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에 대한 책임 '해치지 않아'

코미디로 보여준 동물원의 현실

권이지 | 기사승인 2020/02/28 [10:32]

사람과 동물에 대한 책임 '해치지 않아'

코미디로 보여준 동물원의 현실

권이지 | 입력 : 2020/02/28 [10:32]

[씨네리와인드|권이지 리뷰어]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누구나 동물원에 갈 때에는 진짜 동물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이 상식을 발칙하게 뒤집은 영화가 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해치지 않아》. 비용상의 문제로 인해 동물들을 데려올 수 없는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동물 탈을 썼다! 그것에서 풀어나가는 유쾌한 코미디, 그 속에서 드러나는 동물과 사람에 대한 책임. 해치지 않아》는 그 모두를 담고 있다.

 

▲ 정직원 변호사가 되고자 망해가는 동물원장을 맡게 된 강태수 수습 변호사(안재홍 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JS라는 가상 로펌의 수습 변호사 강태수(안재홍 분)는 법대 동기들과 달리 아직 정직원 변호사가 되지 못 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에 둔 친구는 계속 자신을 놀리고. 그런 상황에서 JS 황대표(박혁권 분)의 눈에 들고자 시위대 앞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그 노력 때문이었을까, 강태수는 황대표의 눈에 들어 기상천외한 제안을 받는다. JS의 실력 있는 변호사가 되게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망해가는 '동산파크' 동물원의 원장직을 맡으라는 황당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강태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3개월 안에 회생시켜 JS 황대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밖에. 결국 수습 변호사에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동물원을 살려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하고자 강태수는 동산 파크로 내려간다.

▲ 동물 탈을 뒤집어쓰기 위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동산파크 직원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러나 동산파크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동물들이 없다는 것. 동산파크는 JS 황대표의 페이퍼컴퍼니에 헐값에 매각되었고 빚을 갚고자 모든 동물들을 판 상태였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황당한 딜레마에 처한 강태수는 어떻게든 동물 없는 동물원에 관객들이 오게끔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뒤집어 쓰는 것. 실제로 JS 황대표는 동산파크가 회생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높인 다음 비싼 값에 되팔려는 목적이었지만 그를 아직 알 리 없는 강태수는 그저 동물 탈을 쓰고 동물원을 살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황당한 계획에 동물원 직원들 한소원 수의사(강소라 분), 김건욱 직원(김성오 분), 김해경 직원(전여빈 분), 그리고 동물원 전 원장 서씨(박영규 분)는 처음에 반대한다. 하지만 그들도 비싼 동물들을 다시 사 올 수 없었기에 동물 탈을 뒤집어 쓴다.

 

▲ 동물 탈을 뒤집어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동산파크 직원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장을 얼마 앞두지 않은 동산파크 직원들을 결국 솜씨 좋은 영화 물품 제작자에게 나무늘보, 사자, 북극곰, 고릴라 탈을 맡기고 완성된 탈들을 쓰게 된다. 반신반의하지만 동물원 직원들은 어느 새 각자의 동물 역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역시 위기가 종종 찾아온다. 먼저 해경 씨(전여빈 분)는 남자친구에게 3,000만 원의 전재산을 주고 그의 편의점 사업을 도와줄 만큼 헌신적인 인물이었다. 나무늘보 탈을 쓰고도 SNS를 너무 자주 해 강태수에게 핀잔을 듣던 그녀. 그러나 그 남자친구가 해경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나무늘보 탈을 뒤집어쓴 해경 씨는 탈을 쓴 사실을 잊은 채 남자친구를 찾아간다. 당연히 그녀가 탈을 썼음이 들통나고 동물원 전체의 사기극이 해경 씨의 남자친구에게 드러나고 만다. 해경 씨는 3,000만 원을 안 받겠다며 남자친구에게 동물원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 줄 것을 요구하지만 그는 결국 영화의 말미에서 비밀을 JS에게 넘기고 만다.

 

▲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동산파크 직원이 탈 안에 들어 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산파크 직원들에게 가장 큰 적은 그들의 사기극을 아는 남자친구와 사기극을 알면 안 되는 JS 그룹. 어느 새 직원들은 동물 탈을 쓰는 것에 적응하고 동물원을 경제적으로 살리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인다. 그 때 우연히 더위를 참지 못 하고 북극곰 탈을 쓴 채 콜라를 마신 강태수의 사진이 SNS를 통해 전파된다.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이라는 제목으로 SNS에서 퍼져나가며 동산파크는 갑자기 유명세를 타 수많은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 관광객들의 수와 연 매출을 높이며 동산파크의 회생에 도움을 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JS는 동산파크의 회생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드러나며 동산파크가 있던 자리에 리조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새 원장이 일을 잘 한다며 칭찬을 받던 강태수는 한 순간에 동산파크를 비싼 값에 팔려는 사기꾼처럼 여겨지고 직원들의 신뢰도 잃는다. JS의 솜씨 있는 변호사로 인정은 받았지만 동물원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동물들과 고용 승계를 보장받지 못한 직원들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강태수.

 

▲ 동산파크 동물들과 직원들을 보존하며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락원그룹.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과 사람에 대한 책임을 느낀 강태수는 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인 락원그룹의 민채령 상속녀(한예리 분)를 찾아가 설득한다. 동물들을 보존하는 생태 리조트를 세우고 직원들도 그대로 고용해 달라고 말이다. 친환경 리조트라는 강태수의 비전에 설득당한 민채령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산파크에 남아 있던 동물들을 자연 방사하듯 관리하는 생태 리조트를 세우고 기존 직원들을 그대로 락원의 직원으로 고용한다.

 

얼핏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작전과 유머 코드로 점철된 이 영화는 코미디가 주된 장르이긴 하나 동물과 사람에 대한 책임을 다루었다. 강태수는 겉으로 보이는 명성을 추구하기보다 가족처럼 여기는 동물들을 지키고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도 생계를 보장해 준다. 더불어 동물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특성상 동물원의 현실도 다루었다. 동물들에게 음료수나 먹을 것을 함부로 던지는 관람객들의 관람 태도, 우리에 갇혀 살아야 해 마음의 병을 앓게 된 동물들까지. 이러한 동물들을 지키고자 자연 방사 형태의 생태 리조트를 짓는다는 결말은 가능하지 않지만 동물들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작품에서 한 수의사 (강소라 분)가 가족처럼 여기는 북극곰 '까만 코'는 오랜 시간 동물원에 갇혀 사느라 정신을 잃고 공격성향을 보였다. 그런 까만 코를 캐나다에 북극곰 보존 센터로 보내줌으로써 그가 다시 자유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은 동물원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들에게도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유머 코드가 무거운 주제와 섞이며 영화의 방향성이 모호해질 때도 있지만 코미디와 윤리적 내용 모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 《해치지 않아》. 요즘 같은 시기에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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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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