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조연주 작가, "올바른 감정 표현 위해 내 감정 알아야"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백퍼센트 강릉' 저자 조연주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04

인터뷰ㅣ 조연주 작가, "올바른 감정 표현 위해 내 감정 알아야"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백퍼센트 강릉' 저자 조연주

김준모 | 입력 : 2020/03/04 [14:30]

▲ 조연주 작가가 지난 2월 씨네리와인드와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한재훈 기자  ©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17년, 한 편의 에세이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직장생활과 퇴사를 결심한 이유를 솔직한 감정을 담아 적은 ‘사장님! 얘기 좀 합시다!’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로 조연주 작가의 성공적인 데뷔를 이끌어냈다.

 

이후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아빠, 식사하세요’,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백퍼센트 강릉’ 등 여행부터 감정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이며 에세이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를 통해 감정 전문 에세이스트로 올라섰다.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글로 채워나가는 에세이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조연주 작가와의 인터뷰는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Q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이후에 감정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외부활동을 잘 안 할 때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었어요.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이후에 활동이 많아졌어요. 강연을 시작하면서 놀란 게 남성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전 여성분들이 많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연을 하면서 한 번도 남성분들이 없으셨던 적이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시는 걸 보고 남성분들도 이런 부분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별에 따라 강연할 때 차이는 없었어요.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드리니 자기 의견을 많이들 말씀하세요. ‘감정이 뭘까요’라는 질문을 드리는데 지금까지 들었던 대답 중 가장 멋있었던 대답이 한 유부남 남성분께서 ‘감정은 찰나의 순간 인간의 마음이 빚어낸 작은 인격체’라고 답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글 쓰시는 분인가 했는데 운동하시는 분이시더라고요. 그때 여성분들이 되게 감동하셨어요.(웃음)

 

 

Q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는 감정에 대한 개인적인 사연으로 시작된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 또는 특정한 사건이 있는지.

 

대부분 일상에세이를 쓰다 보니 ‘이걸 써야지’라고 떠오르는 순간은 없어요. 대신 매일 일기를 쓰는데 써 왔던 것들이 쌓였을 때 ‘이 주제로 묶일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 있어요. 일기를 오랫동안 써왔는데 독특한 점이 일정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날 있었던 감정에 집중해서 써요. 그래서 ‘감정일기’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의 경우에도 일기장에 남아있는 에피소드들을 꺼낸 작품이에요.

 

▲ '조연주' 작가의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표지.  © 교보문고/북스고



Q 현대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자기감정을 중시하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수업으로 만나본 분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이었어요. 오로지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걸 겁내하시고 상대에게 미움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더라고요. 2030 직장인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조직 안에서의 관계 때문에 피곤한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이 다들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곳보다 심리적으로 편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요. 수직적인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표현하는 문제에 있어 힘들어 하세요.

 

 

Q 현대인들의 고민 중 하나가 지금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감정이랑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게 욕구라고 생각해요. 처음 수업에 오신 분들은 자기 마음을 모른다고 하고 다 싫다고 하세요. 그래서 욕구를 먼저 물어봐요. 학생들한테는 먼저 뭐 먹고 싶니, 뭐하고 싶니 물어보면 유치할 수 있지만 원하는 걸 툭툭 말해요. 어떤 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치킨 먹고 싶다고 답해요. 그러면 이렇게 물어봐요. 지금 치킨을 먹으면 어떻겠니? 그럼 맛은 있겠지만 마음은 불편할 거라고 답해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기 위해 감정일기를 쓸 때 욕구를 먼저 쓰라고 해요. 잘 못 쓰겠다고 하면 처음에 ‘뭐가 먹고 싶다’ 이런 식으로 욕구를 먼저 적으라고 해요. 그러다 보면 감정과 연결됩니다.

