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 ‘안나’

김태진 감독 - <안나>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3/10 [10:42]

꿈을 찾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 ‘안나’

김태진 감독 - <안나>

유수미 | 입력 : 2020/03/10 [10:42]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어릴 적,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가수가 되고 싶었고, 영화를 보며 드러머를 꿈꾸기도 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많이 없었을뿐더러 고독했던 나의 일상은 그렇게 영화를 통해 특별해져 갔다. 노래를 부르거나 드럼을 칠 때면 마치 내가 영화 속 캐릭터가 된 것 같았고,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23,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영화를 보며 여러 가지 꿈을 꿔왔다. 작가, 감독, 비평가, 화가, 인디 가수, 드러머 등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꿈을 꾸며 살아갔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준 영화가 바로 <안나>이다.

 

▲ <안나> 스틸컷 © 유수미

 

안나는 영화를 보며 꿈을 찾아가고 있는 소녀이다. 외로웠던 유년 시절, 안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엄마가 빌려다 준 비디오였고, 그 후 안나는 영화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록키>를 보며 권투선수를, <위플래쉬>를 보며 드러머를, 그리고 현재는 <사랑을 비를 타고>에 감명을 받아 탭댄서를 꿈꾸고 있다. 꿈의 종착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정 자체가 안나에게는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안나에게는 큰 갈등이 존재한다. 바로 자기를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와의 관계이다. “나 탭댄스 대회 나가게 돈 좀 줘.” 라고 빈번히 이야기를 해도 엄마는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 이래도 엄마와 마찰이 일어나고, 저래도 마찰이 일어나니 안나는 애가 탄다. 이러한 모녀의 관계는 자연스레 나의 어릴 적 기억을 건드린다. “나 이거 해보고 싶어.”, “학원 보내 줘.” 라고 곧잘 이야기했던 시절, 돈이 든다며, 나중에 또 그만 둘 거 아니냐며 엄마는 나를 막곤 했다. 그 말에 한참을 삐져서 노을이 질 때까지 놀이터 그네에 앉아 애꿎은 흙만 파다가 오기 일쑤였다.

 

이렇듯 <안나>를 보며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는 것처럼, 엄마와의 갈등,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 이야기가 아닐까. 그 점에서 <안나>는 안나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기억을 툭 떼 온 것처럼, 리얼리티적이고 자연스러운 면이 공감대를 형성시켜주는 것이 아닐지.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 치킨에 아르바이트비를 다 쏟아붓는 모습 등 미성숙하고 아이다운 안나의 모습은 자연스레 옛 기억을 회상케 한다.

 

▲ <안나> 스틸컷 © 유수미

 

<안나>는 탭댄스를 포기할 수 없는 소녀의 근성과 탭댄스의 시원한 발자국 소리가 어우러져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 곧잘 웃는 안나의 표정 또한 보고 있으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순수한 안나의 모습과 꿈을 이루기 위한 그녀의 도전은 영화가 끝나기까지 밝고 씩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로 인해 영화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관객에게 선사하며, 관객들은 영화가 종결될 때까지 자연스레 안나를 응원하며 보게 된다.

 

주인공 안나를 통해 각자의 삶을 떠올리면서, 안나를 응원하던 마음으로 자기 스스로를 응원했으면 좋겠다. 힘들고 마음이 아픈 일이 생기더라도,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안나를 통해 느낀 긍정 에너지를 떠올리며 계속해서 진전했으면 한다. 마지막 장면, 안나가 브이를 한 채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그 과정이 어떻든 마지막은 웃는 모습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덧붙여 시간이 지나더라도 유년시절에 우리가 꿈꿔왔던 모습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꿈이 완성형이 아닐지라도, 그 꿈이 거대할지라도 말이다. 꿈을 꾸며 행복했던 모습, 즐거워던 모습들을 기억하며 계속해서 그 과정을 즐겨나갔으면 한다.나는 꿈을 찾고 있는 거야.” 라는 안나의 말처럼.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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