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피니스트' 김민철 감독, 故임일진 감독 인터뷰가 꼭 필요했던 이유 ①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4 [12:30]

인터뷰|'알피니스트' 김민철 감독, 故임일진 감독 인터뷰가 꼭 필요했던 이유 ①

김준모 | 입력 : 2020/02/24 [12:3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故 임일진 감독은 한국 등산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국 등산영화계에서 무려 18년 간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간 건 물론 영화 <히말라야>의 특수효과촬영(VFX) 원정대의 등반 대장이자 여러 차례 히말라야 원정에 동반한 진정한 ‘알피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알피니스트(Alpinist)’는 모든 계절에 걸쳐 높은 산의 바위나 얼음 같은 지형을 통해 벽을 오르거나 정상에 오르는 예술적 행위를 말하는 ‘알피니즘(Alpinism)’을 실천하기 위해 높고 험난한 산을 대상으로 모험적인 도전을 하는 등산가를 뜻하는 말로 지난 2019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알피니스트’들의 삶을 다룬 영화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영화감독이자 알피니스트로 살아온 임일진 감독의 마지막 고백이 담긴 다큐멘터리로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수많은 등산인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알피니스트' 김민철 감독이 지난 21일, 서울극장에서 씨네리와인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한재훈 기자     ©씨네리와인드


제작자이자 공동 연출로 영화를 만든 김민철 감독과의 만남은 임일진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민철 감독 역시 인터뷰 내내 임일진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며 그를 향한 애정과 애틋한 마음을 보여줬다. 김민철 감독은 임일진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당시 제작을 주로 했던 김민철 감독은 한 통의 메일로 그와 맺은 인연을 소개했다.

 

베를린에 있을 때 메일을 받았는데 임일진 감독님에게 온 거였어요. 아마 제 소문을 듣고 수소문을 하셨나 봐요. 100분짜리 영화였는데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의 작품인 게 티가 났는데 굉장히 낯설면서도 아름답고 충격적이었어요. 촬영뿐만 아니라 음악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요. 그래서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지니고 있었는데 한 달 만에 사무실에 찾아오셨더라고요.

 

검은 비닐봉투에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나타나셨는데 그게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분에게는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거든요. 내 영화 봐줘서 고맙다, 나를 만나줘서 고맙다는 성의의 표시인 거죠. 솔직히 첫 만남 때는 감독님의 이야기가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수염을 깎지 않는 게 충분히 깎을 수 있음에도 쇼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저리 날선 이야기를 하시는 걸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그 숨은 의미를 이해하는데 2년이 걸렸어요. 감독님의 말에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여겼기에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알피니스트' 포스터.  © (주)민치앤필름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의 촬영 비하인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국내에서 산악영화 시장이 불모지인 만큼 제작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제작비를 지원받게 된 상황과 왜 임일진 감독을 카메라 앞에 세워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제 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016) 때 산을 주제로 한 영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울주서밋)이 있었는데 거기 뽑혔어요. 제작비를 받아서 히말라야로 가게 되었죠. 추가 촬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사실 제가 히말라야에 가야만 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임 감독님이 주인공인데 제가 임 감독님이 산에서 어떤 모습인지 봤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16년도 봄에 같이 히말라야로 갔는데 임자체라는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을 임감독님이 세르파의 도움 없이 완등하고 오셨습니다.

 

거기서 히말라야의 많은 봉우리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데 그 그림을 찍고 싶었어요. 이때 찍은 16년도 작품과 이번(19년도) 작품의 차이점은 임 감독님의 코멘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임 감독님이 자신만의 언어를 넣어 내레이션 작업을 했는데 그걸 저는 어렴풋이 이해를 하는데 관객 분들에게는 직접 얼굴을 보는 것과 내레이션만 듣는 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민철 감독은 임일진 감독이 산악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고민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의 내용과 한국 등산계의 현실을 바탕으로 왜 임일진 감독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알피니스트들의 이미지를 싫어했는지, 왜 원래 제목을 ‘너의 산은 거짓이다’로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등반의 시작이 국가주의와 관련이 깊습니다. 77년에 우리나라에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있었는데 세계 8번째로 정상등반에 성공한 거였어요. 그때 이 등반은 올림픽 메달과 같이 의미가 있는 국가적인 과제였고 그때 그걸 보고 자란 분들이 우리나라 문화체육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세요. 그때 이 성과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산악계가 이렇게 발전이 안 되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산을 오르는 행위 그 자체를 알피니즘으로 봐야 되는데 그런 거랑 상관없이 산을 정복했을 때 따라오는 명예 등 성과를 지나치게 추구하게 된 거죠.

 

명예는 돈이 되니까요. 스타가 되고 광고를 찍어야 스폰서를 받자나요. 임일진 감독님도 스스로 이 막차를 탔다고 표현하세요. 영웅주의 알피니즘 막차를 타서 원정대에 참여도 하고 촬영도 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동료들은 죽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신 거예요. 도대체 산이란 게 무언지, 왜 우리에게 이렇게 욕망을 품게 만드는지. 우리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이미지가 너무 영웅주의적인 이야기이지 않느냐. 이것만 보여주는 건 가짜다. 그래서 원래 가져오고 싶었던 제목이 ‘너의 산은 거짓이다’였어요.

 

히말라야가 원래 14좌(8,000m 이상의 고봉)였는데 이게 16좌가 되었어요. 마치 올림픽처럼 도전을 하는 거죠.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하면 메달은 많이 따지만 체육 자체는 즐기지 않듯이 산악 문화가 기록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산악 문학이나 산악 영화가 거의 없는 거 보면 산악 문화 자체는 굉장히 취약하잖아요. 산악 강국이라기에는 석연치 못한 부분이 있는 거죠.

 

 

▲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스틸컷.  © (주)민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듯 알피니스트들은 계속 후원을 얻어 산을 타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한다. 촐라체 북벽을 36시간 만에 왕복한다는 무모한 계획은 임일진 감독이 낸 아이디어고 이 아이디어를 수락한 김형일 대장이 목숨을 잃은 일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임 감독님은 매년 김형일 대장 기일 때마다 김대장의 어머니를 찾아 뵙고 대둔산의 추모비를 갔었습니다. 어느 해에는 저도 함께 간 적이 있고요 . 죄책감을 많이 가지셨어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에 하나는 ‘무엇이 이 사람들을 무모한 도전을 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에요. 단순히 유명해지기 위해서 알피니스트가 된다는 건 위험이 너무 커요. 산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예요. 차가운 바위 벽 위에 매달려 4~5일씩 자야 되고 그래야 되는 건데.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순수하게 산에 오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것, 두 번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것. 작품에도 등장하는 서성호 대원이 후자라고 생각해요.(서성호 대원은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하고 하산 도중 사망하였다.) 그 분은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사람이에요. 굳이 또 오를 필요가 없었는데 순수하게 자기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죠.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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