 

 

▲ 책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中.  © 씨네리와인드



Q 올바른 감정 표출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감정 표현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당당함이 될 수도 있고 버릇없이 보일 수도 있죠. 감정을 제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려면 우선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모르는 상태에서 감정을 표출하다 보면 짜증이나 신경질이 나가요. 그래서 수업 초반에는 감정카드라는 걸 사용해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게 맞는지 알아보는 거죠. 본인이 정확히 감정을 알면 모르겠는데 아니면 힘들어요.

 

 

Q 감정에 대한 강연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의외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보다 꼭 한 분씩 시비 아닌 시비를 걸었던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일기 쓰기를 하지 않으면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는다, 일기를 써야 된다고 말했는데 어떤 중장년 남성분께서 손을 드시더니 자기는 일기를 한 번도 안 썼지만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북토크 때는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어떤 분이 오실지 예측할 수 없어요.

 

반대로 뭉클했던 기억은 두 여성분들에게 느꼈어요. 북토크가 끝나고 사인을 받으러 오셨는데 두 분이 오랜 친구 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서로 책에 이름을 바꿔서 사인해 달라고 하시고 책에 서로에 대해 편지를 써서 교환하시더라고요. 한 분이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분인데 저한테 직장생활 열심히 해달라는 메시지 하나만 써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두 분이 책을 교환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데 제 마음도 뭉클하더라고요.

 

 

Q 직장생활에서 감정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직장생활 내에서 소통 대화법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퇴사보다는 집단 내에서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큰 거 같아요. 상사 분들은 요즘 애들이 너무 일과 자기생활을 분리한다고 싫어하시고 젊은 분들은 내 생활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변한 건데 그걸 위에 분들이 조금은 더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래 세대는 조언을 무조건 나쁜 걸로 인식하지 말고 도움이 되는 건 흡수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직관계라도 성숙한 태도가 되어야 되고 대화를 통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사소한 감정으로 고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네자면

 

책 제목에 ‘사소하지만’을 붙인 이유는 사소한 건 기본적이고 중요한 게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전 사소한 게 사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내 마음이고 크게 느꼈다면 사소한 게 아닙니다. 내가 표현하면 사소하고 마음이 좁게 보일까봐 걱정하고들 해요. 책에 보면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사소하지 않다’는 문구가 나와요. 그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책 '아빠, 식사하세요' 표지.  © 토실이하늘



Q ‘아빠, 식사하세요’는 아버지와의 재미있는 경험담으로 가득하다. 아버지와 좋은 부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비결은 딱 하나에요. 저희는 무조건 같이 식사해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많아져요. 식사 시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대화나 카톡, 전화를 많이 해요. 다른 가족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어색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아빠랑 같이 식사 안 해?’라고 물어보면 ‘같이 못 먹지’라고 답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희는 편하게 식사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요. 같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비결인 거 같아요.

 

 

Q 최근 아버지와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사소한 건데 아버지가 일보시고 들어오실 때 항상 호떡을 2개씩 사가지고 오세요. 어느 날 호떡을 사서 오시는 중에 친구 분을 만나셨는데 그분이 당구장에 같이 가자고 아버지를 붙잡으셨대요. 따끈따끈한 호떡이냐 당구냐 고민하시다가 친구 분이 하도 부탁하셔서 당구를 택하셨어요. 그런데 그 호떡을 그만 당구장에 두고 돌아오신 거예요. 제가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어떻게든 찾아온다고 나가셨어요. 결국 찾아는 오셨는데 호떡이 차가워졌어요. 아버지가 사소한 거에 욱하는 게 있는데 제가 따뜻한 호떡을 못 먹게 되었다고 자책하시더라고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데 굉장히 웃겼어요.(웃음) 먹는 거, 특히 뜨겁게 먹어야 되는 거에 애착이 강하셔서 그날 잠들 때까지 다시 호떡을 사러 가야 되나 고민하시더라고요.(웃음)

 


Q 아버지를 통해 배운 수많은 삶의 지혜 중 이것만큼은 꼭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게 있다면.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봐도 아빠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잘못된 거면 강자에게 굽히신 적이 없어요. 그런데 약자에겐 달라요. 책에 있는 내용을 예로 들면 길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물건을 다 사서 보내세요.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요. 할머니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걸 보시면 못 참으세요. 그래서 가끔은 동네에 장사오시는 게 두려워요.(웃음) 어제도 냉이를 한보따리 사서 오셨어요.(웃음)

 

▲ 책 '백퍼센트 강릉' 표지.  © 하나의책



Q ‘백퍼센트 강릉’은 강릉여행의 다양한 코스가 담겨 있다. 보통 어떤 코스로 강릉여행을 많이 다니는지.

