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있고, '나만 없는 집'

둘째는 혼자 큰다

곽주현 | 기사승인 2020/03/02 [12:52]

나만 있고, '나만 없는 집'

둘째는 혼자 큰다

곽주현 | 입력 : 2020/03/02 [12:52]

[씨네리와인드|곽주현 리뷰어아이가 이끌어가는 영화들이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어가는 요즘, 특히나 정겨운 대구 사투리로 수많은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끈 영화가 있다. 바로 대구 다양성 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2017)이다.

 

▲ 영화 <나만 없는 집> 스틸컷  Ⓒ KMDb 

 


 엄마는 밥 안 먹나?”

 

혼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세영과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내려는 언니 선영’. 너무나도 익숙한 아침 풍경이다. 사춘기가 막 시작된 언니는 아침밥을 열심히 먹는 동생이 영 못마땅하다. 집을 나가려는 언니 선영을 급하게 따라가는 세영은 언니와 똑같은 분홍색 티셔츠를 입었다. 흔히 딸만 있는 집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역시나 선영은 그것 또한 못마땅하다.

 

<나만 없는 집>은 고요하고 담담하게 장면들을 담아낸다. 과장된 영화적 기술이라든지, 억지로 설정하여 꾸며낸 것 같은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너무 현실 같아서, 본인의 옛 기억 속 한 장면이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첫 장면인 식탁 장면은, 결국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첫 장면도 집에 혼자 있는 세영이고 마지막 장면 역시 세영은 혼자 있지만, 아주 작은 변화가 있다. 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바로 <나만 없는 집>을 보는 관객들이 해내야 할 과제였다.

 

 

 “왜 안된다카노. 언니야도 하잖아

 

4학년이 된 세영은 언니 선영처럼 걸스카우트가 하고 싶다. 야속하게도 공장일에 피곤한 엄마는 무슨 한 집에 둘씩이나 걸스카우트를 하냐며 세영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세영은 너무 화가 나고 엄마가 밉다. 역시나 피곤해서 집에 오면 잠만 자는 아빠는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큰일이었다. 반 친구들에게는 당연히 언니를 따라 걸스카우트에 신청한다고 벌써 자랑을 해두었는데.

 

<나만 없는 집>세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영화 속 주된 관계는 언니인 선영과의 관계이다. 첫째인 선영은 동생과 한방을 쓰지만, 지키고 싶은 사생활이 생기면서 눈엣가시 같은 세영이 싫다. 부모님은 항상 늦고, 언니와 둘이서 집에 있는 날도 있지만, 본인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느라 바쁜 선영과 다르게 세영은 늘 혼자인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어두운 방에서 혼자 TV를 쳐다보는 장면은 세영만 있는 집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영화의 제목은 <나만 없는 집>이 되었을까.

 

 

 나는 왜 맨날 집에 혼자 있어야 되는데

 

혼자서 잠이 들고 밤 늦게 일어난 세영은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깬다. 일에서 돌아온 엄마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는 선영이 치킨을 먹고 있다. ‘세영의 걸스카우트 회비는 못 준다는 엄마가 첫째 선영이 사달라고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사준다며 웃어넘긴다. 누가 둘째는 혼자 큰다고 했던가. 혼자 있는 것은 늘 세영이지만, 오히려 혼자만 없는 집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잘못되었다고 이 영화는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영처럼 맞벌이인 부모님과 늘 싸우기만 하는 형제자매와 함께 무던히 자라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일만은 아니니까. 우리는 그렇게 적지 않은 눈물을 머금고 어른이 되어간다. 결국, 마지막에서의 변화는 또 언제 걸스카우트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새로 생긴 상처를 이겨내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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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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