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후> 실종된 첫사랑의 발견, 흔들리는 부부의 사랑을 담다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8 [17:05]

<45년 후> 실종된 첫사랑의 발견, 흔들리는 부부의 사랑을 담다

김준모 | 입력 : 2020/02/28 [17:05]

▲ '45년 후' 포스터  © 판씨네마(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이 사랑이 무덤까지 간다고 한다면 오랜 시간 남자의 곁을 지켰던 여자의 마음은 슬픔으로 얼룩질 것이다. <45년 후>는 정말로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면 그 곁에서 평생을 바친 여자의 마음은 어떠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비참하고 쓸쓸한 감정을 말이다.

 

케이트와 제프 부부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함께 잠자리를 할 만큼 로맨틱하며 지적인 로맨티스트 제프는 케이트를 여전히 설레게 만드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건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면서다. 남편의 첫사랑이 알프스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제프를 혼란에 빠뜨린다.

 

▲ '45년 후' 스틸컷  © 판씨네마(주)

 

처음 편지가 도착했을 때 케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남편은 사라진 첫사랑의 행방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숨기지 않았고 발견된 그녀는 알프스 빙하에서 온몸이 얼어버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제프가 다시 첫사랑에게 간다고 할 리도, 이미 45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그때의 슬픔 때문에 방황할 리도 없다고 여겼다. 45년이라면 얼마나 많은 울음과 슬픔을 내비쳤을지, 때문에 눈물이 말라버려 더 이상 흐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프의 방황은 케이트를 당황하게 만든다. 제프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관계 도중 미안하다며 자리를 피한다. 다시 담배를 피우고 오랫동안 기대했던 동료들과의 모임에 가기 싫다고 하는 등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케이트에게 혼란을 유발한다. 이 혼란의 표면적인 원인은 제프의 변화다. 하지만 그 내적인 원인은 45년의 세월을 부정당했다는 점에 있다.

 

▲ '45년 후' 스틸컷  © 판씨네마(주)

 

케이트는 제프의 다락방에서 그가 첫사랑을 찍은 사진을 프로젝터 기기를 통해 슬라이드 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 45년의 세월 동안 제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거라면, 그저 첫사랑의 대역으로만 생각하고 자신을 바라봐 온 것이라면 그 거짓된 시간을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을 것을 알기에 그녀는 혼란스럽다. 자신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제프이기를 알기에 더더욱.

 

<45년 후>는 결혼 45주년을 기념하는 날 생긴 일을 바탕으로 ‘사랑’이 지닌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보통 10 단위로 기념일을 정하는 것과 달리 제프의 병으로 40주년 대신 45주년을 기념하게 된 애매한 상황처럼 사랑은 애매한 감정이라 볼 수 있다.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으며 우정이나 믿음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감정도 아니다. 증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본질을 더욱 알 수 없다.

 

▲ '45년 후' 스틸컷  © 판씨네마(주)

 

샬롯 램플링과 톰 커트니, 두 배우는 이 형체가 없는 감정의 모양을 연기로 만들어 내는 혼신을 선보이며 다소 굴곡이 적은 전개에 섬세함을 부여한다. 샬롯 램플링은 케이트 역을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이 바라봐 온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실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표정은 케이트가 지닌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힘을 보여준다.

 

톰 커트니는 제프 역을 연기하며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혼란과 격화가 아닌 서서히 다른 사람처럼 되어가는 제프의 모습은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과연 진심으로 케이트를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오며 그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때문에 작품은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그 어떤 드라마보다 격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사람의 마음이란 복잡한 미로와 같다. 어떤 길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예기치 못한 풍경이 펼쳐질 때가 있고 출구를 찾지 못할 때도 있다. 두 노부부의 삶은 예기치 못한 미로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서로가 어떤 길을 찾아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45년 간 나아갔던 길과는 다른 길목에서 아내는 낯선 남편을 발견한다. 사랑에 대한 염증이라면 염증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깊은 감정에 대한 탐구를 이 작품은 선보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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