 

아무래도 여자 혼자 다니는 코스로 많이 다녔어요. 이동하기도 편하고 혼자 다녀도 위험하지 않아요. 가족끼리도 가고 모임에서도 가고 했는데 바다하고 책방을 많이 가 봤어요. 강릉이 정말 카페가 많아서 다 가보진 못했는데 책에는 그 중에서 오래 자리 잡은 카페를 중심으로 넣었어요.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은 없어질지도 몰라서요. 음식은 사소한 것부터 호화로운 것까지 다 있는데 그 중 막국수를 가장 좋아해요. 어느 지역이든 그 맛이 안 나서 19년째 제가 다니는 곳만 가고 있어요.

 

여러 지역에서 초대를 주시기는 하는데 몇 군데 다녀봐도 제가 좋아하는 제주나 강릉처럼 아므이 가는 곳을 찾지 못했어요. 갔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그 지역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있는 장소를 좋아해요. 강릉은 지역마다 색깔이 달라요. 제주도 그렇고 말이죠. 그러면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새로운 곳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어요.

 

 

Q 여행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지 여행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특히 더 그래요. 한곳을 오래 여행하다 보니 낯선데 익숙하고, 익숙하다 싶음 새로운 게 등장하고, 그 두 가지가 공존해요. 그런 게 매력이라 생각해요. 강릉은 다 안다고 생각해도 여행 중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익숙한 지역에 와 있는데도 새로운 곳에 온 것만 같아요.

 

 

Q 여행 에세이 전문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다른 에세이와 비교할 때 여행 에세이가 지니는 특징은.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가 나왔을 때 어떤 분께서 다른 여행 책은 여행에 대한 환상을 싶어주는데 제 책은 제주를 데리고 다니는 느낌을 준다고 리뷰를 써주셨어요. 자기도 혼자 여행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요. 어떤 분은 제 책을 보고 50넘어서 혼자 제주도를 다녀왔다고 하신 분도 계시고요. 이런 체험감이 여행 에세이가 지닌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Q 작가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이 있다면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으신데 맨 처음 책(사장님! 얘기 좀 합시다!)을 출간해 주신 대표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 연락이 왔어요. 그때는 뭐 아무것도 모를 때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인작가한테 해줄 수 없는 대우와 배려를 해주셨더라고요. 그때가 마음이 많이 힘들 때였는데 딱딱한 말씀이 아니라 ‘원고를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딸 가진 부모로서 속상했다, 우리 청년들이 이런 일로 속상한 게 싫으니 책을 함께 내자’고 말씀 주셨어요. 책도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하셔서 바로 계약했어요. 아무 경력도 없는 제 작품을 서점에서 열심히 홍보해주셨고 덕분에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었어요. 표지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투자도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해주셨어요. 제대로 털고 가야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때였는데 그 길을 좋게 열어주신 분이세요.

 

 

Q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사실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가 시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집을 모았어요. 시는 내가 이걸 함부로 써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여져요. 젊은 친구들은 가볍게 시집을 내는데 전 그러지 못해서 아마 시인은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게 보고 죽기 전에 시집 한 권은 내야지 하고 생각해요. 시는 정말 좋아하고 써보고 싶어요.

 

다음 브런치 플랫폼에 어쩌다 한 번 글을 올리면 독자 분들이 몰려와서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써야 되겠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한 편쯤 브런치에 연재할 생각이에요.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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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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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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