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흑역사 대잔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프리뷰] 'sky캐슬'과 '스탈린이 죽었다!'로 살펴본 블랙코미디의 매력

김재령 | 기사입력 2019/04/12 [09:20]

러시아의 흑역사 대잔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프리뷰] 'sky캐슬'과 '스탈린이 죽었다!'로 살펴본 블랙코미디의 매력

김재령 | 입력 : 2019/04/12 [09:20]

 

▲ (좌)<SKY캐슬> 공식 포스터, (우)<스탈린이 죽었다!> 공식 포스터     ©(좌)JTBC, (우)DAUM 영화

 

 상류층의 입시 전쟁과 욕망을 풍자하여 웃음과 공감을 선사해준 드라마 <SKY캐슬>. <SKY캐슬>을 통해 고품격 블랙코미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면,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도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거다.

 SKY '캐슬' 대신 크렘린 '궁'에서 벌어지는, 고위 공직자 동지들의 추잡한 풍자극을 만나보시라.

 

전적으로 '스탈린의 동지들'을 믿으셔야 합니다 

▲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JTBC

 

 <SKY캐슬>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입체적인 캐릭터의 조합이 아닐까. 고급 석조주택 단지에서 독서 토론을 하거나 골프를 치는 이들의 우아한 일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상류층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캐슬 주민들이 개성을 발휘하는 건 개인의 욕망을 좇는 과정에서다. 이들은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더욱 확고히 확립하기도 하고, 극한 상황에 몰리면 숨겨 왔던 추악한 면모를 드러낸다.

 

▲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스틸컷     ©DAUM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도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위 공직자 동지들은 스탈린 앞에서는 화기애애하다. 서로 농담 따먹기도 하고 토마토를 옷 주머니에 넣는 장난을 치기도 하는 모습은 남고의 쉬는 시간을 연상케한다.

 

 어느 날 스탈린은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다 함께 스탈린을 침대에 옮기고 나서 호루쇼프 농업부 장관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토마토를 바닥에 내던져 버린다. 토마토로 장난이나 치던 시대는 이제 끝난 거다. '스탈린'이라는 연결고리가 사라지자 동지들은 본격적으로 자기 밥 그릇 챙기기에 나선다. 어떤 이는 남을 선수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다른 이는 철저히 원칙만을 고수한다. 관객은 캐릭터가 선택한 전략에서 개개인의 특성을 읽어낼 수 있다.

 

▲ (좌)호루쇼프 역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 (우)말렌코프 역을 맡은 제프리 탬버     © DAUM 영화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배우의 연기력이다. <스탈린이 죽었다!>에서는 호르쇼프 역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를 비롯하여,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명배우들이 독특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흥미롭게도 세계 각국에서 모인 배우들은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탈린 역을 맡은 루퍼드 프렌드는 런던 말투를 쓰고 있고, 나머지 미국 배우들도 자신의 평소 말투를 유지했다. 케빈 로던 제작자는 캐릭터가 각기 다른 발화 방식을 택한 덕에 캐릭터의 색채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총에 맞아서 아갈머리가 찢어지는 서바이벌 게임

▲ 드라마<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SKY캐슬>은 상류층의 처절한 욕망을 풍자하기 위해 캐릭터들을 희화화했다. 우아한 사모님의 입에서는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와 같은 찰진 대사가 나왔으며, 엘리트 부부들은 어린아이마냥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 <스탈린이 죽었다!> 스틸컷     © DAUM 영화

 

 러시아의 엘리트 동지들 역시 언어 습관이 곱지 못하다. 이들은 F로 시작하는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 스탈린 정권의 2인자인 말렌코프는 '내 러시아 엉덩이에 키스나 해!'라고 말한다. 캐릭터들의 거친 입담을 듣다 보면 미국의 성인 시트콤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공포스러운 독재자 스탈린의 죽음도 우스꽝스럽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는 바닥에 오줌을 질질 흘린 상태로 발견된다. 고위 관직자들은 쓰러진 스탈린를 직접 옮기면서 오줌을 밟는다. 영화는 이처럼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다양한 종류의 코미디를 선보인다.

 

 엘리트 고위 관직자 동지들이 익살스러운 언행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에서  F로 시작하는 욕설 못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남발되는 말은 '총살'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아니 심지어 잘못이 없는 사람도 총살되는 시대인 거다. 고위 관직자 동지들은 정치 노선에서 밀려나는 순간 권력만 잃는 게 아니라 목숨까지 날아 간다.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동지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쥐어짜내거나 허둥지둥하기도 한다.  

 이들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자면 쉴 새 없이 웃기기는 하지만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블랙 유머가 아닐까.
  

We all lie... 거짓말은 파국을 낳는다

▲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스틸컷     © DAUM 영화


 <SKY캐슬>의 삽입곡이었던 <We all lie>가 <스탈린이 죽었다!>의 주제가로 쓰여도 어색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니까.

 

 영화는 첫 장면부터 거짓말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나가는 콘서트홀에 한 통에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의 내용은 스탈린 동지가 그날 공연의 녹음본을 원한다는 것. 그러나 그날 하필이면 콘서트홀에서는 연주 녹음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음악가들은 처음부터 다시 연주해서 녹음한다. 직원들은 녹음에 들어갈 웅장한 박수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관객을 급하게 섭외까지 한다. 이러한 첫 장면은 영화 속 세상 사람들이 거짓말에 익숙하다는 걸 보여준다.

 

 

▲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스틸컷     © DAUM 영화


 <SKY캐슬>의 삽입곡 <We all lie>의 가사를 살펴보자. 노래에서는 거짓말쟁이에게 '돈, 명예, 아름다음' 중에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거짓말의 본질이 '욕망'이라는 걸 꿰뚫은 것이다.

 영화에서는 고위 관직자 동지들이 권력욕 때문에 남에게 거짓말을 하고 뒤통수를 친다. 심지어 음모를 꾸며 무고한 사람들을 하나둘씩 숙청하기도 한다.

 동지들은 서로를 음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까지 거짓말을 한다. 영화는 개개인의 욕망뿐만 아니라 국가의 거짓말까지 풍자하고 있는 거다. 이안누치 감독은 "지금 이 영화로부터 현대인들이 배울 점이 있다면,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진실과 거짓을 규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다는 거다."라고 작의를 밝힌 바있다.

 

 상류층의 입시 전쟁과 러시아 동지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블랙 코미디에 공감하고 웃는다. 작품이 단순히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인 요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크기에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욕망을 지닌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러시아 동지들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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