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빛나는 행복을 찾은 천재 음악가를 만나다

[프리뷰] '샤인'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4 [14:10]

<샤인> 빛나는 행복을 찾은 천재 음악가를 만나다

[프리뷰] '샤인' / 2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24 [14:10]

▲ '샤인' 포스터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 <레이>의 제이미 폭스. 이들의 공통점은 뮤지션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뮤지션의 삶에는 그 성공 이면에 자리 잡은 고독과 고통이 있다. 자신을 비추는 빛이 커질수록 그 뒤의 그림자 역시 길어지기 마련이다. 천재에게도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천재라고 모두 그 재능을 피울 수 있는 건 아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천재들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어쩌면 데이빗 헬프갓 역시 그런 비운의 천재가 될 뻔했던 인물이다. <퀼스>, <킹스 스피치>를 통해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제프리 러쉬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샤인>은 어두웠던 시절 끝 진정한 빛을 찾은 한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어린 시절부터 1등만 되기를 강요하는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아버지는 데이빗이 1등을 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시킨다. 눈에 띄는 재능을 보여준 데이빗은 무료로 레슨을 받고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될 수 없었던 아버지 피터는 이제 데이빗이 미국 유학 제의를 받으며 자신이 못 이뤘던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이루게 된다. 헌데 그는 데이빗의 유학길을 막는다. 욕조에 겁먹은 채 앉아있는 데이빗의 등을 물에 젖은 천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화를 내는 장면은 데이빗이 이후 아버지의 굴레에 갇히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피터는 가족이 모두 자신의 굴레 안에 있기를 원한다. 폭력과 억압을 통해 붙잡아 두려는 아버지를 피해 데이빗은 영국 왕립음악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팍스 교수의 신뢰를 받으며 실력을 키운 데이빗은 콩쿠르에 나가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문제는 이 곡을 연주하면서 아버지가 주었던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게 되고 대회당일 날 완주와 함께 쓰러진다.

 

도입부 이후 제프리 러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건 이 타이밍에서부터다. 그는 앞서 데이빗을 연기한 두 배우와의 통일성을 위해 손동작 하나까지 전부 맞췄다고 한다. 이런 섬세함을 통해 세 명의 배우가 한 사람을 연기함에도 마치 한 명의 인물로 보이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제프리 러쉬가 표현하는 데이빗의 얼굴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겁에 질려 스스로를 가둔 데이빗의 내면이다.

 

도입부에서 데이빗은 고양이 이야기를 하며 고양이는 아무 이유 없이 날 싫어한다고 말한다. 이는 신체에 손이 닿으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이야기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혼을 냈던 아버지와 교사들에 대한 아픔이 서려있다. 자신은 어떤 반감이나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싫어하는 것처럼 굴었던 그들에 대한 기억은 데이빗이 음악에 다가서지 못하게 막는다.

 

▲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10년 간 시설에 머무는 데이빗은 의사의 권유로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다. 그의 내면이 주는 자극이 스트레스가 되어 또 쓰러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데이빗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에 대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유는 자신을 믿고 지탱해주는 진정한 사랑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데이빗은 실비아를 만나고 그녀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진정한 사랑은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데이빗은 항상 누군가의 요구를 받았고 그 요구를 본인이 이룰 수 있을 때에만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실비아를 통해 처음 사랑에 눈을 뜬 데이빗은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고 그 안에서 빛나는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어떠한 선입견 없이 행복으로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그래서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빗이 코트만을 걸친 채 트럼펠린 위를 뛰어다니며 이어폰을 쓰고 음악을 듣는 장면은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통해 행복이란 빛을 찾았음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제프리 러쉬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데이빗의 외형과 내적인 변화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잊을 수 없는 인생연기를 선보인다.

 

<샤인>은 진정으로 빛나는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데이빗은 타고난 재능보다 사랑을 받길 원했고 음악을 통한 성공보다 원하는 걸 연주하고 싶은 자유가 우선이었다. 그의 삶이 진정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은 그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을 때가 아닌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연주를 하고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을 때다. 사랑과 자유, 그리고 격려가 진정 빛나는(shine) 삶을 만드는 길이라는 걸 이 작품은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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