유한 그에게 동료의 죽음이란 언젠가는 이야기해야 될 주제이자 꼭 한 번 카메라에 담아야 될 장면이었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덤덤하게 현실적인 여건을 말한다. 그가 택한 단어와 어투에서는 알피니스트의 로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직장인이 매일 출근을 하듯 알피니스트가 하는 일은 매번 산에 오르는 것이라 말한다. 마치 해야 될 일이기에 하는 거라 답하고 영광 뒤에 숨겨진 고통에 대해 언급한다. 등산가가 되는 일에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원을 받아야 된다.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에 했던 것보다 더한 도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히말라야의 8,000m 이상의 고봉 14개를 정복하는 도전은 16개로 바뀌며 계속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작품에서도 촐라체 36시간 왕복이라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 무산소 등반을 도전했다 하산 중 숨을 거둔 서성호 대원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목숨을 잃은 이들 곁에 임일진 감독은 함께했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그에게 숭고함과 로망은 어쩌면 좋게 만은 받아들이기 힘든 매스컴의 포장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등산계의 어두운 부분을 폭로하고 잘못된 영웅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스틸컷  © (주)민치앤필름

 

그랬다면 수많은 산악인들이 앞서 이 영화의 시사회를 관람하고 깊은 공감과 슬픔 또는 감동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임일진 감독을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 온 김민철 감독은 “오직 영광만을 위해서 이렇게 큰 위험에 도전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스컴이 비치는 영광과 등산에 대한 로망이란 부분만을 생각하고 산악인들이 도전을 한다고 여기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왜’ 산을 올라야만 하는지에 대한 ‘알피니스트’로써의 임일진 감독의 복잡한 심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은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영광만이 아닌 고통도 보여줘야만 했고 수많은 산악인들이 공감하는 ‘나는 왜 산에 올라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심이 담긴 답변을 보여준다. 이 답변은 스스로 알피니스트가 아니라 말하지만 최고의 알피니스트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삶이 지닌 색깔이 진하게 묻어있기 때문에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스틸컷  © (주)민치앤필름

 

이 작품은 최근 개봉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와 뤽 베송 감독의 명작 <그랑블루>를 연상시킨다. <페인 앤 글로리>는 노년의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의 삶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의 성공 이면서 망가진 육체와 황폐해진 정신이 있음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한 위대한 인물의 영광만을 비추기에도 그 공간이 부족하지만 인생은 그 빈 공간을 고통이란 어둠으로 채운다.

 

영광 뒤에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영광이 없어도 혹 그 순간이 고통뿐이라도 마치 의무처럼 그 일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있다. <그랑블루>의 자크에게 바다는 그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 엔조를 빼앗아간 장소다. 그럼에도 자크는 바다를 사랑하며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어쩌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 마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는 작품이 이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한다.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스스로 알피니스트임을 부정했지만 그 누구보다 뛰어난 알피니스트였던 임일진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산을 오르는 이들이 지닌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보여주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극영화가 지닌 상상력의 범주를 벗어나는 다큐멘터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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