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지 않는 빈부격차,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서평]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6 [14:10]

줄어들지 않는 빈부격차,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서평]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김준모 | 입력 : 2020/02/26 [14:10]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표지  © 시공사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이자 최초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장 지글러가 손녀 조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궁금한 문제에 대해 파고든다. 왜 현대사회는 갈수록 높아지는 기술력과 풍요로움을 과시하면서도 여전히 가난에 병들어 가는 이들이 존재하는 걸까. 북반구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어 병에 걸리는 반면 왜 남반구의 사람들은 먹지 못해 병에 걸리는 걸까.
 
세계는 지구촌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환경문제와 빈곤문제 등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힘든 이유에 대해 장 지글러는 선진국들이 지닌 이기심을 지적한다. 데이비드 리카도나 애덤 스미스 같은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가져올 이상으로 ‘황금비’를 제시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낙수효과다. 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자본의 양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자본가가 많은 돈을 벌면 그 돈은 노동자와 사회소외계층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황금비’처럼 떨어진다는 게 이 이론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 황금비 이론은 성립되지 않음이 증명되고 있다. 자본가는 자본을 계속 축적하고 부풀린다. 그들의 지갑은 한계가 없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취약계층을 착취한다. 문제는 이 착취가 한 국가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도 벌어진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의 정치적인 불안과 기술력의 부족, 이와 상반된 풍부한 자원은 대기업들의 표적이 되었다.
 
대기업들은 일자리를 빌미로 아프리카의 비옥한 토지와 천연자원, 값싼 노동력들을 이용한다. 이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자립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한계를 보여주고 대가족을 먹여 살리기 힘든 현실을 야기한다. 이런 대기업의 횡포는 제국주의 시대 당시 선진국들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예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본에 의해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일제강점기에 접어들게 된다.
 
작품에서 예로 든 국가는 아이티다. 아이티는 1804년 1월 독립을 선언했는데 이는 식민지 국가들 중 굉장히 빠른 시기였다. 프랑스는 무력으로 이들을 제압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된 뒤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 낸다. 독립 승인을 이유로 아이티에 배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이 배상금으로 인해 아이티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빈국이 되었고 이후 이 배상금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프랑스의 정치적 공작으로 내부 상황이 바뀌면서 무산된다.
 
현대에서 대기업, 소위 말하는 글로벌기업은 국가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국가 단위를 초월한다. 그러기에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나 조세 피난처를 만들고 탈세를 저지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에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국가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편에 서게 된다. 기업의 로비와 언론을 통한 협박에 국가가 굴복해가는 것이다.
 
독일 루르 지대의 공장이전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당시 기업은 더 값싼 지역으로의 공장 이전을 기획했고 이로 인해 지역민 대다수가 실업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장 지글러를 비롯한 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당시 독일 총리는 ‘자본주의의 물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말을 했다. 국가는 자본주의의 흐름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묵인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본주의의 제어 없는 팽창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영국이 사회주의를 택할 것이란 마르크스의 기대가 무너진 시점일 수도 있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에서 소련의 붕괴로 인해 민주주의가 승리한(그리고 그 경제체제가 자본주의라는 점에서) 시점일 수도 있다. 장 지글러는 그 시점을 프랑스 혁명 때로 본다. 이때 제3세력이 부르주아라는 신흥계급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양도하면서 말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는 무제한적인 부의 소유와 축적을 하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사유 재산에도 규제가 필요하다 여겼다. 루소는 부르주아 계급이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될 것이라 여겼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프랑스 혁명에는 사유재산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고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부를 건강에 비유했다. 많은 부를 축적하면 건강해질 뿐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는 인간의 건강과 다르다. 재화에는 한계가 있다. 누군가 많은 양을 가져가면 다른 이들은 적은 양을 분배받을 수밖에 없다. 자본가의 주머니 안은 우주와 같아 넘치지 않는다. 주머니에 넣은 물건은 잊어버리고 잘 빼놓지 않는 거처럼 자본가가 쌓아둔 돈은 부의 과시를 위해 금고에 머무른다.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내용을 구성한 이유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에 기인한다. 어린아이는 추상적인 걸 싫어한다.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원한다. 이에 장 지글러는 최대한 이해하기 쉬우면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을 보여준다.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이어 다시 한 번 지구 절반의 인구가 겪고 있는 빈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세계의 부는 공정하게 분배될 수 없는지, 왜 생명을 위협할 만큼 극심한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지를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오랫동안 고민해 온 장 지글러는 진중하지만 확실하게 답을 얻고자 시도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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