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917' 속 롱테이크의 매력에 빠진 당신을 위한 영화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1917>, <버드맨>,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오정록 | 기사승인 2020/02/27 [14:47]

기획|'1917' 속 롱테이크의 매력에 빠진 당신을 위한 영화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1917>, <버드맨>,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오정록 | 입력 : 2020/02/27 [14:47]

▲ 1917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씨네리와인드|오정록 리뷰어] 조지 맥케이 주연,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이 지난 19일 한국에 개봉했다. 2월 극장가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서 뚜렷한 흥행성적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겐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샘 맨데스의 연출에 로저 디킨스의 촬영이 더해진 <1917>은 작품상을 포함하여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밀려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촬영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을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분)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 분)의 이야기를 다룬 <1917>은 상대적으로 많이 조명하지 않는 제1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인상 깊지만,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샷을 끊지 않고 이어나가는 롱테이크 기법을 작품 전체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주인공을 따라가는 카메라 덕분에 작품 속 주인공이 경험하는 시간(디에게시스적 시간)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이 체감하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며,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스크린이라는 벽을 넘어 이야기의 무대(디에게시스적 공간)으로 이들을 초대한다. 이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시퀀스가 그러했듯 '숏'으로 끊어지지 않는 실제 전쟁터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례로 스코필드가 미지의 적과 교전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이 TPS(Third-Person Shooter)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만 대부분의 롱테이크 영화가 실제로 한 번의 테이크를 통해서 만들어지진 않는다. 롱테이크 촬영은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카메라에 맞춰 모든 사람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연기해야 하는데, 카메라가 켜져 있는 동안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처럼 특정 씬을 원테이크로 촬영할 수는 있지만 영화 전체를 한 번에 촬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화면이 어두워진다거나 다른 사물이 카메라를 가리는 장면 등 다양한 편집점을 통해 여러 개의 숏을 하나의 숏처럼 보이도록 연결하는데, 그 덕분에 영화를 다시 볼 때 숨겨진 편집점을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만약 <1917>이 선사한 롱테이크의 매력에 사로잡혔다면, 작품 전반에 롱 테이크를 활용한 다른 작품들을 소개한다.

 

 

버드맨(2014)

 

▲ 버드맨(Birdman) 스틸컷.  ©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버드맨>은 재기를 꿈꾸는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슈퍼히어로 '버드맨'의 배우였으나 이후 퇴물이 되었고, 브로드웨이 무대에서의 연출과 연기를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 날아오르길 희망한다.


<1917>의 롱테이크가 디에게시스적 시간을 일치시키며 관객이 실제 전장에 함께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면, <버드맨>의 롱테이크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은 시간의 변화를 묘사할 때 낮과 밤의 숏을 구분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가속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연극에서 낮과 밤의 변화를 조명의 조정을 통해 물 흐르듯 연출하는 것과 유사하다. 리건의 딸인 샘 역할을 맡은 배우 엠마 스톤 역시 "마치 연극처럼 모든 테이크가 관련 있었다."라며 망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는데, 리건의 목표이자 영화의 주요 소재가 연극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을 기획할 때부터 롱테이크를 촬영을 통한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롱테이크가 관객들이 리건의 입장에서 미로처럼 복잡하면서도 폐소공포증을 앓는 듯 숨 막히는 그의 상황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One Cut of the Dead) 스틸컷.  © ENBU 세미나

 

일본의 영화감독 우에다 신이치로의 좀비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가장 큰 단점은 작품이 재밌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이유를 설명하면 스포일러'라는 비디오 게임 <스탠리 패러블>처럼, 작품의 재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가능한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제일 좋으며, 심지어 국내 공식 예고편에는 작품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담겨있다. 마케팅적 측면에서 볼 때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필을 하지 못하고 어필을 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아이러니 때문에 영화의 예고편을 담당한 닻프로덕션 역시 영상 제작에 고민이 많았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앞서 소개한 <1917>과 <버드맨>은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다. 독립영화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와 대부분이 신인인 배우들의 연기로 만들어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는 <쇼생크 탈출>,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맡은 할리우드 촬영 감독계의 거장 로저 디킨스도,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의 엠마누엘 루베스키도 없지만 다른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유의 매력이 흘러넘친다. 절묘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이도록 편집한 위 작품들과 달리 실제로 여섯 차례의 원테이크 촬영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많은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좀비 분장과 나사 빠진 연기, 롱테이크라지만 시종일관 요란한 핸드헬드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관람 내내 
사실 이것이 네티즌들의 합심(?)으로 네이버 영화 평점 9.35를 기록한 전설의 작품 <클레멘타인>의 재림이 아닐까 끝없이 의심하는 당신, 재생을 멈추면 안 돼!

 

 

참고문헌

최현주. 2018. 『영상문법』. 한울아카데미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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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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