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0년 상반기를 휩쓴 트리플 F등급 영화 두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작은 아씨들>

강정화 | 기사승인 2020/02/24 [10:10]

기획|2020년 상반기를 휩쓴 트리플 F등급 영화 두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작은 아씨들>

강정화 | 입력 : 2020/02/24 [10:10]

[씨네리와인드|강정화 리뷰어] F등급 영화란 영국 배스 지역에서 열리는 배스 영화제에서 2014년 처음으로 소개된 개념으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여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를 판가름하는 지표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아주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최근에는 영화 전문 평론지나 TV 영화 채널, IMDB와 같은 해외 영화사이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F-rated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F등급 영화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

    둘째, 여성 작가가 각본을 쓴 작품

    셋째,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은 작품

 

이들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를 F등급 영화라고 하며, 세 조건 모두를 충족하는 경우에는 트리플 F등급 영화라고 부른다.

 

올해 초 극장가에서는 두 편의 트리플 F등급 영화가 유난히 눈에 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작은 아씨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첫째로, 유명 영화제, 영화상과 평단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뛰어난 작품성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72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2020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작은 아씨들>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고, 의상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가치를 입증했다.

 

두 작품의 두 번째 공통점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의 흥행 역시 성공했다는 점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국내에서만 13만 명이 관람하면서, 다양성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작은 아씨들>은 개봉 첫 주 국내 흥행수익 1위를 기록하면서, 6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0-02-22 기준)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서 선전하고 있는 두 작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씨나몬(주)홈초이스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엘로이즈(아델 아넬)의 결혼 초상화를 의뢰받게 되어 배를 타고 그녀가 사는 섬으로 향한다. 엘로이즈는 결혼을 원치 않고, 따라서 마리안느는 그녀 몰래 초상화를 완성해야 하는데, 그림을 점점 완성해 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호흡은 굉장히 느리다. 장면 하나하나가 길고, 대사 사이의 간격도 넓다. 다시 말해, 관객이 생각할만한 여백이 많다는 뜻이다. 여성 감독의 섬세한 시각으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하며, 카메라의 시선은 완전히 두 캐릭터 서로의 시선에 동화된다. 장면과 대사가 쌓여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색채를 통한 많은 의미 부여와 음악의 활용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작은 아씨들>

 

▲ 영화 '작은 아씨들'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미국 문학의 고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배우를 꿈꾸는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의 자전적인 캐릭터이자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를 꿈꾸는 막내인 에이미(플로렌스 퓨). 미국 북부 시골 네 자녀의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가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은 아씨들'은 그레타 거윅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그녀는 여성들을 위한 성장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데뷔작 <레이디 버드>로 이미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미 6차례 영화화되었던 고전 <작은 아씨들>을 또다시 스크린에 옮겼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가 수차례 다뤄진 이 이야기에서 어떤 새로운 말을 하고 싶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도 소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자 노력하며, 모든 캐릭터에게 깊이를 부여하려는 각본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캐스팅 또한 굉장히 화려한데, <레이디버드>의 주연이었던 시얼샤 로넌과,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인 플로렌스 퓨가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이외에도,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혼 이야기>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로라 던 등의 다양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뿐만 아니라 영화의 감정선에 깊이를 더해줄 공들인 미장셴 또한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 여러 번의 플래시백 장면을 통해 복잡하게 진행되는 구조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표현할 때에는 차가운 색을,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따뜻한 색을 병치하는 등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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