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우민호는 어떻게 '그때 그 사람들'을 담아냈나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5 [14:15]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는 어떻게 '그때 그 사람들'을 담아냈나

김준모 | 입력 : 2020/02/25 [14:15]

▲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 (주)쇼박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과 우민호의 <남산의 부장들>은 비슷한 노선을 탈 수 없었다. 임상수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시선을 주 무기로 삼는다. 리메이크 작 하녀에 현대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요소를 진하게 넣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우민호는 <내부자들>의 성공 이후 흥행감독에 올라섰다 <마약왕>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한 <남산의 부장들>은 이념논쟁을 피해 흥행의 산을 올라야 했다.

 

작품은 우민호 감독의 장점과 전작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느와르 분위기를 낼 줄 아는 감독이다. 다만 <마약왕>의 경우 지나치게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플롯적인 측면에서 끈끈한 맛과 감정적인 측면에서 몰입을 통한 진한 여운을 가져오지 못했다. 마치 <내부자들>처럼 다시 내부의 이야기를 담당하게 된 그는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각자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 (주)쇼박스

 

이 개성은 인물의 이름을 가림에서 비롯된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된다. 이는 역사적인 논란을 피해가는 방법이자 다른 이름을 통해 비슷한 특징을 지닌 또 다른 인물을 마주하며 고유의 개성을 확보한다. 때문에 캐릭터들은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감독은 이 매력을 묶는 끈으로 느와르를 택한다.

 

느와르에는 정치가 담겨 있다. 배신이 있고 폭력이 있으며 셈법과 노림수가 있다. 강한 결속을 지닌 조직이 외부의 새로운 세력으로 인해 내부의 균열을 겪는 갱스터 무비의 공식처럼 박통을 비롯한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은 미국의 감시로 흔들리게 된다. 박통이 내부 결속을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내고 끊임없이 부하들을 시험하는 모습은 배신과 노림수가 난무하는 느와르의 공식을 따른다.

 

▲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 (주)쇼박스

 

여기에 김규평은 신뢰와 믿음, 개인의 영광과 성공, 실패와 배신의 두려움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통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었던 전개에 감정적인 다양성을 부여한다. 박용각과의 우정, 곽상천과의 경쟁심리, 박통을 향한 믿음과 의심은 실존인물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모두 동원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차가운 느와르의 색은 김규평에 대한 지나친 감정 이입을 막으며 그를 향한 영웅 심리를 차단시키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가장 논란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은 실존 인물들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올 수 있는 이념논쟁이었다. 박통과 김규평, 두 인물 모두 각자의 권력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며 말 그대로 권력을 향한 탐욕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려낸다.

 

이는 느와르 장르가 주는 오락적인 재미를 보여주며 역사적인 사실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시킨 채 온전히 작품만으로 즐길 수 있는 장치들을 고안해냈다. 하지만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에 게으름을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과 의견이 아닌 당대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집단주의와 우상화라고 볼 수 있다.

 

▲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 (주)쇼박스

 

군부세력이 쿠데타에 성공하고 박통이 이를 치하하는 장면에서의 깃발은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중앙정보부에 달려 있는 박통의 사진은 북한과 같은 우상화를 연상시킨다. 김규평, 박용각, 곽상천이 모두 박통 아래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모습은 2차 대전 당시 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당시 대한민국을 억압과 공포로 물들였던 그때 그 사람들은 집단주의를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만들고자 했고 그 안에서 우상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했음을, 이 과정에서 상실된 도덕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감상주의나 사명의식은 가리면서 장르적인 매력을 통해 오락성을 더하는 선택을 보여준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현대사의 그때 그 사람들에게 느와르의 색을 입힌다. 이들에게 이 옷은 꽤나 잘 어울리며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부드러운 전개와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선보인다. 여기에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배우들의 연기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완급조절을 통해 적절한 긴장과 몰입을 선사하며 빠져드는 몰입감을 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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