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밀실 탈출 공포극’

[프리뷰] '세인트 아가타' / 3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12 [10:25]

수녀원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밀실 탈출 공포극’

[프리뷰] '세인트 아가타' / 3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3/12 [10:25]

▲ '세인트 아가타'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모습은 잔혹함 그 자체였다. 공장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여성과 아동을 고용했고 저임금 장기간 노동을 강요했다. 이런 노동의 기회마저 얻지 못한 이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굶어죽는 시기였다. 동시에 종교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순결을 강조하고 종교적인 삶이 일상의 바탕이 되었다.

 

<세인트 아가타>는 이런 사회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수녀원을 배경으로 삼는다. 메리는 남자친구와 집에서 정사 중 동생이 욕조에서 떨어져 죽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임신을 한 그녀는 집을 나서고 남자친구와 살림을 차리나 이전에 문제를 겪은 남자가 찾아와 돈을 갈취해 가면서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남자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던 메리는 권유를 받아 산 속의 수녀원을 향한다.

 

▲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수정 자본주의의 복지정책이 자리 잡지 못했던 이 시기에 무료급식소 등 복지시설을 운영하던 곳은 종교단체였다. 폭력을 휘두르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혼자 집을 떠난 어머니 때문에 어떠한 사회적인 보호도 받을 수 없었던 메리에게 수녀원은 천국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당시 수녀원들은 엄격한 규율과 가혹한 체벌로 문제가 되었다.

 

제임스 완이 던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집대성한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쏘우> 2~4탄을 감독하며 시리즈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주어진 공간을 배경으로 독창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인물들을 괴롭히는 잔혹함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쏘우’의 잔인한 밀실게임을 이어간다.

 

▲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숲 속의 수녀원에 ‘갇힌’ 임신한 여성들은 잔혹한 게임에 빠진다. 여성들은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규칙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수녀원의 규칙에 반항하는 여성들은 내보내 줄 수 있다는 회유에서 벗어나 고문이라는 강압의 늪에 빠지게 된다. 원장수녀는 임신한 여성들을 향해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거 같지만 그 이면에는 아기들을 통해 돈을 벌어먹겠다는 잔악한 술수가 깔려 있다.

 

온화한 얼굴과 달리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수녀들의 가혹행위는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킬 것이라 여겼던 영화가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덤프트럭처럼 자기 무게는 생각 안 하고 엄청난 속도로 들이박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공포와 잔혹함은 기존의 수녀원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들보다 강도가 더 강하다.

 

‘독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충격이 필요하다. 메리가 관에 감금당하는 장면이나 덫에 팔이 찍히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절단’ 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한다. 감독은 사라의 혀가 절단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후에도 이 정도의 잔혹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경고, 이 영화는 제대로 힘이 들어간 영화니 긴장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쏘우> 시리즈에서 온갖 잔혹한 살인방법을 보여주었던 감독이기에 관객의 긴장은 배가 된다. 이 긴장을 더 효과적으로 가져온 장치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의 오컬트 명작 영화 <악마의 씨>가 인트로에서 선보였던 노래와 유사한 느낌의 음악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순간적인 광음을 통해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도 효과적이지만 분위기를 일관되어 유지시킴으로 관객들이 일정한 강도의 공포에 익숙해지면 이후 장면을 통해 공포감을 끌어올리는 이 영화의 연출은 영리하다고 할 수 있다.

 

<서스페리아>나 <캐빈 인 더 우즈>처럼 대환장 파티의 난장판을 벌이면서 관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기 보다는 꽉 막힌 공간에 가둔 뒤 이성이라는 천막 아래에서 광기를 펼친다. 숨을 쉴 수 없는 긴장감은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연상시키며 <쏘우> 시리즈가 지닌 잔혹함을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선사하며 시각적인 공포를 높이는 모습을 선보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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